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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불법적인 일이다(Adhammo)”공장식사육과 살처분

담마다사 이병욱 2014. 2. 25. 16:20

 

 

이것은 불법적인 일이다(Adhammo)”공장식사육과 살처분

 

 

 

마블링의 음모

 

유튜브에서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라는 프로를 보았다. 이 프로는 전주MBC에서 제작된 것으로 2013년 한국방송대상을 받은 프로라고 한다.

 

마블링의 음모라는 제목이 암시 하듯이 이 다큐멘타리는 “쇠고기 마블링이 단지 체내에 중성지방을 축적시키는 동물성 지방에 불과해 결코 비싼 값에 사먹을 필요가 없지만 쇠고기 생산 유통 업자들이 그동안 어떻게 소비자를 현혹해 왔는지를 잘 보여 준다.”라고 설명 되어 있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고발을 해요?”

 

유튜브 동영상에서 인상깊게 본 것은 굶주림에 지친 소와 굶어 죽은 소에 대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축산정책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고기반 기름반인 최고등급 마블링된 소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산 옥수수를 먹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2012년 미국옥수수 가격이 두 배 세 배 급등하자 농민들이 소키우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 결과 화면에서는 굶주림에 지친 소들이 풀끼라고는 하나도 없는 쇠창살을 하염없이 빨고 있는 장면을 보여 주고 있다. 또 살아 있는 소 몇 마리 뒤로 죽어 있는 소들이 아무렀게나 방치 되어 있다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

 

 

 


이렇게 소키우기를 포기한 농민은 다큐프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고발을 해요? 없으면 못주는 거에요. 나라님도 없으면 못주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없는데 먹여요.”

 

(축산농민,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

 

 

전북 순창에서 50마리의 소를 키우던 농민이 항변한 말이다. 아마도 동물학대죄로 고발당한 듯 하다. 그래서 내가 뭘 잘못했기에 고발을 해요. 없으면 못주는 거에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한국에서 일등급을 받지 못하면 헐값에 소를 넘겨야 한다. 마블링이 없는 삼등급 소는 고작 삼백만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참고로 고기반 기름반의 마블링이 들어간 최고등급의 소는 1키로당 14만원 하여 칠천만원 낙찰된 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농민들은 마블링소를 만들기 위하여 빚을 내서라도 옥수수를 사서 먹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옥수수값 폭등으로 인하여 소키우기를 포기하고 그냥 방치 해 놓은 것이다. 그 결과 굶주린 소는 쇠파이프를 빨고 있고, 굶어 죽은 소는 뼈를 다 드러낸채 죽어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다큐프로를 보고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생명이다. 사료를 주지 않아 소를 굶주리게 하고 또 죽게 만든 농민에 대하여 동물학대죄로 고발 당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소는 어차피 죽에 되어 있다. 사료를 먹여 몸집을 불린다움 도축장으로 가는 것이 소의 운명이다. 그런데 사료를 주지 않아 굷어죽게 만들었다고 하여 고발당하였다고 하는데 도축장에 보내서 죽게 만드는 것과 무슨차이가 있을까? 더구나 미국산옥수수가격이 폭등하여 도저히 사료를 줄 수 없었기 때문에 굶주려 죽은 것인데 이를 문제삼아 동물학대죄로 고발하였다는 것이 마치 씁쓸한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 보인다.

 

동물의 비참한 운명

 

공장식으로 사육된  닭이나 돼지, 소 등은 모두 비좁은 공간에서 몸집을 불린다. 다큐프로에 따르면 소의 경우 사료를 주면 하루 동안 약 2키로 가량 체중이 늘어난다고 한다. 고단백의 사료와 고열량의 먹이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육장의 동물들은 부지런히 입을 놀린다..

 

공장식으로 사육된 닭, 돼지, 소 등은 몸집이 커지면 죽을날이 가까워 온다. 닭의 경우 한달, 돼지의 경우 6개월, 소의 경우 24개월 정도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오로지 사료를 먹기만 하여 몸을 불린다. 그래서 이들 동물의 수명은 월령 또는 일령으로 따진다. 닭은 33일령, 돼지는 150일령 하는 식이다.

 

그런데 더 비참한 운명이 있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돌면 대량으로 살처분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구제역이 발생하였을 때 살처분된 돼지와 소가 300만마리가 넘었다고 한다. 또 올해 1월에 발생된 조류독감(AI)로 인하여 300만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한번 전염병이 돌면 금지구역을 지정하여 살처분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살처분된 동물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2000년 이후 구제역으로 처분된 소와 돼지는 5백만마리이고, 조류독감으로 처분된 닭과 오리는 무려 2800만 마리라고 한다. 이렇게 대량학살하는 것에 대하여 살처분한다고 한다. 만일 사람들에게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처분 한다는데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발생하면 동물들에게 했던 방식과 똑같이 방식이 적용 될지 모른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 영화를 보면 전염병이 돌아 금지구역을 지정하여 출입을 통제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구제역이나 AI로 인하여 금지구역을 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 그 금지구역안에서 빠져 나오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 곳에서 모두 죽으라는 말과 같기 때문에, 인간에게 치명적은 전염병이 돌게 되면 발생지역은 생지옥으로 변하게 될지 모른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에 걸린 동물에 대하여 처리 하는 것에 대하여 살처분한다고 한다. 여기서 처분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처분(處分)’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행정사법 관청이 특정한 사건에 대하여 관련 법규를 적용하여 처리하는 행위, 팔아서 소유권을 변동하다”라는 뜻이다. 문서 등에 쓰이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구제역이나 AI에 걸린 동물에 대하여 처분한다고 하였을까? 그것도 죽여서 살처분 한다고 하였다. 이는 물건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상품과도 같은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마치 부도난 회사가 상품을 정리 히듯이 처분하는 것이다.

