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누구나 바라는 작은 행복, 집착을 여읜 큰 행복

담마다사 이병욱 2012. 12. 9. 12:17

 

누구나 바라는 작은 행복, 집착을 여읜 큰 행복

 

 

 

식스센스의 반전을 보는 듯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그런 나무를 보면 마음까지 벌거벗은 듯 하다. 더구나 하늘은 잔뜩 찌뿌려 있고 비바람까지 불면 그야말로 가슴은 더욱 더 헤어지는 듯 하다.

 

낙엽이 진 늦가을 날씨는 계절중의 최악이다. 그러나 반전이 시작된다. 마치 영화 식스센스에서 반전하는 장면을 보듯, 한 순간에 바꾸어 버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다.

 

 

 

 

 

 

눈이 내렸다. 겨울의 입구에서 처음 내린 눈은 교통을 마비시키고 여러모로 불편을 주지만 최악의 계절을 단번에 바꾸어 놓는다. 눈내린 산하대지를 보면 더 이상 나목이 아니다. 하얀눈꽃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를 보는 듯 하다.

 

눈내린 길을 걷다 보면 앙상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준다. 더구나 눈내린 밤에 걷는 기분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이렇게 겨울은 삭막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치료 해 주는 듯 하다.

 

 

 

 

 

종교모임의 송년회

 

해마다 12월이 되면 연례 행사가 있다. 송년회이다. 유일한 종교모임의 송년회 역시 매년 빠짐 없이 열리고 있다. 벌써 아홉 번 째를 맞이 한 송년회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모임을 유지한 것은 총무를 맡고 있는 법우님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 본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송년회 장소는 동일하다. 대공원역 바로 옆에 있는 ‘작은행복’이다. 카페를 겸한 레스토랑이다. 아래 기수 법우님이 운영하고 있어서 벌써 수 년 째 이용하고 있다.

 

 

 

레스토랑 작은행복

 

 

 

친밀감을 표시 하는 방법

 

다섯 시부터 행사가 시작 되었다. 이십여명이 참석하였다. 해마다 참석 인원이 갈수록 줄어 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법우님들은 정겹다. 보면 반가이 맞이 하는데, 대부분 두 손을 맞잡는다.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악수가 가장 일반적이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악수를 함으로 인하여 친밀감을 유도 하는 것이다. 친밀감을 표시 하는데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두 손을 맞는 방식이 있다. 이는 친근한 사람을 만났을 때 자연스런 행위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포옹하는 방식이 있다. 이는 매우 친근한 관계나 허물 없는 사이일 때 주로 발생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법우님들이 대부분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을 보면 그 만큼 익숙해서 일 것이다.

 

 

 

눈꽃 세상

 

불교모임 송년회이므로 식순에 따라 진행 되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것으로 시작 되었고, 마무리는 사홍서원과 산회가를 부름으로서 끝을 맺었다.

 

송년회가 열리는 장소는 동그란 공간으로서 단독 홀로 되어 있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고 마치 벌판 한 가운데 있는 듯 보이는 ‘작은행복’ 레스토랑의 주변은 온통 하얀 세상이다. 주변의 나무 가지에는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 붙어 눈꽃을 이루고 있다.

 

 

 

 

동화속의 집 같은 작은행복

 

 

행사가 열리는 돔형 작은 행복 레스토랑 역시 눈을 뒤집어 쓰고 있어서 동화속의 집을 연상시킨다.

 

 

 

 

돔형 레스토랑 작은행복

 

 

 

 

오후 다섯시부터 열시 가까이 있었지만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다. 여주인이 후배 기수이고 또 수 년 째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하루 만큼은 외딴 곳에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부담 없이 보내기에 딱 좋은 장소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었다. 돔형 홀에는 난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창측에 앉으면 발이 시릴 정도이다. 올해 들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첫 추위 때문이다.

 

추운날씨 만큼이나 얼어 붙은 경기

 

오랜만에 만난 법우님들과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어렵다고 한다. 일정한 고정수입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경기에 의존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불경기를 호소 한다. 예년과 달리 올해 들어 유독 경기가 안좋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수입이 뚝 떨어지고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는 이곳 작은행복 여주인도 마찬가지라 한다. 5년 전에 이 일을 처음 시작하였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예년과 같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다들 어렵고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밖의 추운날씨 만큼이나 얼어 붙은 경기가 풀려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강남스타일을 부르겠다고

 

돔형 홀이 난방이 되지 않아 추위를 느꼈지만 분위기 만큼은 따뜻했다. 준비된 음식을 들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작은행복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맞는 듯하다.

 

매번 음식메뉴는 똑 같다. 간단한 양식으로 준비 되었기 때문이다. 식사가 나오기 이전에 여로 모로 보시를 잘하는 어느 법우님이 굴무침을 해 왔다. 싱싱한 굴에 양념을 하였는데 모두들 감탄한다. 또 작은행복 여주인은  무공해로 재배하였다는 자칭 웰빙김치를 테이블 마다 듬뿍 올려 놓았다.

