은처승과 ‘먹튀’는 어떤 관계일까
‘먹튀’한 주지스님
승려들 타락의 끝은 어디일까. 최근 불교닷컴에 사찰 소유의 토지를 불법매각하고 해외로 도피한 어느 주지스님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조계종 제15교구본사 영축총림 통도사 말사인 밀양 표충사 전 주지 J 스님이 사찰 소유 토지를 종단 승인 없이 불법매각 하고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토지 매각과 J 스님의 잠적을 인지한 통도사는 28일 양산경찰서에 J 스님을 고발하고, 같은 날 신임 주지 도훈 스님을 비롯한 본사 관계자를 표충사에 파견해 검수인계와 함께 불법 토지매각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통도사는 이 같은 사실을 총무원에 보고했으며, 이에 따라 총무원은 호법부 상임감찰을 28일 검수인계 과정에 참여시켰다.
통도사 중진인 J 스님은 다음달 9일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통도사는 극락암 문중인 도훈 스님을 차기 주지로 품신해 총무원 승인을 얻은 상태다.
J 스님이 불법 매각한 토지는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소재 표충사 소유의 토지 165만㎡(약 50여만 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법 매각된 토지의 규모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통도사 측은 양산경찰서에 J스님을 고발하면서 불법 매각된 토지의 추정치를 임야 전답 도로 등 약 7만 8천평 20필지 규모인 것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로는 약 100억 상당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표충사 전주지 토지 불법매각 후 해외도피, 불교닷컴 2012-08-29)
표충사 전 주지스님이 불법으로 매각한 토지는 약 7만 8천평에 달하고 시가로 100억대라 한다. 주지직을 불과 10여일 남겨 놓은 상태에서 발생한 대형사건이라 한다.
또 다른 ‘먹튀’사건
그런데 삼보정재를 팔아 넘기는 범죄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이와 같은 ‘먹튀’사건이 종종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기사이다.
부처님 성지인 인도 부다가야에서 한국불교를 상징해 온 고려사 땅 70%가 사기 매각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양산 통도사(주지 정우)는 2월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의 사문서 위조에 의해 2200평 고려사 부지 가운데 1400평이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밝혔다.
고려사는 1991년부터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을 중심으로 사부대중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일궈온 사찰이다. 1994년 조계종 총무원에 등록된 이후 원공 스님(속명 김종철, 현재 분한미필로 승적말소)이 주지를 맡아 운영해 왔다.
(인도 부다가야 고려사 사기 매각돼, 현대불교신문 2011년 2월 18일자)
인도에 있는 고려사 주지스님이 불법으로 토지를 매각하고 도주하였다는 내용이다.
이 두 사건을 접하면서 공통점을 발견 하였다. 첫째 사찰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주지에 의하여 불교재산이 불법매각된 사실이고, 둘째는 불법매각된 막대한 금액을 취하여 잠적하거나 해외로 도주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먹튀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지스님들의 먹튀사건은 왜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일까. 혹시 처자식이 있는 은처승은 아니었을까?
남몰래 결혼 하였던 주지스님
최근 미디어붓다에서 이학종 기자는 작심한 듯이 다음과 같은 기사를 썼다.
독신을 생명처럼 여기는 종단에 소속된 한 승려가 어느 날 몰래 결혼을 했고 5년 쯤 살다가 이혼을 했다. 더구나 공공기관이 발급한 결혼증명서에 이 승려는 자신의 직업을 ‘승려’가 아닌 ‘페인터’라고 적었다. (페인터란 ‘도장공(塗裝工)’이나 ‘화가’를 의미)
그리고 꽤 긴 시간이 지난 후 이 사실이, 결혼을 한 승려를 잘 아는 또 다른 승려에 의해 이 종단의 사정기관에 제소됐다. 그러나 문제의 승려에 대한 징계가 1년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제소를 한 승려가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사실을 폭로하고 신속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지만, 또 문제의 승려가 미국 영주권 취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혼증명서를 만들었다고 결혼사실을 시인했지만 종단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제소를 했던 승려는 무슨 이유에선지 돌연 심경변화를 일으켜 소송을 철회했고, 종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소를 철회하고 폐기시켰다.
