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왜 무소의 뿔처럼 가라고 하였을까? 고독한 수행자가 실천해야 할 여덟 가지

담마다사 이병욱 2014. 2. 6. 23:37

 

왜 무소의 뿔처럼 가라고 하였을까? 고독한 수행자가 실천해야 할 여덟 가지

 

 

 

서울동물원의 코뿔소

 

서울동물원에 가면 코뿔소를 볼 수 있다. 늘 볼 때 마다 위풍당당한 체구가 듬직해 보인다. 그리고 경전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코뿔소처럼 혼자 가라는 문구이다. 이때 혼자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프리카 코뿔소(서울대공원)

 

 

경에서는 무소라고 번역하였는데

 

숫따니빠따 35번 게송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Abbesu bhūtesu nidhaya daaa
Avihe
haya aññatarampi tesa,
Na puttamiccheyya kuto sah
āya
Eko care khaggavis
āakappo.

 

[세존]

모든 존재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그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말며,

자녀조차 원하지 말라. 하물며 동료들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tn35)

 

(Khaggavisāa sutta-무소의 뿔의 경, 숫따니빠따 Sn1.3, 전재성님역)

 

 

무소의 뿔의 경에 등장하는 첫 번째 게송이다. 번역을 보면 코뿔소가 아닌 무소로 번역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코뿔소라고 알고 있으나 무소라고 번역하였다. 코뿔소가 맞을까 무소가 맞을까?

 

인연담을 보면

 

무소의 뿔의 경은 모두 41개의 게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재성님이 번역한 경전을 보면 매 게송 마다 인연담이 소개 되어 있다. 이 게송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35번 게송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시는 브라흐마닷따라는 연각불이 지은 것이다. 과거불인 깟싸빠 부처님시대에 그는 수행승으로 이만 년 동안을 숲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나서 베나레스 왕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죽자 왕이 되어 수도인 베나레스와 함께 이천 개의 도시를 다스렸으나 조용히 두루채움의 수행(遍處修行. kasinaparikamma)을 좋아해서, 왕궁에서 홀로 선정에 들기를 좋아했다. 높은 누각에 올라서 세안을 하고 이쑤시개를 가져오고 음식을 운반하는 하인 이외에는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보름정도가 지나자 무료해진 그의 아내는 한 대신을 협박하여 왕의 침실에서 불륜을 맺게 되었는데, 다른 대신들에게 발각 되었다. 대신들은 왕에 대한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하여 왕에게 고했다. 왕은 처음에 믿지 않았으나 거듭되는 상소에 그 대신의 죄를 물었다. 재산을 몰수하거나 형벌을 내리지 않고 나라에서 추방하였다.

 

그는 재산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가서 다른 왕의 환심을 사고 그를 섬기게 되었는데, 그 왕을 설득해서 브라흐마닷따를 공격하도록 유도했다. 마침내 전쟁이 벌어졌다. 그러자 브라흐마닷따의 대신은 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빼앗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적을 습격하여 쫓아버렸다.

 

브라흐마닷따는 전쟁터에서 홀로 명상에 들어 자애(慈愛. metta)를 계발하여 연각불이 되어 그 감흥을 시로 읊은 것이다.

 

(35번 게송 인연담, 전재성님)

 

 

35번 게송은 자애에 대한 것이다. 자신의 아내를 범하고 더구나 은혜마저 져버린 배은망덕한 원수 같은 자에게 자애를 베푼 연각승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자애의 마음은 게송에서 그 어떤 존재일지라도 폭력을 행사하지 말고 또한 상처를 주지 말 것을 노래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폭력이란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 즉 악행을 말한다.

 

자녀조차 원하지 말라

 

게송에서는 자녀조차 원하지 말라(Na puttamiccheyya)라고 하였다. 이때 자녀(puttam)의 의미는 무엇일까? 각주에 따르면 네 종류의 자녀가 있다고 한다. , 자기 자식, 주어온 아이, 양자, 제자로서 자식 이렇게 네 종류의 자식을 말한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출가수행자의 경우 상좌도 두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 제자도 두지 않고 오로지 한길로만 가는 고독한 수행자를 연상시킨다.

 

왜 무소의 뿔처럼 가라고 하였을까?

 

무소의 뿔의 경을 보면 후렴구가 있다. 41개의 게송이 모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ko care khaggavisāakappo)”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번역자는 khaggavisāakappa에 대하여 무소의 뿔이라고 번역하였다. 그렇다면 왜 무소의 뿔처럼 가라고 하였을까? 이에 대한 각주를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 되어 있다.

 

 

Eko care khaggavisāakappo : 이 구절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칵가비싸나(khaggavisāa)에 대해서는 Prj.65에서는 무소(=코뿔소)라는 동물의 뿔(khaggamigasiga)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칵가(khagga)는 원래는 칼이라는 뜻으로 무소라고 쓰여진 것은 후기의 빠일리 문헌(Jat.VI.497, 532, 578)에서 드믈게 볼 수 있는 것이다.

