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마음의 불을 어떻게 꺼야 할까? 불타는 화염산(火焰山)을 바라보며

담마다사 이병욱 2013. 7. 23. 13:57

 

마음의 불을 어떻게 꺼야 할까? 불타는 화염산(火焰山)을 바라보며

 

(실크로드 불교유적 성지순례 16, 화염산(火焰山), 2013-06-2)

 

 

 

 

화염산 가는 길에

 

쿰탁사막투어를 마친 순례팀은 베제클리크 천불동으로 향하였다. 천불동은 선선과 투루판 사이에 있는데, 선선에서 64키로키터 지점에 있고 투루판에서는 30키로미터 지점에 있다. 투르판과 더 가깝다.

 

선선에서 베제클리크 천불동이 있는 화염산까지 위성지도를 보면 다음과 같다.

 

 

 

 

 

 

선선(A)-화염산(B) 64Km

 

 

 

화염산으로 가는 길에 마치 징검다리처럼 오아시스가 드문드문 있다. 하미에서 선선에 이르는 288Km 4시간 동안 오아시스 도시 하나 볼 수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차창밖으로 화염산이

 

마침내 화염산이 나타났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화염산은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이다. 마치 훨훨 타오르는 불꽃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붉은 색조를 띠고 있다.

 

 

 

 

 

 

 

 

 

B지점에서 본 불꽃모양의 화염산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다는 아니다. 그렇다면 화염산은 얼마나 큰산일까?

 

위키백과에 따르면 화염산은 총길이가 98Km이고 폭이 9Km에 이르는 거대한 산이다. 위성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선선에서 투르판까지 가로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산이라기 보다 산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높이는 불과 500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평지에 돌출 되어 있기 때문에 높게 보인다.

 

목적지는 베제클리크 천불동

 

화염산은 아래 사진에서 A지점이 가장 유명하다. 그래서 A지점에 관광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버스는 A지점에서 서지 않았다. 일정에 포함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A지점의 뒷 편에 있는  B지점인 천불동으로 향하였다. 돈황의 막고굴 다음으로 크다는 베제클리크 천불동이다.

 

 

 

화염산 관광지(A)-베제클리크 천불동(B)

 

 

 

용감한 청년 크라코자(Krarghoja)

 

98Km에 달하는 화염산에는 총 10개의 계곡이 있다고 한다. 산이라고 하지만 풀한포기 없고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다. 그런 곳에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는 것이다. 가이드에 따르면 10개의 계곡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10개의 계곡이 생기게 된 전설이 있다고 한다.

 

위구르족의 전설에 따르면 아득하고 먼 옛날에 동남동녀를 잡아먹는 용들이 화염 산속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인간의 피해가 커지자 이를 걱정하던 중에 한 용감한 청년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크라코자(Krarghoja)’이었다고 한다.

 

크라코자는 용들을 죽이기 위해 화염산으로 들어 갔다. 용들과 격투를 벌인 크라코자는 용 10마리를 모두 칼로 찔러 무찔렀다. 그러자 용들은 피를 흘리며 도망갔다. 그 때 용들이 흘린 파로 인하여 산이 붉게 되었고 또한 10개의 계곡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전설이어서일까 위구르족들은 화염산을 불길한 산이라 하여 홍산(紅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화염산에서 가장 풍광이 뛰어난 곳

 

붉은 기운이 감도는 화염산은 바위로 이루어지지 않고 모두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확하게 붉은 사암으로 형성되어 있다. 화산 활동에 의해 오랜 세월동안 침식되어 형성된 협곡과 산으로 용암이 녹아서 산아래 길을 내었고 불타는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화염산에 대한 사진을 보면 불타는 듯한 모습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길에 본 또 다른 화염산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베제클리크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이다. 화염산에서 가장 풍광이 뛰어난 곳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사진찍는 장소인 것 같다. 가던 길에 차가 멈추었다. 그리고 경치를 감상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랜드캐년을 보는 것 같다

 

협곡 아래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계곡 사이에는 풀과 나무가 보인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구루 없는 산과 푸른 계곡의 절묘한 조화이다. 이런 광경을 보더니 어느 분이 말하기를 그랜드캐년을 보는 것 같다고 하였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그랜드 캐년과 유사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평평한 지형에 계곡이 형성되어 협곡을 이룬 것을 말한다.

 

감추어진 경치, 비경(秘境)

 

사람들은 산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산에는 나무가 있고 숲이 있고 바위가 있어야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설악산 같은 산을 절경이라 한다.

 

하지만 사막에서 보는 산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구루 없어도 산은 산인 것이다. 평지에 돌출 된 것은 모조리 산이다. 화염산도  마찬가지이다.

