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산사가 부럽지 않은 계곡

담마다사 이병욱 2013. 5. 2. 15:54

 

 

산사가 부럽지 않은 계곡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와 저녁 늦게까지 오로지 모니터만 보는 것이다. 하루의 반은 글을 쓰는데 소비하고 나머지 반은 허겁지겁 밀린 일을 처리한다. 그런 일 역시 모티터를 바라보고 하는 일이다.

 

매일 모니터만 바라보니 시력이 나빠진 것 같다. 난시가 더 심해지고 눈도 침침해지는 것 같다. 이럴 때 모니터 보는 것을 중단하고 떠나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 때 마다 산에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산에서 사는 사람들은

 

사찰순례를 다닌지 8년이 되었다. 그 동안 다닌 순례지만 해도 100곳 가까이 된다. 순례기를 작성하여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순례를 가면 반드시 순례기를 작성하였다. 우리나라 전통사찰이 800군데가 넘기 때문에 언제 다시 가기 힘들다. 그래서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후기를 남겼다.

 

사찰 중에는 자연풍광이 좋은 사찰도 있다. 특히 암벽과 어우러진 산사는 한폭의  동양화 같다. 풍광이 좋은 사찰 몇 군데를 보면 다음과 같다.

 

 

 

삼각산 노적사

 

 

 

 

 

금강산 화암사

 

 

 

 

 

청량산 청량사

 

 

 

 

 

 

달마산 미황사

 

 

 

 

내장산 백양사

 

 

 

사진을 보면 거대한 암벽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바위에서 발산하는 기가 너무 세기 때문에 어느 주지스님의 말에 따르면 기를 누르기 위한 별도의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그런 방법중의 하나가 탑을 만드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탑불사를 권유하기도 하였다.

 

산사가 심산유곡에서 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세상의 오염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고자 함이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등 다섯 가지 감각대상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산속에 있으면 오염원으로부터 차단 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이 산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떠났어도 꽃은 피고

 

하지만 도시에서 사는 생활인들은 잠시라도 생활현장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보기 싫은 것도 보아야 하고, 듣기 싫은 것도 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쉽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오염원에 쉽게 물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하루 종일 일주일 내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적어도 일주일 한 번 정도는 떠난다.  

 

주말에 자주 찾는 곳이 있다. 관악산이다. 가까이 있어서 도보로 갈 수 있다. 목표지는 정해져 있다. 전망대 넘어 있는 작은 계곡이다.

 

관악산 가는 길목에 늘 보는 것이 있다. 비산동방면 산림욕장 입구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말이 연못이지 사실상 뻘에 지나지 않는다. 연못 바로 위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나이가 많이 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느 해 부터인가 보이지 않게 됨에 따라 연못은 방치되어 더 이상 연못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났어도 꽃은 피고 있다. 폐허가 된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도  목련이 절정이다.

 

 

 

 

 

 

 

 

 

연못 주변에는 갖가지 꽃들이

 

주인이 없어도 봄이 되자 나무들은 자신들의 할 바를 다 한다. 목련 뿐만 아니라 연못 주변에는 갖가지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앞다투어

 

봄은 생명이다.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요염한 하트()모양의 꽃

산비탈에 작고 소박한 꽃이 피어 있는가 하면 어느 집앞에는 붉고 화려한 꽃도 피어 있다. 매년 항상 그 자리가 가면 볼 수 있는 꽃이 있다. 마치 새색시 같은 꽃이다.

 

 

 

 

 

 

 

 

이꽃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요염하다는 것이다. 하트모양의 진홍색 꽃을 보면 꽃단장을 한 홍조빛의 요염한 자태의 여인을 떠 올리게 한다.  꽃구경이 끝나자 계곡을 향하였다.  

 

하늘 밖에 보이지 않는 계곡

 

늘 가는 계곡이 있다. 전망대 넘어 있는 계곡이다. 암반으로 되어 있고 하늘 밖에 보이지 않는 계곡이다. 보이는 것이라곤 종종 날아가는 비행기 뿐이다. 공항으로 가는 하늘길이어서 일 것이다.

 

 

 

계곡에 있으면 마치 강원도 깊은 산중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명계곡을 찾아 멀리 떠나지 않는다. 생기넘치는 봄에도 찾고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때도 찾는다. 그런 계곡은 은신처이자 아지트와 같다. 벌써 십수년째 같은 장소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계곡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더니

 

계곡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2007년 계곡 이야기를 블로그 도시탈출 있는 가장 빠른 관악산 우리계곡이라는 타이틀로 올렸다. 그랫더니 올린글이 대문에 올라 갔다. 습기찬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7월 중순날씨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도시탈출이라는 용어가 크게 어필 하였기 때문이라 본다. 그런 계곡은 이름이 없다. 그래서 임시로 우리계곡이라 한 것이다.

 

우리계곡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지도를 찾아 보았다.

 

 

 

 

 

위성사진을 보면 우측이 능선길을 따라 가는 등산로이고, 아래 쪽에 전망대로 불리우는 팔각정이 있다. 관악산 남사면 비산동 방면에서 올라 가는 코스이다.  등산로 좌측으로 내려 가면 계곡이 있다. 모두 암반으로 되어 있다.

 

계곡에 있으면 모든 것이 차단 되어 있다.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멀리 강원도 깊은 산속까지 가지 않아도 불과 몇 십분이면 도달 할 수 있는 거리이다. 더구나 등산로도 아니고 유명계곡도 아니이서 아는 사람만 안다.

 

작은 경이(驚異)

 

그런데 계곡에서 이제까지 못 보던 것을 발견하였다. 늘 다니던 계곡이지만 좀 더 올라가 보니 눈에 띄는 것이 보였다. 마치 인공구조물 같은 계단 모양이다.

 

 

 

 

 

 

 

 

 

 

마치 칼로 자른 듯이 보인다. 마치 인공구조물 같은 자연의 작품을 보면 작은 경이(驚異)’롭다. 경이라는 말이 놀라울 만큼 신기하고 진기하다는 뜻인데, 다큐프로에서 보는 거대한 자연의 구조물이 이에 해당된다. 그래서 경이로운 자연이라는 말로 표현 한다. 비록 작은 계곡에서 본 작은 자연작품일지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눈길을 끌게 한다면 충분히 경이로울 수 있는 것이다.

 

산사가 부럽지 않은 계곡

 

이렇게 가까이 문명을 멀리 할 수 있는 계곡이 있다보니 멀리 가지 않는다. 계곡에 있으면 심산유곡에 있는 산사가 부럽지 않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푸른 소나무와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이다. 그러다 보니 다섯가지 감각대상에서 자유롭다. 그런 계곡은 은신처이자 아지트이고 피난처이다.

 

 

 

2013-05-0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