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씨뿔뿔(C++)로 융합론을 설명한 안철수

담마다사 이병욱 2012. 10. 1. 10:29

 

씨뿔뿔(C++)로 융합론을 설명한 안철수

 

 

 

추석민심

 

추석민심이라는 것이 있다. 추석명절날 친척 또는 인척이 모인 자리에서 이른 바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추석명절을 맞이 하여 해외로 놀러 가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은 일부 특수한 계층의 이야기이고,  대부분 일가친척과 함께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밥상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대선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로서 떠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당에서는 추석날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촉각을 곤두 세우는 것이다.

 

추석날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제가 대선 후보에게 돌아 갔을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대체적으로 한쪽방향으로 쏠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 같다. 이는 모인 사람들의 지역이 동일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단지 세대간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니어층은 보수적이고, 주니어 층은 변화적이기 때문에 대선후보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 3인 가운데 단연 안철수 후보(이하 존칭생략)의 인기가 가장 좋았다.

 

안철수의 부산고 강연에서

 

안철수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은 단편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최근 한 인터넷신문에서 안철수의 부산고 강연에 대한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이 강연에서 안철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현대 전문가들은 자기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봐요. 수학자는 수학의 눈으로 세상의 문제를 바라보고, 사회학자는 사회학의 전문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물학자는 생물학의 전문성의 눈으로 세상을 봐요.

 

그런데, 융합은 안그래요. 융합은 180도 반대, 무슨 뜻이냐 하면, 사회문제가 먼저 있어요. 그리고 이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전공이 필요한가. 어떤 전문가가 필요하고, 어떤 도구들이 필요한지를 필요에 따라 모아서 문제를 푸는 거에요. 중심에 사람이나 전문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가 있어요. 풀어야 할 숙제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시야를 바꾸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안철수 후보, [전체영상]안철수 후보 모교 부산고 강연, 오마이TV  2012-09-26)

 

 

 

 

모교인 부산고에서 강연하는 안철수 후보

사진 : 마이TV에서 캡처함

 

 

 

안철수는 용모가 매우 준수하다. 더구나 착하고 성실하게 생긴 이미지에다 목소리까지 부드럽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철학이 담겨 있다. 안철수 생각이라는 책을 읽어 보지 않았지만 자신의 모교인 부산고에서 학생들을 앞두 두고 한 강연을 보면 그의 철학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날로그형 인간과 디지털형 인간

 

부산고 강연에서 안철수가 한 말 중에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이 융합적 사고에 대한 것이다. 이런 말을 아직까지 들어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마인드이었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볼 때 융합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디지털형 인간으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문제해결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형의 경우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전문가의 입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한다. 이는 마치 완고한 노인들을 보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인들의 경험에 따른다. 하지만 이는 농경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노인들의 경험이 매우 중요 하였다. 노인들은 농사를 짓는데 있어서 봄이 되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여름, 가을 등 절기에 따라 해야 될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의 경험에 따른 말 한마디가 매우 중시 되었다. 그래서 대체로 젊은이들이 노인의 말을 믿고 따랐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거쳐 디지털시대가 된 요즘 노인들의 말은 그다지 잘 먹히지 않는다. 노인들이 선전수전을 다겪고 그로 인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말을 그다지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라면 노인의 경험에 따른 한마디가 먹혀 들어가지만 디지털 시대에 있어서 노인의 한마디는 별로 영향력이 없다. 이는 노인들이 옛날 농경사회에서나 있음직한 마인드로 젊은이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노인들은 요즘 젊은이들을 이해 하지 못하고 심지어 그들의 행동에 대하여 틀렸다고 말하기 까지 한다.

 

틀리다다르다는 다른 말이다

 

블로그에 글쓰기를 하면서 종종 지적 받는 것 중의 하나가 용어에 대한 것이다. 글이라고 써 본적도 없고 정식으로 글을 배워 본 적도 없는 블로거가 인터넷시대를 맞이 하여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썼을 때 문법이나 어법이 제대로 맞을 리 없다. 그러다 보니 마구 쓰게 되는데, 그런 표현법 중에 틀리다다르다를 구분하지 않고 쓴 경험이 있다.

 

블로그 초창기 때 아무생각 없이 틀리다라는 말을 사용하여 글을 썼었다. 그런데 어느 네티즌이 지적해 주었다. ‘틀리다라는 말을 쓴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 경우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라고 표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을 받고 아무생각 없이 글쓰기를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이후 철저하게 틀리다다르다를 철저하게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틀렸다다르다는 틀린 말이 아니라 다른 말이다. 이처럼 틀렸다다르다를 구분해서 써야 되는데, 농경사회의 경험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완고한 노인의 경우 요즘 돌아 가는 세태나 젊은이 들의 행태를 보고 틀렸다라가 틀려 먹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틀렸다다르다의 구분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노인이 자신을 중심으로 하여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 등의 보았을 때 상대방의 행위가 틀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본다면 이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본다면 틀린 것은 없다. 단지 다름만 있을 뿐이다.