 

이럴 때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 없지 않을  수 없다. 테이블을 돌아 다니며 음료를 권하는 것이다. 그것도 무리하게 권함에 따라 탈이 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띄우려 노래를 신청하였는데, 놀랍게도 강남스타일을 부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노래방기기에 없었다. 아직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에센스만 4곡 선정하여

 

법우님들을 위해서 음악CD를 준비하였다.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외국불교음악 중에 에센스만 4곡 선정하여 만든 것이다. 이전에도 몇 차례 법우님들에게 준 적도 있었다.

 

음악을 잘 듣고 있는지 물어 보면 대부분 잘 듣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음악이 너무 좋아 매일 듣고 있다고 한다. 내용이 무언지 모르지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작은행복 주인에게도 준 적이 있었는데, 손님이 없는 날 쉬는 때 하루 종일 크게 놓는다고 한다. 그런면으로 보아 잘 만들어진 한편의 불교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

 

대승불교 비판에 불편해 하는 법우님

 

또 오랜만에 만난 법우님에게 블로그의 글을 읽어 보는지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법우님에게 필명을 가르쳐 주고 검색하여 찾으라고 알려 주었는데, 물어 보니 카페에서 보고 있다고 하였다. 블로그에서 글을 접한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글을 접한 것이다.

 

그런데 카페에 실려 있는 글 중에 대승불교에 대한 비판적인 글에 대하여 불편해 하는 것 같았다. 대승불교 가르침에 익숙해 있는 법우님이 대승불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의 글에 대하여 불편해 하는 것이다. 

 

세월이 빨리 흘러 간다고

 

대부분 세월이 빨리 흘러 간다고 말한다. 월요일이 되었다싶은데 고개를 돌려보니 금요일이 된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 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세월이 흐르는 것에 대하여 연령대에 곱하기 2의 속도라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월이 빨리 흘러 가는 이유는 그 만큼 경험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 한다. 세상에 대하여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경우 세월이 더디게 흘러 가는 듯한 느낌이 이를 증명한다.  

 

시간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 가는 것은 달력을 보면 알 수 있다. 달력 넘기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한 장을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해 놓은 것이 별로 없다. 특히 경기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암울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 엘(L)자형 경제가 될 것이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경기라는 말은 매년 되풀이 해서 듣던 말이다.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경기가 좋든 좋지 않든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산업화 이전의 농촌공동체의 기억을 떠 올리게 된다.

 

방 한켠에 쌓아 둔 고구마 더미

 

농촌에서는 한 해 농사를 짓고 난 다음 곡식을 광에 쌓아 두었다. 광이 넘칠 경우 방 한켠에 쌓아 두기도 하였다. 수수대 등으로 역은 차단막안에 가득 쌓여 있는 것은 고구마이었다.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래서 길고 긴 겨울날 저장된 구구마를 먹고 버티고, 다음 농사의 수확이 있을 때 까지 쌓아 놓은 곡식으로 연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눈 내린 긴겨울날 광에 곡식이 가득하고, 방 한켠에 고구마가 쌓여져 있다면 마음이 뿌듯하였으라고 본다. 그런 작은행복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바라는 작은 행복

 

초기경전에도 이와 같은 작은행복을 볼 수 있다. 숫따니빠따에서 소치는 다니야는 부처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소치는 다니야]

 

“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 놓았고,

마히 강변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내 움막은 지붕이 덮이고 불이 켜져 있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다니야의 경- Dhaniya sutta, 숫따니빠따 Sn1.2, 전재성님역)

 

 

소치는 다니야의 작은 행복을 엿볼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한 겨울에 고구마를 방 한켠에 쌓아 놓고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농부를 연상시킨다. 먹을 것이 있어서 걱정이 없고, 더구나 아내와 가족이 있고, 불켜진 가족이 살집도 있어서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비가 얼마든지 내려도 좋다는 것이다.

 

집착을 여읜 큰 행복

 

이런 작은행복에 대하여 부처님은 무엇이라고 말씀 하셨을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Akkodhano vigatakhīlo hamasmi
Anut
īre mahiyekarattivāso,
Viva
ā kui nibbuto 'gini
Atha ce patthayasi pavassa deva.

 

[세존]

 “분노하지 않아 마음의 황무지가 사라졌고

마히 강변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내 움막은 열리고 나의 불은 꺼져 버렸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다니야의 경- Dhaniya sutta, 숫따니빠따 Sn1.2,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소치는 다니야처럼 농사 지을 땅도 없고, 아내와 가족도 없고, 물셀틈 없는 집도 없다. 그러나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비가 내릴려면 내려라고 말한다. 이는 마음의 황무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석에 따르면 마음의 황무지는 탐욕의 황무지, 성냄의 황무지, 어리석음의 황무지를 말한다. 그래서 탐--치로 대표 되는 번뇌가 사라졌을 때 어느 것 하나 집착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한다. 집착으로 얻을 수 있는 작은행복 보다 집착을 여읜 큰행복을 가졌기 때문에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2012-12-0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