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서울대공원 비경(秘境) 문원지

담마다사 이병욱 2013. 5. 19. 11:16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서울대공원 비경(秘境) 문원지

 

 

 

서울대공원 둘레길

 

신록이 우거진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매번 가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코스를 달리 했다. 이른바 산책길 또는 둘레길이라 불리는 길이다. 모두 포장되어 있고 아름드리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비가 와도 비를 맞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있다. 

 

 

 

 

 

 

 

 

 

 

 

 

 

 

 

실버세대들이 주로 찾는

 

서울대공원 동물원내에 있는 둘레길에는 인적이 드믈다. 동물원 외곽에 있어서 관람객들이 좀처럼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무료입장이 가능한 나이 든 실버세대들이 주로 찾는다. 그런 길은 평탄하고 경사가 완만하여 기분좋게 걸을 수 있다.

 

 

 

 

 

 

 

 

 

 

 

저수지를 발견하고

 

둘레길, 산책길을 죽 따라 올라가다 보니 거의 중앙이 되는 지점에 안내판이 보였다. 현위치 표시와 함께 바로 위에 저수지 그림이 보였다. 서울대공원 입구에 커다란 호수모양의 저수지가 있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산책길에 또다른 저수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산중에 있기 때문에 경치가 좋을 것 같았다.

 

 

 

 

 

 

 

이런 곳에 비경(秘境)이 있을 줄이야!

 

현위치라고 표시된 곳에서 저수지는 멀리 않았다. 역시 포장 되어 있는 도로를 쉬엄쉬엄 걸어 올라 갔다. 산책길 내내 향긋한 내음이 났는데 이곳 길 역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향기가 났다. 눈은 푸르름에 있고 코로는 향긋한 냄새를 맡고 귀로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저수지에 도착하였다. 한 마디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비경(秘境)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을 그토록 많이 다녔건만 이런 곳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옛선비들이 시조로서 말한 무릉도원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평화롭다.

 

 

 

 

 

 

 

 

 

 

 

 

 

 

 

 

 

 

 

 

 

 

청계사와 산하나를 두고

 

저수지 좌측으로 해발 618미터의 청계산이 보인다. 지도로 확인 해 보니 저수지 우측을 넘으면 ‘청계사’가 곧바로 나온다. 그러고 보니 청계사와 서울대공원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척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성사진으로 본 저수지

우측 하단에 청계사가 보인다.

 

 

 

 

가까이 사는 곳에 이런 비경이 있음에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감추어진 경치, 비경이라 이름 할 수 있다. 많이 알려져 있어서 사람들로 북적인다면 더 이상 비밀의 경치라 볼 수 없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만 찾아 가는가 보다.

 

산도 물도 온통 신록

 

지도상 문워지라 불리우는 저수지 둑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였다. 눈에 밟히는 것은 신록의 숲이다. 이제 새 잎이 돋아나 연두색조가 강한 신록이다. 그런데 숲만 신록이 아니다. 물 또한 신록의 빛깔이기 때문이다. 주위가 온통 신록이다 보니 물의 색깔 역시 짙푸른 색깔이다. 그래서 산이나 물이나 모두 초록빛깔이다.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눈으로는 초록이, 귀로는 새소리가 들린다. 코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향긋한 내음이 있고, 바람이 부드럽다. 이렇게 다섯 가지 감각능력 중에 미각만 빼고 눈, 귀, 코,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섯 가지 감각능력, 즉 오욕락을 누리기 위하여 잣나무 잎파리를 따서 입에 물었다. 미각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오욕락을 즐기게 되었다.

 

 

 

 

 

 

 

 

 

 

 

 

 

 

 

빠삐만이 하자는 데로

 

일반적으로 오욕락이라 하면 식욕, 성욕, 안락욕, 재물욕, 명예욕 이렇게 다섯 가지를 말한다. 그러나 빠알리니까야에 따르면 오욕락은 다섯 가지 감각능력으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 즉, 눈, 귀, 코, 혀, 몸 이렇게 다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과 같은 감각대상을 즐기고 갈애 하는 것을 오욕락이라 한다. 이와 같은 오욕락에 대하여 상윳따니까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 하였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원하고 즐겁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감각적 욕망을 자극하고 애착의 대상이 되는, 시각으로 인식되는 형상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환희하고 환호하고 탐착하면, 수행승들이여, 그 수행승은 악마의 소굴에 들어가 악마의 지배를 받는 자라고 한다. 악마의 밧줄이 그를 사로잡고 그가 악마의 밧줄에 묶이면 그는 악마 빠삐만이 하고자 하는 데로 한다.