 

Nidd.II.248에서는 칵가비싸나깝뽀(khaggavisāakappo)에 대하여 무소의 뿔이 동반자가 없이 홀로 인 것처럼, 홀로 연기법을 깨달은 이도 그와 같이라는 주석을 달고 있다.

 

파우스뵐이나 하레는 그러한 주석에 의문을 표시하고 칵가비싸나깝뽀를 단순히 ‘[하나의 뿔이 달린] 무소처럼이라고 해석을 했다.

 

자야빅끄라마도 그것이 무소의 뿔이 아니라 동물을 지칭한다고 말했으나 그의 Jst.15에서는 무소의 외뿔이라고 번역했다.

 

노만은 God.146에서 인도의 무소는 독특하게 하나의 뿔을 가지고 있어 무소의 뿔처럼 홀로가라.’는 번역을 택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짜레(care)걸어가라.’라고 번역할 수 있으나 Prj.64에 보면, ‘행하라, 삶을 실천하라.’는 뜻임을 알 수 있는데, 여덟 가지의 삶이 있다: 1) 네 가지 행주좌와에서 위의를 지키는 삶의 실천, 2) 감각능력을 수호하는 삶의 실천, 3) 네 가지 새김의 토대를 닦는 삶의 실천, 4) 네 가지 선정에서 집중을 닦는 삶의 실천, 5) 네 가지 거룩한 진리에 대한 앎의 삶의 실천, 6) 네 가지 거룩한 길(사향)을 닦는 삶의 실천, 7) 네 가지 수행자의 경지(사과)를 닦는 삶의 실천, 8) 모든 중생을 유익하게 하는 삶의 실천.

 

(‘무소의 뿔처럼 홀로가라의 각주, 전재성님)

 

 

주석에 따르면 무소의 뿔처럼 홀로가라의 의미는 무소의 뿔이 동반자가 없이 홀로 인 것처럼, 홀로 연기법을 깨달은 이도 그와 같이라는 뜻이라 한다. 이는 무소의 뿔의 경이 홀로 연기법을 깨달은 연각승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득각자와 달리 연각승 또는 벽지불이라 불리우는 빳쩨까붓다(Paccekabuddha)는 법을 펼칠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바르게 깨닫는 삼마(sammā)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 한다. 이는 삼마삼붓다(정등각자)라 불리우는 부처님과 대비 된다.

 

정등각자는 어떠한 누구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과 직관력으로  아라한도의 지혜를 가졌다. 이 지혜와 더불어 일체를 아는 지혜(一切智,. sabbaññuta ñāa)가 동시에 일어나 일체지자가 되었다. 그리고 정등각자는  4아승지겁 이상 보살도를 닦았다. 그래서 정등각자는 승가를 구성하여 정법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연각승은 삼마(sammā)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홀로 연기법을 깨달아 부처가 된 연각승 또는 벽지불은 승단을 구성할 수 없서 정법을  펼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경에서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가라라고 되어 있어서 고독한 수행자로 묘사 되어 있는 듯 하다.

 

나까무라 하지메역과 법정스님역을 보면

 

이 게송에 대하여 나까무라 하지메역과 법정스님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

 

 

あらゆるきものにして暴力えることなく、

あらゆるきもののいずれをもますことなく、

またするなかれ。んや朋友をや。

のようにただ(stn35)

 

(나까무라 하지메역)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모든 생물을 그 어느 것이나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tn35)

 

(법정스님역)

 

 

나까무라 하지메는 이라 하였다. 한자어 犀 는 무소, 코뿔소의 뜻이다. 이는 소를 뜻하는 우()와 다른 것이다. 한자어 사전에 따르면 무소 서()라고 읽는다. 나까무라 하지메역을 중역한 법정스님역도 무소라고 번역하였다.

 

‘Indian rhinoceros’라 하였는데

 

이 게송에 대한 영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 

 

 

Renouncing violence

for all living beings,

harming not even a one,

you would not wish for offspring,

       so how a companion?

Wander alone

like a rhinoceros. (stn35)

 

(타닛사로 빅쿠역)

 

 

타닛사로 빅쿠는 rhinoceros라고 번역하였다. 이 번역에 대한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The refrain in this sutta is a subject of controversy. The text literally says, "Wander alone like a 'sword-horn,' which is the Pali term for rhinoceros. The commentary, however, insists that this term refers not to the animal but to its horn, for the Indian rhinoceros, unlike the African, has only one horn. Still, some scholars have noted that while the Indian rhinoceros is a solitary animal, rhinoceros horns don't wander, and that in other verses in the Pali canon, the phrase "wander alone like..." takes a person or an animal, not an animal part, for its object. Thus, for example, in Dhp 329 (repeated below), one is told to "wander alone like a king renouncing his kingdom, like the elephant in the Matanga woods, his herd." It's possible that the rhinoceros was chosen here as an example of solitary wandering both because of its habits and because of its unusual single horn. However, in a translation, it's necessary to choose one reading over the other. Thus, because wandering "like a rhinoceros" sounds more natural than wandering "like a horn," I have chosen the former rendering. Keep in mind, though, that the singularity of the rhinoceros' horn reinforces the image.

