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마음이 얽매이면, 갈애에 기초한 사귐과 견해에 기초한 사귐
수다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데
사람들은 늘 즐길거리를 찾는다. 단 한순간이라도 가만 있지 못한다. 눈으로 즐거운 형상을 찾아 두리번 거리며 TV를 보아도 이 채널 저 채널로 돌린다. 귀로는 아름 다운 음악을 듣고 늘 이어폰을 꼽고 있어서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이는 눈과 귀뿐만 아니다. 냄새, 맛, 감촉 등 오감으로 즐길 거리를 찾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늘 말을 하고 싶어 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고립 되어 있는 것 같고 심지어 우울증 증세까지 보인다. 그래서 친구나 지인 등 아는 사람을 찾아 수다를 떤다.
여자의 경우 2만5천단어를 떠들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남자의 경우 이 보다 더 작아서 1만5천단어를 해야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어는 때 폭발한다고 한다. 그래서 말을 잘 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말을 들어 줌으로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술과 장미의 나날
즐길거리를 찾고 수다를 떨기 위해서는 친구보다 더 좋은 상대가 없다. 만나서 수다를 떨다 보면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 대체로 술과 함께 한다. 친구나 지인 등 아는 사람을 만나면 술집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옆 자리에 술 시중을 드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술과 장미의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술집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고 장난하다 보면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그래서 새벽까지 술집에 있게 되고 심지어 밤새도록 술판을 벌인다. 동틀때 까지 술집에서 보내다 술집 문을 나섰을 때 찬란하게 떠 오르는 태양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무슨 일이든지 즐겁고 행복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래서 ‘술과 장미의 나날’로 지새는 사람들도 있다. 10년이 하루 같다는 말이 있듯이 웃고 떠들 때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이다. 비록 우정이나 교제, 사업 등의 명목으로 떠들지만 잡담이 대부분이다. 마치 밤샘 술판을 벌이고 아침에 찬란한 태양을 보았을 때 ‘허무함’을 느끼듯이 밤새도록 떠들었던 이야기들은 남는 것이 없다.
“친구들과 동료들과 정을 나누며”
그래서 숫따니빠따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Mitte suhajje anukampamāno
Hāpeti atthaṃ paṭibaddhacitto,
Etaṃ bhayaṃ santhave pekkh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친구들과 동료들과 정을 나누며(*116)
마음이 얽매이면, 유익함을 잃으니,
사귐에서 오는 이러한 두려움을 살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tn37)
(Khaggavisāṇa sutta-무소의 뿔의 경, 숫따니빠따 Sn1.3, 전재성님역)
‘무소의 뿔의 경’에서 세 번째 게송은 친구에 대한 것이다. 친구나 동료들과 정을 나누면 마음이 얽매이게 되어 유익함을 잃는다는 가르침이다.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위하여
여기서 ‘친구들과 동료들과 정을 나누며 (Mitte suhajje anukampamāno)’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무슨 뜻일까? 각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설명 되어 있다.
Prj.II.73에 따르면, ‘정을 나누며’라는 뜻은 ‘동정하며(anudayamāno)’라는 말로 ‘행복을 가져오고 고통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sukham upahattukamo dukkham apahattukamo)’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116번 각주, 전재성님)
정을 나누고라는 말은 게송에서 anukampamāno을 번역한 것이다. Anukampamāno에 대하여 사전을 찾아 보면 ‘Anukampa’가 ‘compassion; pity, 同情, 憐愍’의 뜻이다. 따라서 정을 나눈다는 말은 ‘동정한다’는 뜻이 강하다. 그래서 주석에서도 ‘동정하며(anudayamāno)’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동정한다는 것인가? 이어지는 주석을 보면 ‘행복을 가져오고 고통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 문구는 자연스럽게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는 사자성어가 떠 오르게 된다. 괴로움을 떠나 즐거움을 찾는 것을 말한다.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고, 동료를 만나 수다를 떨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분명히 즐거운 것이다. 즐기기 위해 만나는 것이지 괴롭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고득락일 것이다.