 

안철수의 융합적 사고

 

안철수는 부산고 강연에서 융합을 이야기 하였다. 이는 사고의 전환을 말한다. 어떤 사회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전문가의 눈으로 본 다면 자신의 견해가 옳은 것이고 다른 사람의 견해는 틀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지위도 높고 유명한 사람이라면 내가 해 봐서 아는데하며 더욱 더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볼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상대방의 주장은 틀린 것이 된다. 완고한 노인의 경험에 따른 주장과 하등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전문가의 입장을 떠나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문제 하나만을 놓고 각계 각층에서 바라 보았을 때 이는 각계각층의 주장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안철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한 분야의 전문가의 입장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모든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보는 융합적 사고를 말하고 있다.

 

오브젝트 오리엔티드 프로그래밍(Object-oriented programming) 씨 플러스 플러스 (C++)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은 혁신적인 사고가 나오게 되었을까. 그것은 이어지는 부산고 강연에서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기 때문이다.

 

 

혹히 컴퓨터프로그래밍하시는 분 계세요? 그 옛날 고전적인 씨(C) 하고, ‘오브젝트 오리엔티드 프로그래밍(Object-oriented programming) 씨 플러스 플러스 (C++)’하고 완전히 개념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모를 것 같은데(웃음). 기본적으로 한 분야 한 가지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데 익숙한 사람은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문제를 풀려면 오히려 그게 굉장히 힘들어요. 이게 잘 안되요.

 

그런 것처럼 처음부터 한 분야 전문성만 있고 그걸로 평생 해 오신 분들은 융합적으론 접근이 안되. 왜냐하면 자기 전문성이 먼저이지 그 사회문제가 먼저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중요한게 앞으로 융합적인 인재가 중요해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다 해당이 되는데..

 

(안철수 후보, [전체영상]안철수 후보 모교 부산고 강연, 오마이TV  2012-09-26)

 

 

안철수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의사이자 교수이며 기업인이며 성공한 벤처 사업가이었다. 또한 그는 컴퓨터백신개발로 유명하다.

 

컴퓨터백신은

 

사람의 몸에 해로운 바이러스가 퍼지면 이를 제거하기 위한 약물이 투여 되듯이, 사람의 뇌와 유사하게 진화하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버그가 없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사람몸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듯이 컴퓨터 프로그램 내에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누군가 심어 놓았을 때 온라인을 통하여 컴퓨터 또한 감염 될 수 있다. 이는 마치 현실에서 전염병이 도는 것과 같다. 이때 백신프로그램을 투입하면 감염된 컴퓨터는 치료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같은 백신프로그램을 안철수가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 것에 대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안철수는 훌륭한 컴퓨터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씨뿔뿔(C++)과 융합적 사고

 

안철수는 강연에서 C와 C++ 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C++에 대하여 프로그래머들은 ‘씨뿔뿔’이라고 편리하게 부른다. 정식명칭은  ‘오브젝트 오리엔티드 프로그래밍(Object-oriented programming) 씨 플러스 플러스 (C++)’라 하는데, AT&T 벨연구소에서 1983년에 발표한 프로그래밍언어이다. 이 언어의 특징은  C언어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으며, 객체지향성이 더해진 C언어의 확장형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C또는 C++ 이라는 용어는 이과 계통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문과 계통이라도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접해 보았을 것이다. 이런 용어를 알고 이런 프로그램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디지털 세대임임에 틀림 없다.

 

이와 같이 디지털 세대라면 다 아는 씨뿔뿔에 대하여 안철수는 융합적 사고와 접목하여 설명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짜는데 있어서 고전적인 방식의 프로그램인 씨(C)   오로지 한 가지 방식의 길만 아는 것과 같고, 씨뿔뿔(C++)의 경우 여러가지 방식의 길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따라서 씨(C)는 농경사회에서 경험에 따른 지혜를 가지고 있는 완고한 노인이 자신과 생각이 맞지 않는 사람을 향하여 틀렸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고, 씨뿔뿔(C++)의 경우 디지털 사회에서 디지털 세대들이 열린 마음으로 모든 사람에 대하여 다름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세 명의 대선후보를 가지고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안철수의 경우 이제까지 보지 못하였던 획기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 없다.

 

비록 그의 책 안철수 생각을 읽어 보지 못하였지만 인터넷을 통하여 단편적으로 접한 안철수의 철학을 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제까지 우리들이 듣도 보지도 못한 융합적 사고에 대한 것이다.

 

이런 사고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혁명적인 발상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나 현상, 또는 문제에 대하여 나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틀렸다또는 틀려 먹었다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라고 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 본다.

 

 

 

 

201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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