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무렵 나무에서 피는 꽃들
날씨와 마음
변화무쌍한 것이 날씨이다.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서서히 탁해진다. 공기가 탁해지면 구름으로 변하고, 마침내 비가 되어 내린다. 특히 봄날씨가 그렇다.
날씨의 변덕 못지 않게 사람의 마음 역시 변화무쌍하다.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금새 우울하고 근심어린 마음으로 변한다. 청명한 날씨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탁해지듯이 착하고 건전한 마음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하고 불건전한 마음으로 변한다. 그런면에 있어서 날씨와 마음은 똑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음이 울적할 때
마음이 울적할 때 어떻게 해야할까. 자리를 뜨는 것이 좋다. 기분전환을 위해서이다. 닫힌 공간에서 앉아 있어 보았자 좀처럼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 때 일단 나가고 보는 것이다.
거리를 나서면 이곳저곳에 꽃이 피어있다.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 불리우는 오월은 꽃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을 바라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밝아진다.
거리에 새로운 꽃들이 피기 시작하였다. 오월 중순에 피는 꽃들이다. 그런 꽃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가장 큰 특징은 잎파리가 먼저 피고 그 다음에 꽃이 피는 나무들이다. 벚꽃처럼 사월에 피는 꽃들은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잎사귀가 나는 것이 많지만 오월의 꽃은 그 반대이다. 그런 꽃들을 보았다. 도시의 작은 공원에 키높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있다.
품위와 격조있는 층층나무
층층나무가 있다. 지금 층층나무에 꽃이 만발 하였다. 꽃이 층층이 핀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층층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산중에서도 볼 수 있고 정원에서도 볼 수 있다.
층층나무는 키가 큰 나무이다. 한국, 중국, 일본이 원산이다. 주로 관상용으로 심어지는데 경복궁과 같은 궁궐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품위와 격조있게 보인다. 그런 층층나무 한 구루가 가까이 있는 작은 공원에 마치 ‘왕자’처럼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층층나무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부터이다. 부처님오신날 무렵에 피는데 꽃이 아름다워 블로그에 올렸더니 어느 법우님이 꽃이름을 가르쳐 주어 알게 되었다.
층층나무를 보면 규칙적으로 가지가 돌아 가면서 수평으로 가지런히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시루떡’을 올려 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는 것 같다.
층층나무에 핀 꽃을 자세히 보기 힘들다. 사람키보다 더 높은 곳에 피어 있기 때문에 근접촬영이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가지가 늘어진 끝에서 층층나무 특유의 꽃모양을 볼 수 있다.
해마다 오월 이맘때쯤 보는 것이 층층나무이다. 겨울에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때는 쳐다 보지도 않지만 부처님오신날에 피는 꽃, 층층나무가 필 때면 다시 여러 번 자주 쳐다 보게 된다.
꽃들을 따는데 마음을 빼앗기면
오월은 꽃의 계절이다. 날씨만큼이나 변던스런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만 꽃을 보고 있으면 그 순간 만큼은 마음이 멈춘다. 그래서일까 초기경에서도 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법구경에서는 24품중에 별도로 ‘꽃의 품(Pupphavagga)’이 있을 정도이다.
꽃의 품에는 총 16개의 게송이 있다. 모두 꽃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 중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Pupphāni heva pacinantaṃ 뿝파니 헤와 빠찌난땅
byāsattamanasaṃ naraṃ 브야삿따마나상 나랑
suttaṃ gāmaṃ mahoghova 숫땅 가망 마호고와
maccu ādāya gacchati. 맛쭈 아다야 갓차띠.
오로지 꽃들을 따는데
사람이 마음을 빼앗기면,
욕망이 채워지기 전에
악마가 그를 지배한다.(Dhp 47)
꽃이 보기 좋으면 자꾸 쳐다 보게 된다. 또 향내까지 취하게 된다. 눈으로 코로 즐기는 것이다. 더 나아가 꽃을 꺽게 될지 모른다. 꺽어서 화병에 넣어 자신만이 즐겨 보기 위함이다. 꽃에 대한 갈애가 심해지면 도둑질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자가 지나치게 꽃과 향기에 탐닉하면 꽃도둑, 향기도둑이라 하였다.
게송에서는 꽃을 감각적 쾌락의 욕망으로 비유 하였다. 여러가지 꽃을 따서 화환을 만드는 사람처럼 감각적 쾌락의 가닥인 꽃들을 따 모으는 사람은 자신과 연결되거나 물질적 대상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은 얻지 못한 것을 원하고 얻은 것에 탐착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빼앗기는 것을 말한다.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감각적 쾌락에 대해서 항상 불만족한 상태에 있게 된다. 그래서 욕망이 채워지기 전에 악마가 그를 지배한다고 하였다. 감각적쾌락에 대한 욕망이 악마인 것이다. 그래서 악마는 사람을 비탄에 빠뜨리고 마침내 복종시키게 한다고 하였다.
부처님오신날 무렵에 피는 꽃
부처님오신날 무렵에 피는 꽃이 있다. ‘불두화’이다. 주로 절에서 관상용으로 재배 되어서 불교와 매우 인연이 깊은 꽃이다. 꽃 모양도 부처님의 ‘육계’를 닮아서 부처님의 두상을 연상케 하는 꽃이다. 그런 불두화가 도시의 작은 공원에 피었다.