 

처분이라는 말이 사용된 경우를 또 보았다. 드라마를 통해서이다. 일본드라마 신선조혈풍록을 보면 알았어, 내가 처분할께라는 말이 나온다. 제거해야 될 대상을 검으로 죽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처분이라는 말은 매우 비인간적인 말임을 알 수 있다. 생명에 대하여 하나의 물건, 하나의 상품으로 보았을 때 처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육식문화 때문에

 

지금은 살처분시대이다. 방송에서 종종 전하는 뉴스를 보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되었을 보도 하고 있다. 이런 살처분시대에 불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교계신문사이트 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였다.

 

 

허남결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 역시 근본적 문제점을 ‘육식문화’로 짚었다. 허 교수는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반복하고 있는 육식습관이 말 그대로 대재앙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며 “문제해결의 근본적 출발점은 우리 모두가 지금이라도 고기를 덜 먹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곧바로 실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예방적 살처분 즉각 중단해야” 조계종 토론회 “정책 전환ㆍ육식문화 성찰 시급”, 불교포커스 2014-02-17)

 

 

허남결 교수는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살처분 현상에 대하여 육식문화탓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고기를 덜 먹자고 제안한다. 기사에 따르면 법응스님은 조계종단은 육식문화에 대한 성찰을 사회적 운동으로 전개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렇게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과도한 육식문화가 동물의 대량학살이라는 재앙을 초래 하였다고 하였다.

 

왜 살생하지 말라 하였을까?

 

불교계가 동물살처분에 대하여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 이렇게 불교계가 대량학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불자들이 지켜야 하는 오계에서 불살생계가 있다. 이는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는 자는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침으로써 현재의 삶에서도 원한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미래의 세상에서도 원한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며 마음속에 괴로움과 슬픔을 경험한다. (12:41)”라는 가르침이다. 여기서 살아 있는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빠알리어 pāā를 말한다. 이는 ‘life; breath; a living being, 生物, 有情, 生類, 生命의 뜻이다. 따라서 빠나가 반드시 인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있다. 그래서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침(pāātipātapaccayā)’라 하는 뜻은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류를 뜻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살인하지 말라가 아니라 살생하지 말라가 되는 것이다.

 

불법적인 일이다(Adhammo)”공장식사육과 살처분

 

불교에서 살생하는 것은 불법(不法)이다. 오계로서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장식 사육을 하여 생명에 대하여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한다면 역시 불법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불법에 대한 이야기가 숫따니빠따에 있다.

 

 

Tato  ca devā pitaro

indo asurarakkhasā
Adhammo iti pakkandu

ya sattha nipatī gave.

 

칼로 소들이 베어지자

신들과 조상의 신령과

제석천, 아수라, 나찰들은

‘불법적인 일이다’고 소리쳤습니다. (stn854)

 

(Brāhmaadhammikasutta-바라문의 삶에 대한 경, 숫따니빠따 Sn2.7, 전재성님역)

 

 

부처님 당시 바라문의 타락은 극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동물희생제를 들 수 있다. 경에 따르면 수레위의 정복자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로 말의 희생제,  인간의 희생제, 핀을 던지는 제사, 쏘마를 마시는 제사,  아무에게나 공양하는 제사, 이러한 제사를 지내고,  바라문들에게 재물을 주었습니다. (stn303)”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바라문들은 대규모 동물희생제를 주관함으로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동물이 희생 되었을까? 경에 따르면 수백 수천 마리의 소를 제물로 잡게 되었습니다.(stn308)”라는 구절이 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제사를 지낼 때 마다 수천마리의 소가 희생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제사를 위하여 수천마리의 소, 염소, 양 등이 희생 되는 것에 대하여 경에서는 불법적인 일이다 (Adhammo)”라고 신들과 조상의 신령과 제석천, 아수라, 나찰들이 소리 쳤다고 하였다. 인간이 소리친 것이 아니라 비인간들이 외친 것이다.

 

이처럼 초기경에서는 동물을 대량으로 살륙하는 것에 대하여 불법(Adhamma)’이라 하였다. 이와 같이 경전을 근거로 한다면 공장식 사육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공장식 사육으로 인하여 전염병이 돌아 살처분 하였다면 이 또한 불법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불법적인 일이다(Adhammo, injustice)”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2014-02-2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