 

화염산을 보면 풀이나 나무를 볼 수 없지만 절경이다. 그것은 산세 때문이다. 산의 형상이 감탄을 자아 내게 하는 것이다. 자연이 빚어 낸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바로 이런 것을 감추어진 경치,비경(秘境)이라고 하지 않을까

 

 

 

 

 

 

 

 

 

 

 

 

 

 

 

 

 

현지인들의 생활터전

 

도로를 죽 따라 가다 보면 베제클리크 천불동 입구가 나타난다. 그곳에는 화염산(火焰山)이라는 팻말이 서 있다. 인증샷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낙타 투어로 생계를 유지하는 현지인들의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삼장법사 일행의 조형상

 

화염산은 서유기와 관련된 이야기로 넘쳐 난다. 서유기 촬영장소에 세워진 삼장법사 일행의 조형상이 있다.  이런 유형의 조형상은 실크로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화염산은?

 

화염산은 소설 서유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화염산은 어떤 산일까?  화염산과 관련된 소설 속의 줄거리는 이렇다.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천으로 불경을 얻으러 가던 손오공은 때아니게 날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가을철인데도 선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한 현상이었다.

저팔계가 아는 척하고 나섰다. "해가 지는 곳에 사하리라는 나라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해가 지는 서천 쪽으로 가고 있다. 해가 가까워져서 날이 더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사하리에 도착할 때가 된 것 같다." 손오공이 윽박질렀다. "어림도 없다. 삼장법사처럼 아침에 3, 저녁에 2리씩 걷다가는 갓난아이가 할아버지가 되고, 다시 태어났다가 할아버지가 되기를 3번이나 되풀이해도 도착할 수 없다."

손오공의 말이 맞았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사하리가 아니라 화염산이었다. 사방 800리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이었다. 이름처럼 온통 불길에 휩싸여 있는 산이었다. 그래서 풀 한 포기도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일행은 이곳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손오공을 빼고는 불 속을 뚫고 산을 넘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파초선)

 

 

이것이 소설속에 묘사된 화염산이다. 서역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화염산을 넘어 가야 하는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더워서 산을 넘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300리 화염산이 온통 불붙어 화염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산전체가 마치 타오르는 불꽃 처럼

 

이는 화염산의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

 

 

 

 

 

 

 

 

 

 

산전체가 마치 타오르는 불꽃 처럼 보인다. 디카로 찍은 사진에서는 그다지 붉게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붉게 보인다. 더구나 여름의 화염산은 5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더운 곳이라 한다. 이는 바다에서 가장 먼 지역에 해당되고 또 해발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 하기 때문에 여름에 가마솥 더위가 된다고 한다.

 

손오공이 해결사로

 

이처럼 삼장법사일행이 불타는 화염산을 넘지 못하자 손오공이 해결사로 나선다. 불을 끌 수 있는 파초선이라는 부채를 빌리기 위해서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손오공은 궁리 끝에 파초동에 있는 나찰녀를 찾아갔다. 불을 끌 수 있는 파초선(芭蕉扇)이라는 부채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나찰녀는 파초선을 빌려주는 대신 손오공을 향해 흔들어 바람을 일으켰다. 손오공은 부채바람에 밤새도록 날려가 소수미산 꼭대기에 떨어졌다. 무려 5만리를 날려간 것이다. 보통사람은 부채질 한번에 84천리나 날려간다고 했다. 파초선은 무서운 무기이기도 했던 것이다.

손오공은 다시 나찰녀에게 갔다. 이번에는 하루살이로 둔갑해 나찰녀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나찰녀의 몸 속 여기저기를 마구 찌르고, 건드렸다. 원숭이의 야릇한 장난이었다. 나찰녀는 견디지 못하고 파초선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짜´ 부채였다. 부채질을 할수록 불길은 오히려 더욱 타올랐다. 손오공은 엉덩이 털만 모두 태우고 말았다.

두 번이나 실패한 손오공은 작전을 바꿨다. 나찰녀의 남편인 우마왕으로 둔갑했다. 어렵게 진짜 파초선을 얻을 수 있었다. 손오공은 화염산을 향해 파초선을 49번 흔들어댔다. 그제야 그 무섭던 불이 완전히 사라졌다.

(파초선)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화염산의 불을 끄는 장면이다. 그런데 파초선을 빌리는 과정에서 몇 가지 헤프닝이 있었다. 그것은 나찰녀와 힘겨루기 과정이다.