 

(Mārapāsasutta0악마의 밧줄의 경, 상윳따니까야 S35:114, 전재성님역)

 

 

눈으로 형상을 보았을 때 접촉이 일어난다. 눈이라는 감각능력과 형상이라는 감각대상이 부딪치면 시각의식이 일어난다.  이렇게 세 가지가 화합하여 접촉이 일어 나는데, 접촉을 조건으로 느낌이 일어나 연기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느낌을 느낌으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느낌을 조건으로 갈애가 일어나기 때문에 집착하게 된다. 집착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악마의 밧줄에 묶인 것으로 본다. 마치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악마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라 한다.

 

루비콘강을 건너면

 

이는 시각 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정신도 마찬가지이다. 대체적으로 악하고 불건전한 대상들이다. 그래서 오욕락에 매이면 괴로움을 유발하여 세세생생 윤회 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어느 단계에서 알아차려야 할까?

 

빠알리니까야에서는 느낌 단계에서 알아차리라고 한다. 느낌단계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면 갈애로 발전하게 되는데, 갈애 단계는 마치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과 같기 때문에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고,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의 현장이다. 선별해서 보고나 듣거나, 아니면 아예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면 눈감고 귀막고 살면된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럴 경우 깊은 산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바로 서울대공원안에 숨겨진 저수지 같은 곳이라 본다.

 

깊은 산중에서 도닦는 사람들

 

초록의 산과 초록의 물을 바라보는 것은 눈을 자극하지 않는다. 사람을 바라 보거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형상을 보면 갈애가 생기지만 산천초목을 바라 본다고 하여 욕망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 있어서 마음 놓고 보아도 된다. 보기 싫어도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봐도 되는 것이다.

 

귓가로 들리는 새 소리 역시 걸림이 없다. 어디선가 발산하는 향긋한 내음 역시 악하고 불건전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한 줄기 바람이 불 때 얼굴로 느끼는 부드러운 감촉이 감각적 욕망을 자극할 리 없다.

 

이렇게 비경의 저수지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정화 되는 듯 하다. 왜 스님들이 도를 닦기 위하여 사람들이 살지 않은 깊은 산중으로 들어 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서정주의 신록시비를 발견하고

 

서울대공원의 비경 문원지에 시비가 하나 있다. 마치 숨어 있듯이 사람이 잘 오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다. 자세히 보니 신록이라는 제목이다. 지금 신록이 한창이어서 신록을 즐기고 있는데 시비에 신록이라는 시가 있다. 이를 우연의 일치라고 보아야 할까.

 

 

 

 

 

작은 글씨로 보일 듯 말 듯 새겨져 있는 시를 읽어 보았다. 이 시에 대한 인터넷검색을 하니 논술교실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록 

 

 

어이할꺼나
,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서정주)

 

 

이 시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 논술교재 자료에 따르면 이시는 서정적, 고백적, 영탄적, 비유적이라 한다. 그리고 이 시의 주제는 신록의 계절에 홀로 간직한 사랑에서 느끼는 가슴 벅찬 심정이라 한다. 눈부신 신록의 계절에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애타는 감정의 표현으로 보인다.

 

 

보기 싫어도 보아야 하고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아무리 경치가 좋기로 마냥 앉아 있을 수 없다. 때가 되면 내려 가야한다. 잠시 눈과 귀, , 몸으로 행복을 느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불과 한시간도 되지 않아 내려 가야 했기 때문이다.

 

보기 싫어도 보아야만 하고, 듣기 싫어도 들어야만 하는 것이 삶의 현장이다. 산하대지등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새소리 바람소리등 듣고 싶은 것만 들을려면 산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생활인이다.

 

당장 지하철역 입구에서 보기 싫은 것을 보아야 했고, 듣기 싫은 것을 들어야 했다. 지하도 내려 가는 입구 목 좋은 곳에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종이를 나누어 주며 예수님 믿고 천국가세요라고 말하는 전도사와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2014-05-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