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차라리 홀로 가는 것이 더 낫다” 애착에서 생겨나는 위험

담마다사 이병욱 2014. 2. 10. 12:21

 

차라리 홀로 가는 것이 더 낫다 애착에서 생겨나는 위험

 

 

 

오지랖 넓은 사람

 

마당발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과의 사귐이 많고 폭넓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곳 저곳에 아는 사람이 많고 모두가 다 친구이며 동료이다.

 

마당발과 유사한 말로서 오지랖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오지랖이 넒다라고 하는데, 이는 약간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인터넷국어사전에 따르면 주제넘게 아무 일에나 쓸데없이 참견하는 것또는 염치 없이 행동하는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마당발이라는 말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뜻이고, ‘오지랖넓다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변덕이 죽 끓듯이

 

사람들은 끊임 없이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 잠시라도 가만 있지 않는다. 무료와 권태, 심심함을 참지 못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사람 저사람을 만나고 사귄다. 또 이단체 단체 회원으로 가입하여 교제한다. 이렇게 두루 두루 널리 사귀다 보면 모임이 끊이지 않고 늘 바쁘다. 그렇다고 하여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좋은 사람들만 있을까?

 

모임 중에서도 종교모임이 있다.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화기 애애 하고 평화롭다. 그것은 이해관계를 떠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호 모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반드시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 의견을 달리하고 견해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파가 갈리고 내편 네편이 생겨난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면 마치 원수 보듯이 한다. 이렇게 이해 관계를 초월한 종교모임이나 동호모임에서 조차 다툼이 일어나는데 이해 관계로 맺어진 모임에서는 더 할 것이다.

 

여기 남녀 관계가 있다. 서로 좋아서 만난 것이다. 그러나 사귀다 보면 항상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이 드러날 때 변심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수시로 변한다. 자신에게 잘 해 주면 좋아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금새 마음이 변한다. 이렇게 변덕이 죽 끓는 듯이 변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러다 보니 애증이 교차한다. 그래서 한때 열렬한 광팬이 어느 날 갑자기 스토커가 되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 보다 더 쉬운 것이다.

 

교제가 있으면 애착이 생기고

 

초기경전에서는 어리석은 자와의 교제에 대하여 경계하고 있다. 숫따니빠따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Sasaggajātassa bhavanti snehā
Snehanv
aya dūkkhamida pahoti,
Ādīnava snehaja pekkhamāno
Eko care khaggavis
āakappo.

 

교제가 있으면 애착이 생기고

애착을 따라 이러한 괴로움이 생겨나니,

애착에서 생겨나는 위험을 살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tn36)

 

(Khaggavisāa sutta-무소의 뿔의 경, 숫따니빠따 Sn1.3, 전재성님역)

 

 

 

Bhikkhu

 

 

 

교제가 있으면 애착이 생긴다고 하였다. 그리고 괴로움이 생겨난다고 하였다. 교제가 애착이 되고 괴로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살피라는 것이다.

 

인연담을 보면

 

게송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시는 아닛티간다 라는 연각불이 지은 것이다. 과거불인 깟싸빠 부처님시대에 그는 수행승으로 이만 년 동안을 숲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나서 베나레스 왕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자를 싫어해서 남장한 여인이 젖을 먹여야할 정도였다.

 

왕은 왕자가 16세가 되었을 때에 혼인을 시키려고 했다. 왕자는 결혼하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만든 가장아름다운 여인의 황금조각과 동일한 여인을 발견한다면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사신들이 파견되어 전국을 뒤져 마침내 맛다(Madda)국의 싸갈라에서 그녀와 같은 16세 소녀를 찾아냈다. 사신들은 예물을 주고 결혼을 성사시켰으나 그녀는 신랑 집으로 가는 도중에 여행의 피로에 지쳐 풍병으로 죽고 말았다.

 

왕궁에서는 왕의 대가 끊어진다고 난리가 났고 왕자는 슬픔에 빠졌으나 이내 순차적으로 연기법을 순관하고 역관해서 깨달음을 얻어 연각불이 되어 그 감흥을 시로 읊은 것이다.

 

(stn36 인연담)

 

 

과거불인 깟싸빠 부처님시대 아닛티간다라는 연각불에 대한 이야기이다. 왕자로 태어 났지만 여자에 대한 관심이 없다. 이는 전생에 수행승으로 이만 년 동안 살았기 때문일 갓이다.

 

피어나는 한송이 꽃처럼

 

인연담에 따르면 ‘16라는 말이 나온다. 왕자가 16세 되었을 때 결혼 적령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신부감 역시 16세라 하였다. 이렇게 16세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맛지마니까야에서 16세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묘사한 장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물질의 유혹이란 어떠한 것인가? 예를 들어, 수행승들이여, 귀족의 소녀나 바라문의 소녀나 장자의 소녀가 십오세나 십육세로 크거나 작지 않고 마르거나 살찌지 않고 검거나 창백하지 않다고 하면, 그녀의 아름다움과 미모는 최상일 것이다.”

 

(Mahādukkhakkhandha sutta-괴로움의 다발에 대한 큰 경, 맛지마니까야 M13, 전재성님역)

 

 

누구나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더욱 더 그렇다. 그런데 경에 따르면 16세 소녀를 들고 있다. 그래서 16세 소녀의 미모가 최상이라 하였다.

 

이렇게 16세의 나이가 아름다움의 절정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이팔청춘이라 하여 옛날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팔청춘(二八靑春) 16세 전후의 젊은 나이로서 마치 피어나는 한송이 꽃처럼 아름답게 묘사 되어 있고 또한 결혼 적령기로 간주 되고 있다.