이 사건이 ‘독신을 생명으로 여기는’ 종단에서 발생했다면 매우 심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건은 독신을 생명으로 여겨야 마땅할 종단에서 최근에 빚어진 일이다. 지난 1960년대 결혼했다는 이유로 절에서 대처승들을 내쫒고 법원에서 절의 소유권을 인정받은 이 종단의 근간이 무너진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거래에 의해 종단의 근간을 무너뜨린 이 사건은 앞으로 종단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게 될 것이 뻔하다.
(독신이 생명이어야 할 종단에서 승려가 결혼하고 이혼을 했는데도…, [이학종 칼럼] 미디어붓다 2012-08-27)
독신비구승의 종단으로 알고 있는 조계종단에서 스님이 결혼하였다는 사건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스님이 결혼하였다고 한다. 결혼한 증명서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단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같은 처지라서?
어찌된 일일까. 이어지는 기사에서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문제의 판결이 난 지 한 달이 넘어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원로나 율사, 입법기관(종회의원), 종단 소속 스님(승려단체 포함)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줄기차게 자성과 쇄신을 외치는 사람들도 이 문제는 애써 비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성과 쇄신에서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찾기 어려울 텐 데도 말이다.
(독신이 생명이어야 할 종단에서 승려가 결혼하고 이혼을 했는데도…, [이학종 칼럼] 미디어붓다 2012-08-27)
D스님의 결혼사건은 지난 봄에 일어 났었던 승려도박사건 보다 더 큰 폭발력을 가진 것이라 한다. 독신비구승단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대로 덮어 버린다면 지난 50여년간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정화의 당위성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정화를 한다는 명목으로 대처승을 몰아 내었는데, 결혼한 스님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정화운동한 명목이 없어질 것이다. 그럴 경우 대처승들이 다시 절을 접수한다고 해도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승려도박사건 보다 훨씬 더 폭발력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종단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도 않았고 모두 다 쉬쉬하는 분위기라 한다. 왜 숨기는 것일까. 혹시 같은 처지이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1996년 월하종정스님의 도박-은처승 척결지시
승려들의 도박, 횡령, 은처는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전문기자 김나미님의 책 ‘신앙지옥 불신천국(렛잇비)’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은처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된 신문 기사 하나를 살펴보자. 1996년 8월 1일 <<경향신문>> 종교면 “도박-은처승 징계 첫 거론, 월하종정 총무원장 보고 받고 척결지시”라는 제목의 기사내용은 이러하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비구종단이다. 여색을 가까이 해서는 안될 뿐 아니라 결혼은 더더욱 안된다. 재물을 탐내서도 안 되며 도박을 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부인을 몰래 두거나 도박을 즐기고 개인재산을 챙겨 놓은 스님들도 있나 보다.
…은처승과 도박승 문제는 불교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하지만 청정비구교단임을 내세워온 조계종으로서 쉽사리 건드리기 어려운 아킬레스건으로 인식돼왔다. 문제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알면서도 쉬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김나미 기자, 신앙지옥 불신천국)
김나미 기자가 언급한 내용은 1996년도 경향신문 기사로서 지금으로부터 16년전의 일이다. 16년 전에도 이미 승려들의 도박과 은처문제가 매우 심각한 승단의 병폐이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1996년 시점에서 “은처승과 도박승 문제는 불교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도박과 은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상화 된 고질병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승가에 일상화된 것이 도박과 은처문제라 볼 수 있는데, 이 중 가장 먼저 터진 것이 승려도박사건이다. 지난 봄 도박사건이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 되면서 스님들이 도박한다는 사실이 온 국민들에게 알려 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도박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스님들이 화투나 카드놀이하는 것은 심심풀이로 하는 일상적인 것이라 하여 다시 한번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이런 와중에 종단의 최고 수장과 관련된 룸살롱 출입과 은처, 도박도 의혹이 제기 되고 있는 상태이다.
승려도박 사건이 세상에 알려 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은처문제이다. 만일 불교계에서 은처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도박사건처럼 신문과 방송 , 인터넷등에 알려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승가의 고질병이라고 볼 수 있는 도박과 함께 은처문제도 세상에 모두 알려지게 될 것이다.
“높은 지위의 승려 가운데 마누라를 숨겨놓지 않았다면 바보 멍청이”
그렇다면 은처문제는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일까. 이에 대하여 김나미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교는 수행과 계율이 전부라 할 만큼 그 비중이 크다. 250개의 계를 받아 비구가 되고 그것으로 금욕이 시작된다. 수행 조건의 첫째는 계율을 지키는 것이고 계율을 지키는 것은 불교에서 청정한 비구로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가 보다. 조계종에 당면한 첫째 문제는 총무원의 권력화, 종회 계파, 그다음이 은처문제라 한다.