불두화는 이제 시작이다. 육계는 형성되어 있지만 아직 파르스름한 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불두화를 보면 여러 개의 꽃잎이 다발을 이루고 있다. 마치 공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아기 주먹만하다가 점차 날짜가 지남에 따라 어른 주먹만해지고 더 시간이 지나면 꽃잎이 백색으로 변하면서 갖난아기 머리통 만하게 커진다.
벌들은 꽃밭을 돌아다니지만
꽃은 보는 것은 눈을 즐겁게 한다. 꽃을 보는 것만 해도 근심걱정이 멀리 도망가는 듯하다. 특히 도시에서 보는 꽃은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그래서 디카를 들이밀게 된다. 가슴설레이게 하는 것은 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의 아름다운 게송은 꽃 못지 않게 마음을 끌어 당긴다. 법구경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Yathāpi bhamaro pupphaṃ 야타삐 바마로 뿝팡
vaṇṇagandhamaheṭhayaṃ 완나간다마헤타양
paleti rasamādāya 빨레띠 라사마다야
evaṃ gāme munī care. 에왕 가메 무니 짜레.
색깔과 향기를 지닌 꽃은
꿀벌이 건드리지 않고
오직 꿀만 따서 나르듯,
성자는 마을에서 유행한다.(Dhp 49)
벌들은 꽃밭을 돌아다니면서 꽃과 그 색깔이나 향기를 파괴하지 않는다. 각주에 따르면, 벌들은 필요한 만큼의 화밀을 빨아먹고 꿀을 만들기 위해 조금 더 취할 뿐이라 한다. 그리고는 숲속 깊이 들어가 꽃가루가 묻은 화밀을 나무의 깊숙이 숨겨진 벌집에 저장하면 그것이 꿀로 변한다. 꽃밭이 있기 때문에, 꽃들이나 그들의 색깔이나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것이 자연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피는 꽃
오월에 피는 꽃은 사월에 피는 꽃과 다르다. 잎사귀가 먼저 나고 나중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월에 피는 꽃은 꽃과 잎사귀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꽃 들 중에 매우 아름다운 꽃을 보았다. 꽃나무 이름은 알 수 없다. 도시의 작은 공원에 심어져 있는 키큰 나무에서 마치 탑처럼, 트리처럼 피는 꽃이 피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서 보았다. 마치 꽃모양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겼다. 길쭉한 세모꼴로서 층층이 꽃다발 무더기가 쌓여 있다.
이 꽃 이름은 무엇일까? 마침 가지가 길게 늘어 진 것이 있어서 근접촬영이 가능하였다. 만개한 꽃을 보니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있는 듯이 보였다.
신록의 파란 잎사귀와 함께 트리모양의 꽃이 매혹적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피는 꽃
라따나경(보배경,Sn2.1)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꽃으로 비유하였다. 게송에서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숲의 총림이 가지 끝마다 꽃을 피어내듯, 이와 같이 열반에 이르는 위없는 묘법을 가르치셨습니다.(Sn2.1)”라는 문구를 말한다.
오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이다. 그러나 일교차는 무척심하다. 10도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밤에는 추은 듯하고, 낮에는 마치 초여름 같은 날씨이다. 6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 되는데, 더위가 시작 되기 전 오월에 나뭇가지마다 앞 다투어 꽃들이 피고 있다. 키 높은 나무에서 피는 꽃들이다. 부처님은 열반에 이르는 묘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꽃을 비유로 들었다.
꽃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설령 이름 없는 작은 꽃일지라도 꽃이 피었다는 것 자체는 하나의 우주가 열린 것이다. 그래서 법구경 꽃의 품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Yathā sankāradhānasmiṃ 야타 상카라다나스밍
ujjhitasmiṃ matāpathe 웃지따스밍 마하빠테
padumaṃ tattha jāyetha 빠두망 땃타 자예타
sucigandhaṃ manoramaṃ 수찌간당 마노라망.
사거리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위에서
그곳에 맑고 향기롭고 사랑스런
홍련화가 피어나듯, (Dhp 58)
Evaṃ saṇkārabhūtesu 에왕 상카라부떼수
andhabhūte puthujjane 안다부떼 뿌툿자네
atirocati paññāya 아띠로짜띠 빤냐야
sammāsambuddhasāvako 삼마삼붇다사와코.
눈멀고 쓰레기와 같은
일반사람들 가운데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의 제자는
지혜로 밝게 빛난다. (Dhp 59)
길에 버려진 음식쓰레기나 잡동사니 위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마찬가지로 쓰레기더미처럼 많은 오염이 생겨난 자, 쓰레기같이 가치 없는 범부로 태어났더라도, 무지하고 지각 없는 사람들 사이에 태어났더라도 깨달은 자는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각주에 따르면, 번뇌를 끊은 자는 그 자신의 통찰력으로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 재난임을 알고, 그것의 여읨의 이익을 보고, 집을 떠나 출가하여, 계행과 삼매와 지혜를 닦아 마침내 궁극적 해탈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2013-05-14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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