 

보지말라” “말하지말라” “알아차려라

 

게송에서는 교제가 있으면 애착이 생겨난다고 하였다. 이는 당연한 말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친밀감이 생겨 나고, 친밀감을 바타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 그렇다.

 

출가자는 여자를 어떻게 보아야할까? 이에 대하여 아난다가 부처님에게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인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D16)”라고 물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아난다여, 쳐다보지 않는 것이다. (D16)”라고 말씀 하셨다. 얼굴을 쳐다 보는 것에서부터 교제가 시작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예 여자의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피치 못하게 여인의 얼굴을 볼 수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아난다여, 말하지 않는 것이다. (D16)”라고 하였다. 얼굴을 보긴 보되 말을 걸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말을 걸어 와도 응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도 있다.

 

사람이 살면서 말을 하지 않고 살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묵언수행정진을 한다고 해도 필요한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대한 부처님의 답변은 아난다여, 새김을 확립해야 한다. (Sati, ānanda, upaṭṭhāpetabbā, D16) ”라고 말씀 하신 것이다. “보지말라” “말하지말라” “알아차려라이것이 여인을 대하는 태도라 볼 수 있다.

 

애착은 괴로움의 뿌리

 

이렇게 부처님이 말씀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애착은 괴로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송에서는 애착을 따라 이러한 괴로움이 생겨나니 Snehanvaya dūkkhamida pahoti, stn36)”라 한 것이다. 교제를 하여 애착이 생겨 났을 때 즐거움 보다 왜 괴로움을 초래할까? 법구경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Mā piyehi samāgañchī             마삐예히 사마간치

appiyehi kudācana,             압뻐예히 꾸다짜낭      

Piyāna adassana dukkha,     삐야낭 아닷사낭 둑캉

appiyānañ-ca dassana.          압삐야난짜 닷사낭

 

사랑하는 자와도 만나지 말라.

사랑하지 않는 자와도 만나지 말라.

사랑하는 자는 만나지 못함이 괴로움이요,

사랑하지 않는 자는 만남이 괴로움이다.

 

(법구경, Dhp210, 전재성님역)

 

 

게송을 보면 사랑하는 자를 만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런데 동시에 사랑하지 않는 자와도 만나지 말라고 하였다. 괴로움의 뿌리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나서는 안 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각주에서는사랑스러운 자나(뭇삶)나 사랑스러운 것(형성된 것)과 헤어져서, 보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이고, 사랑스럽지 않은 자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을 가까이 있어서, 보아야 하는 것도 괴로움이다. (DhpA.III.275)”라고 설명 되어 있다. 이는 고성제에서의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에 관한 것이다. 모두 사랑(Piyā)’과 관련이 있다.

  

어떻게 재난을 볼 것인가?

 

그런데 stn36게송에 따르면 애착에서 생겨나는 위험을 살펴(Ādīnava snehaja pekkhamāno,stn36)”라고 하였다. 여기서 위험이라고 번역한 빠알리어는 Ādīnava이다. 이는 PCED194에 따르면 ‘disadvantage, 過患, 患難의 뜻이다. 사랑에 대하여 집착하게 되면 위험, 환난, 재난이 발생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애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아난다여, 새김을 확립해야 한다. (Sati, ānanda, upaṭṭhāpetabbā, D16) ”라고 하였다. 항상 알아차림을 유지하여야 함을 말한다. 알아차림을 놓치면 애착하게 되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런데 맛지마니까야에서는 이런 위험, 환난, 재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표현 되어 있다.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16세의 아름다운 소녀를 보았을 때 재난을 보아야 함을 말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수행승들이여, 물질의 재난이란 어떠한 것인가? 예를 들어, 수행승들이여, 그 여자가 나중에 여든 살, 혹은 아흔 살 혹은 백 살이 되어 연로하여 서까래같이 꺾이고, 구부러지고, 지팡이에 의지하고, 비틀거리며 걷고, 병들고, 젊음은 가고, 이빨이 부서지고, 백발이 되고, 머리가 짧아지고, 대머리가 되고, 피부에 주름이 늘고, 사지에 반점이 생겨난 것을 본다면, 수행승들이여,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찍이 아름다운 미모의 그녀는 사라지고 재난이 나타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Mahādukkhakkhandha sutta-괴로움의 다발에 대한 큰 경, 맛지마니까야 M13, 전재성님역)

 

 

이는 부정관에 대한 것이다. 부정관 수행을 한 자는 결코 감각적 쾌락의 유혹에 대한 욕망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차라리 홀로 가는 것이

 

애착에서 생겨나는 위험을 본다면 결코 함부로 사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사랑하는 자도 사랑하지 않는 자도 만들지 말라고 하였다. 모두 괴로움의 ‘뿌리이고 속박이기 때문이다.

 

초기경전에 따르면 어리석은 자와 사귀지 말라고 하였다. 자신의 뜻대로() 안되면 성질 내는() 어리석은 자()와의 우정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와 교제를 경계하였다.

  

법구경에서 더 낫거나 자신과 같은 자를 걷다가 만나지 못하면 단호히 홀로 가야 하리라.(Dhp61)”라 하였다. 현명한 자를 만나지 못하면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교제가 있으면 애착이 생기고

애착을 따라 이러한 괴로움이 생겨나니,

애착에서 생겨나는 위험을 살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tn36)

 

 

  

2014-02-1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