As noted under I.1, there is evidence suggesting that the verses here were originally separate poems, composed on separate occasions, and that they have been gathered together because of their common refrain.

 

(stn35 해설, 타닛사로 빅쿠)

 

 

타닛사로 빅쿠의 설명에 따르면 khaggavisāa에 대하여 Indian rhinoceros’라 하였다. 뿔이 하나 있는 인도 코뿔소라는 말이다.

 

인도 코뿔소는 어떻게 생겼을까?

 

인도 코뿔소는 어떻게 생겼을까? Indian rhinoceros’를 키워드로 하여 검색해 보았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 되어 있다.

 

 

The Indian rhinoceros (Rhinoceros unicornis), also called the greater one-horned rhinoceros and Indian one-horned rhinoceros, belongs to the Rhinocerotidae family. Listed as a vulnerable species, the large mammal is primarily found in north-eastern India's Assam and in protected areas in the Terai of Nepal, where populations are confined to the riverine grasslands in the foothills of the Himalayas.[2]

 

The Indian rhinoceros once ranged throughout the entire stretch of the Indo-Gangetic Plain, but excessive hunting reduced the natural habitat drastically. Today, about 3,000 rhinos live in the wild, 2,000 of which are found in India's Assam alone.[3]

It is the fifth largest land animal.

 

(Indian rhinoceros, 위키피디아)

 

 

 

 

인도 코뿔소 (Indian rhinoceros)

 

 

 

 

 

인도 코뿔소의 뿔 (The Indian rhino's single horn)

 

 

 

인도 코뿔소는 큰 하나의 뿔을 가졌다고 한다. 이렇게 한 개의 큰 뿔을 가진 인도 코뿔소는 인도 북동부의 아삼(Assam)지역이나 네팔의 보호 구역에서 발견되는데, 주로 히말라야 산록 강변의 초지 등에 한정 되어 있다고 한다.

 

 

 

인도 코뿔소 서식지(Indian rhinoceros range)

 

 

 

인도 코뿔소는 한때 갠지스 평원 전영역에 걸쳐 있었으나 과도한 수렵으로 인하여 서식지가 심하게 감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약 3000마리 가량이 생존해 있는데 그 중 2000마리가 아삼지역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인도 코뿔소는 전세계적으로 다섯 번째로 큰 동물이라 한다. 참고로 인도 코뿔소는 몸 전체 길이가 368–380 cm이고, 키는 163–193 cm이다. 그리고 몸무게는 1.6-2.1톤에 달한다.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무쏘

 

우리나라 승용차 중에 무쏘가 있다. 쌍용자동차에서 생산하였던 SUV 차종이다. 1993년부터 2005년 까지 생산 되었는데 강력한 파워을 상징하는 코뿔소를 연상 시킨다. 그래서 코뿔소를 형상화 하여 부착해 놓고 있다. 이렇게 강한 인상을 주는 자동차 무쏘는 사륜구동으로서 오프로드에서 그 진가가 발휘된다.

 

그런데 검색에 따르면 무쏘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코뿔소를 뜻하는 순수 한국어 낱말 무소를 경음화 하여 무쏘라 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무소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이다. 아프리카나 인도에서 볼 수 있는 몸체가 큰 동물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고독한 수행자가 실천해야 할 여덟 가지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무소의 뿔경코뿔소의 경이라고도 번역된다. 이는 코뿔소와 무소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코뿔소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코에 외뿔이 난 소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소라는 말은 외뿔이 그다지 잘 연상되지 않는다. 그래서 물소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지 생각될 정도이다. 그러나 한자어 사전에 따르면 무소 서()자가 있어서 뿔이 두개 달린 소와 구별하여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코뿔소나 무소나 같은 말이라 본다. 이런 무소의 특징은 외뿔이 있다. 그래서일까 홀로 사는 이미지가 강하다. 경에서도 홀로 연기법을 깨달은 이에 해당되는 연각불 또는 벽지불에 대하여 khaggavisāa’라 하였는데, 외뿔을 특징으로 하는 무소는 일반적으로 고독한 수행자를 지칭한다. 그래서 게송에서는 자녀조차 원하지 말라하였으며 마지막 구절에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고 하였다.

 

주석에 따르면 고독한 수행자가 실천해야 될 일이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이다.

 

 

1) 네 가지 행주좌와에서 위의를 지키는 삶의 실천,

2) 감각능력을 수호하는 삶의 실천,

3) 네 가지 새김의 토대를 닦는 삶의 실천,

4) 네 가지 선정에서 집중을 닦는 삶의 실천,

5) 네 가지 거룩한 진리에 대한 앎의 삶의 실천,

6) 네 가지 거룩한 길(四向)을 닦는 삶의 실천,

7) 네 가지 수행자의 경지(四果)를 닦는 삶의 실천,

8) 모든 중생을 유익하게 하는 삶의 실천.

 

 

 

2014-02-06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