 

손오공은 처음에 나찰녀에게 여지 없이 당했다. 두번째는 가짜 부채로 불난집에 부채질 하듯 더욱더 불이 붙었다. 마침내 세 번째로 파초선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는 나찰녀의 남편 우마왕으로 변신하여 진짜 파초선을 얻어 낸 것이다. 그래서 진짜 부채를 부처서 그것도 49번을 부친 결과 화염산의 불을 완전히 끌 수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님

 

서유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소년시절 책이나 만화를 통하여 한 번쯤 접해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유기는 중국에서 매우 인기 있는 것 같다. 중국의 tv에서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서유기만한 인기 소설이 없다고 보여진다.

 

중국에서는 삼장법사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불경을 구해 오는 구법여행기가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 못지 않게 소설 서유기로도 인기가 높다. 삼장법사와 제자들이 역경을 극복하고 천축에서 경전을 얻어 온다는 이야기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흥미를 자아 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유기에 대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계속 발표 되고 있다.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신서유기

 

중국에서 최근 신서유기라 하여 중국에서 2010 52부작으로 제작된 바 있다. 이 프로는 인기가 매우 높아서 중국 전역에 4개의 위성채널을 통해 동시 방영되었고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2010 절강판 신서유기

 

 

 

이드라마는 원작을 바탕으로 각종 오락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우리나라 케이블 tv에서도 2011년에 이미 방영된 바 있다. 인터넷으로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이처럼 끊임 없이 새로운 서유기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서유기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대히트를 친 것이 있다. 그것은 날아라  슈퍼보드이다.

 

 

 

 

 

날아라 슈퍼보드는 대한민국 애니메이션이다. 허영만 원작으로 1990~1992에 방영 되었는데 그 때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에니메이션은 중국 고전 소설 서유기의 이야기 흐름에 충실하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소설속의 삼장법사는 말을 타고 가지만, 에니메이션 속의 삼장법사는 지프차를 타고 가는 것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날아라 슈퍼보드는 도중에 제목이 바뀐 것이라 한다. 허영만 만화에서 원래 제목은 미스터 손이었다고 한다. 만화의 주인공 미스터 손은 슈퍼보드를 타고 다니며 쌍절곤을 무기로 사용한다. 손오공을 형님으로 모시는 저팔계는 ‘~하셔로 표현되는 애드립으로 유명하고, 사오정은 가끔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오정 개그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만화 드래곤 볼

 

 

일본에서는 드래곤 볼 孫悟空 , ドラゴンボ)이 있다. 서유기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주간 소년 점프에서 1984년부터 1995년 까지 10년간 연재한 만화라 한다. 전세계에 흩어진 7개를 모두 모으면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진다는 드래곤 볼에 대한 이야기라 한다. 2012년 기준 일본에서 1 5천만 부가 발행되었고, 전세계적으로 2 3천만부가 발행되었다고 한다.

 

 

孫悟空 (ドラゴンボ)

 

 

 

드래곤 볼이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이 드래곤볼 GT’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디오로 30편이 출시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방영된지 13년 만에 우리나라 케이블TV에서도 2010년 방영되었다.

 

서유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서유기가 동양 삼국에서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은 것일까? 서유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삼장법사가 불경을 구하러 가는 구법여행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을 매료 시키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서유기를 연구한 작가는 다음과 같이 책의 서문에 써 놓았다.

 

 

서유기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무나 다채롭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상도 지구를 훌쩍 벗어나 있다. ‘서유기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현대의 하이브리드 생물을 떠 올리게 하며, 소설속에 묘사되는 여러 층차의 공간은 판타지 소설 속에서도 그 잔영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영화 메트릭스를 보면서 그 속에서 나는 또다시 서유기를 발견한다. ‘메트릭스에 나오는 공간에 대한 묘사, 겹쳐진 공간(중첩공간)’에 대한 묘사는 서유기에서도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현대와 과거, 그리고 구미와 중국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넘어서 이러한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나는 인간 사유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서유기는 그런 면에서 다면적인 요소를 가진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나선희 작가, 서유기-고대 중국인의 사이버스페이스)

 

 

작가에 따르면 서유기는 흥행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시공간을 뛰어 넘나 들뿐만 아니라 자유자재한 활동 등이 요즘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와 맞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시대와 맞게 재해석하고 각색한 새로운 버전의 서유기가 한국, 일본, 중국에서 끊임 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샛길로는 가지 않는다(行不由徑)”

 

소설 서유기에서 화염산은 통과 하지 않으면 안될 산이다. 불난 산을 피해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300리나 되는 큰 산을 피해서 천축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가든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라면 화염산을 우회하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천축에 가기면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팔계는 화염산을 떠나 다른 길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화염산의 토지신이 나타나 샛길로는 가지 않는다(行不由徑)”라고 말한다. 돌아 가지 말라는 것이다. 손오공 역시 정공법을 택했다. 우회하지 않고 정면돌파 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 바른 결과(正果)는 도착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정해 진 길 위에서의 시련을 이겨 내면서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역으로 가는 길이 수행의 길임을 말한다. 그래서 손오공은 파초선을 구하여 49번을 부채질 한 끝에 마침내 화염산의 불을 끄고 통과하게 된다.  