‘은처’는 말 그대로 처를 숨겨놓는 것이다. 은처문제는 쉬쉬하면서도 간간이 제기되지만 항간에 높은 지위의 승려 가운데 마누라를 숨겨놓지 않았다면 바보 멍청이라는 말도 들린다. 조계종의 수치로 여겨지는 1994년 조계종 폭력사태의 핵심인물인 서의현에게 숨겨놓은 처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김나미 기자, 신앙지옥 불신천국)
김나미 기자의 책에 따르면 조계종이 당면한 세 개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은처문제라 한다. 그 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느냐 하면 “높은 지위의 승려 가운데 마누라를 숨겨놓지 않았다면 바보 멍청이”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알면서도 모두 ‘쉬쉬’ 한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쉬쉬 하는 것이 은처문제로 보여진다. 왜 은해사 D스님이 결혼한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하지 않은지, 왜 모두 모른채 하며 쉬쉬하는지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보여 진다.
‘모순’과 ‘위선’과 ‘허위’의 삶
몰래 아내와 자식을 숨겨 놓고 승려생활을 하는 스님들은 하루 속히 환속해야 한다. 그래서 재가자의 삶을 살아 가야 한다. 떳떳하게 자신의 팔뚝의 힘으로 돈을 벌어서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처승들은 승려로 살아간다. ‘반승반속’의 삶을 말한다.
반승반속으로 살면서 스님행세를 한다는 것은 위선이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모순’과 ‘위선’과 ‘허위’의 삶을 살아 가는 것일까. 아마도 재가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은처승이 반승반속을 청산하고 재가자로 살아 간다면 당장 맞닥뜨리는 문제는 먹고 사는 것이다. 처자식을 부양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승려 출신 재가자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밑에 들어 가서 노동하는 것이다. 남의 지시를 받아 돈을 벌 떄, 그 과정에서 온갖 모욕과 수모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 때문일까 은처승들은 재가자의 삶보다 은처승의 삶을 택하는 것이라 보여 진다. 그럴 경우 스님으로서 대우를 받을 뿐만 아니라 돈 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승반속의 삶을 사는 것이 이중 삼중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먹튀사건이 일어나는 요인
사찰의 토지를 매각하여 해외로 도주하였다는 표충사 전 주지의 먹튀에 대한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세속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사건이 일년이 멀다 하고 승가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지스님은 왜 불법으로 토지를 매각하고 외국으로 튀었을까. 아마도 숨겨 놓은 처와 자식이 있어서 일 것이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한 돈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평생 먹고 살 돈이다. 그러다 보니 100억대의 횡령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왜 승가에서 크고 작은 재정사고와 먹튀사건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은처승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반승반속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스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속인도 아닌 반승반속은 세속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마치 승려 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승려가 아닌 것이다. 무뉘만 스님인 것이다. 그런 반승반속에게 공양하면 공덕이 있을까. 특히 모든 횡령사고와 먹튀사고의 근본 원인이 되는 은처승에게 공양하면 공덕이 있을까.
청정도론에 따르면 반승반속으로 살아 가며 계행을 지키지 않는 자들에 대한 경책 문구가 있다. 11가지 문구가 있는데, 그 문구에 은처승을 주어로 적어 보면 은처승은 다음과 같은 존재라 볼 수 있다.
1) 은처승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2) 은처승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3) 은처승은 여러 해된 오물 구덩이처럼 청정해지기 어렵다.
4) 은처승은 화장터에서 가져온 나무토막과 같다.
5) 은처승은 소의 무리를 따르는 당나귀와 같다.
6) 은처승은 마치 모든 사람들의 적인 것처럼 항상 동요한다.
7) 은처승은 마치 죽은 시체와 함께 살 수 없는 것처럼 그와 함께 살 수 없다.
8) 은처승은 비록 배움 등의 덕을 가졌더라도 존경하는 바가 되지 않는다..
9) 은처승은 수승한 법을 증득 할 수 없으니 마치 장님이 색을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10) 은처승은 정법에 대해 희망이 없으니 마치 천민의 아들이 왕위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과 같다.
11) 은처승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고통스럽다
2012-08-3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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