친구에게 마음이 얽매이면
만나면 즐겁고 안보면 보고 싶은 것이 친구이다. 만나서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해소 되고, 거기에다 술자리까지 가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더구나 술시중 드는 사람이 있으면 밤을 새게 된다. 이것이 세간에서 보통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과연 이런 삶의 방식이 이득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게송에서는 “마음이 얽매이면, 유익함을 잃으니”라 하였다. 이때 유익함이라 무엇일까? 각주에 따르면 유익함(atthaṃ)은 1) 현재의 이익, 2) 미래의 이익, 3) 최상의 이익을 말한다. 또 다른 해석은 1) 자신의 이익, 2) 남의 이익, 3) 자타의 이익을 말한다. 이런 이익이 유익함이다. 그런데 친구나 동료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술을 마셨을 때 위 두종류의 세 가지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료함과 심심함을 못 이겨 친구를 만나고, 또 참을 수 없는 권태로움을 극복하고자 수다 상대를 찾아 시간을 보냈다면 게송에서 표현 되어 있는 것 처럼 마음이 얽매인 것이다. 또 수다상대 또는 술상대에게서는 아무런 이득도 발견하지 못한다. 나중에 지나고 나면 결국 시간과 돈과 정력의 낭비 뿐이다. 그러나 가장 큰 손실이 있다. 그것은 ‘자유’이다. 친구나 동료의 사귐에서 오는 정에 얽매이여 자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게송에서는 사귐에서 오는 두려움을 살피라 하였다. 여기서 사귐이란 무슨 뜻일까?
갈애에 기초한 사귐
게송에서 ‘사귐’이라 번역된 말은 santhava에 대한 것이다. 이 산타와(santhava, 사귐, 교제)에 대하여 각주를 보면 “갈애에 기초한 사귐(tanhasanthava)과 견해에 기초한 사귐(ditthisanthava)이 있다”라고 하였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교제하는 것이 갈애와 견해 두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수다를 떨 상대, 그리고 술상대를 찾는 것은 갈애에 기초한 사귐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차 한잔 마시며 담마에 토론하는 것은 견해에 기초한 사귐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교제도 교제나름임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잡담을 금하였다. 이는 팔정도에서 보면 알 수 있다. 팔정도에서
수행승들이여, 올바른 언어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1) 거짓말을 하지 않고
2) 이간질을 하지 않고
3) 욕지거리를 하지 않고
4)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으면,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올바른 언어라고 한다. (S45:8, 전재성님역)
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네 번째 항목인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으면’ 이 ‘잡담’에 해당된다. 이는 빠알리어 ‘samphappalāpā’를 번역한 것으로서 ‘talking nonsense, 绮语’의 뜻이다. 그래서 초불연에서는 ‘잡담’이라 번역하였고 ‘가십’이라 설명하였다.
갈애에 기초한 만남은 필연적으로 팔정도에서 정어를 어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수다를 떨고 술자리에서 상사를 안주 삼아 이야기 하다 보면 거짓말을 하고, 이간질(중상모략)을 하고, 욕지거리를 하고, 꾸며대는 말(잡담)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득이 되는 만남이란?
수다를 떨고자 친구를 만나고 스트레스를 해소 하고자 술상대를 찾지만 그것이 ‘이고득락’을 위하여 갈애에 기초한 만남이나 잘못된 견해에 따른 사귐이 되었을 때 묶이는 것이 된다. 이는 자유를 제한 하는 것이다. 시간과 돈과 정력의 낭비이다. 그래서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못된 교제는 ‘허(虛)’와 ‘무(無 )’만 있을 뿐이다.
친구도 가려서 사귀고 동료도 가려서 만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이득이 되었을 때 만나는 것이다. 그런 이득은 주석에서 표현 된 것처럼 ‘1) 현재의 이익, 2) 미래의 이익, 3) 최상의 이익을 말한다. 또는 1) 자신의 이익, 2) 남의 이익, 3) 자타의 이익’에 대한 것이다. 이런 이익이 없으면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2014-02-1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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