 

 

 

화염산 위성사진

 

 

일체가 불타고 있다

 

이와 같은 정공법은 초기불교 경전에서도 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에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불길이 일어 났을 때이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일체가 불타고 있다. 수행승들이여, 어떻게 일체가 불타고 있는가?

 

수행승들이여, 시각도 불타고 있고 형상도 불타고 있고 시각의식도 불타고 있고 시각접촉도 불타고 있고 시각접촉을 조건으로 생겨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도 불타고 있다. 어떻게 불타고 있는가?  탐욕의 불로, 성냄의 불로, 어리석음의 불로 불타고 있고 태어남,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으로 불타고 있다고 나는 말한다.

 

(Ādittapariyayaysutta-연소에 대한 법문의 경, 상윳따니까야 S35:28, 전재성님역)

 

 

이 경은 초전법륜경과 무아의 특징경에 이어 부처님이 세 번째 설법한 경이라 한다. 불을 숭배하는 깟사빠 삼형제의 교화를 위하여 설한 경이라 한다.

 

경에서 부처님은 일체가 불탄다고 하였다. 그런 일체는 부처님이 말씀 하신 세상은 오온, 십이처, 십팔계의 세상이다. 왜 세상은 불타고 있을까?

 

왜 세상은 불타고 있을까?

 

지금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보고 있다면 시각도 불타고, 시각의식, 시각접촉도 불탄다고 하였다. 이는 다름 아닌  느낌인 것이다. 그런 느낌은 언제나 세 가지이다. 즉 즐거운 느낌(樂受), 괴로운 느낌(苦受),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不苦不樂受)이다.

 

이런 느낌으로 인하여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발생한다. 즐거운 느낌이면 거머쥐려 하기 때문에 욕심이 생겨나고, 괴로운 느낌이면 밀쳐 내려 하기 때문에 를 내게 된다.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무덤덤한 느낌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어리석은 마음이라 한다. 그래서 이 한 몸안에서 일어나는 세상은 매 순간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불바다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불을 끌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불을 끌 수 있을까?

 

소설 서유기에서는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화염산의 불을 껐다. 그렇다면 탐욕의 불, 성냄의 불, 어리석음의 불은 어떻게 꺼야 할까?

 

불은 땔감이 있어야 탄다. 땔감이 없으면 더 이상 불이 나지 않을 것이다. 땔감이 다 떨어졌을 때 불은 자연스럽게 꺼질 것이다. 그런 땔감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땔감이다. 이 땔감으로 하여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보아서 잘 배운 고귀한 제자는 시각에서도 싫어하여 떠나고 형상에서도 싫어하여 떠나고 시각의식에서도 싫어하여 떠나고 시각접촉에서도 싫어하여 떠나고 시각접촉을 조건으로 생겨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에서도 싫어하여 떠난다.

 

(Ādittapariyayaysutta-연소에 대한 법문의 경, 상윳따니까야 S35:28,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시각 등 여섯 가지 감각능력에 대하여 싫어 하는 마음을 내라고 하였다. 그래서 탐욕을 일으키는 즐거운 느낌, 성냄을 야기하는 괴로운 느낌, 어리석음의 근원이 되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에서 떠나라고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불을 낼 땔감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매순간 탐욕이라는 땔감, 성냄이라는 땔감, 어리석음이라는 땔감을 만들지 않았을 때 더 이상 세상은 불에 타지 않을 것이다. 불이 다 꺼지는 것이다. 이렇게 부처님은 마음의 불을 끄라고 하였다.

 

불꽃을 내며 화염에 싸인

 

소설속에 등장하는 화염산을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 기간 중에 가장 큰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불타는 형상의 화염산은 차창 밖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불타는 모습을 보면 이름 그대로 불꽃을 내며 타는 산처럼 보인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구루 없어도

 

그러나 불꽃모양의 화염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부분에 지나지 않다.  98Km나 되는 화염산의 일부분일 뿐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베제클리크 천불동으로 가는 길에 본 화염산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구루 없어도 충분히 절경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런 화염산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구루 없어도 벌겋게 불타고 있었다.

 

 

 

 

 

 

 

2013-07-2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