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자비롭다고 생각하세요?”점심공양을 거부한 전통사찰
이사(二寺)순례
순례법회를 다녀 왔다. 이번 순례는 경북울진에 있는 ‘불영사’와 강원삼척에 있는 ‘천은사’이다. 이렇게 ‘이사(二寺)순례’를 하는데 있어서 모처럼 버스가 꽉 찬듯하다. 41인승 정원에 36명이 참여 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참여 인원이 많은 것은 총무법우님의 노고가 크다. 법우님이 봉사하고 있는 국가지정병원법당의 인원과 또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분들이 참여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절반 가량은 낯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교라는 인연으로 함께 모였기 때문에 가족 같은 분위기이다.
흑자순례가 되어
이번 순례의 첫 번째 목적지는 불영사이다. 경북울진에 있기 때문에 매우 먼거리로 느껴진다. 그것은 거리가 먼 곳에 있기도 하지만 교통편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착까지 약 네 시간 잡았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오전11시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버스를 전세 내어 다니는 순례에서 아침시간은 늘 그렇듯이 ‘김밥’이다. 총무법우님이 김밥과 떡을 미리 준비 해 오면 이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 봉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봉사 하는 사람은 항상 막내가 한다. 모임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법우님을 말한다. 그러나 함께 늙어 가는 입장에서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심부름을 단골로 맡긴다. 그러고 보면 동기모임의 순례에서 한번 막내는 영원한 막내인 것 같다.
이번 순례에서도 막내법우님이 수고 하였다. 돈 걷는 일이다. 이사순례로 하여 인당 3만5천원으로 책정 되었는데 총무법우님을 대신 하여 걷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순례의 경우 41명 정원에 36명이 참석하였으므로 적자를 면하였다. 31명이 적자와 흑자를 가르는 포인트인데 이번 순례의 경우 많이 참석하여 모처럼 ‘흑자순례’가 된 것이다.
“들어 보면 압니다”
이번 순례에서 준비 해 간 것이 있다. 불교음악씨디이다. 블로그에도 소개 되어 있는 불교명상음악이다. 이것을 씨디로 제작하여 법우님들이나 인연있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이번 순례에서도 낯선사람들이 많이 참석한다길레 19장을 준비 하였다. 그래서 이를 전달하기 위하여 버스 가장 앞좌석에 있는 총무법우님에게 전달하였다.
그런데 마침 아침식사 시간이 되어서 누군가 준비한 김밥과 떡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순례에서 봉사를 자처하고 김밥과 떡을 돌리는 봉사를 하였다. 또 누군가 사탕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사탕을 개별적으로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순례를 다니다 보면 누군가 먹거리를 내 놓는다. 약국을 하는 법우님의 경우 비타민을 하나씩 돌리는 식이다.
음악씨디를 보시하는데 있어서 설명이 필요 하였다. 그러나 말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럴 경우 가장 좋은 말은 “들어 보면 압니다”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버스 운전석에 있는 씨디플레이어 씨디를 넣어 음악을 틀어 주었다. 그리고 처음 참석한 사람과 아직 받지 않은 법우님 위주로 씨디를 나누어 주었다.
씨디에 들어 있는 곡은 네 곡으로 모두 120분 가량 된다. 그 동안 수 많은 불교음악을 2007년 이래 블로그에 올려 소개 하였는데 그 중에 소위 ‘엑기스’에 해당되는 곡 네 곡을 선곡하여 만든 것이다. 곡명은 1) The Chant of Metta(Pali, 9분), 2) Jayamangalagatha(Pali, 23분), 3) Ratana Sutta(Pali, 27분), 4) The Wisdom of Manjusri Bodhisattva (Sanskrit, 24분) 이렇게 네 곡이다.
음악은 빠알리와 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이나 게송에 대한 것이다. 자비송으로 잘 알려져 있는 The Chant of Metta는 자애경은 근거로 수행용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Jayamangalagatha는 여덟 가지 부처님의 승리와 행운에 대한 게송이고, Ratana Sutta는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찬탄이다.
불자들은 주로 천수경이나 금강경 독송테이프에 익숙해 있다. 그런데 이 음악을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는 다고 한다. 아직까지 들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주 들을수록 그 매력에 빠져 계속 듣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알고 지내는 법우님의 친구에게 이 씨디를 몇 장 주었더니 매장에 틀어 놓고 매일 듣는 다고 하였다. 또 병원법당에서 오신 어느 법우님도 법당에서 항상 이 음악을 틀어 놓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환자들에게도 선물로 주고 있다고 하였다. 총무법우님이 봉사하고 있는 병원법당에 스님 앞으로 씨디를 여러장 보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심산유곡의 불영사길
달리는 버스 속에서 씨디에 실려 있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런 가운데 어느 덧 불영사 가늘 길에 들어섰다. 해발 500미터 가까이 되는 오지의 길은 아직까지 개발이 덜 되어서일까 아직도 에스(S)자 형의 구불구불한 길이다.
불영사는 사람이 손길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불영계곡에는 낙락장송의 소나무와 바위와 물이 잘 조화 되어 있다. 더구나 이제 갓 싹이 돋아난 신록과 함께 강한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해 준다.
깨끗하고 정갈한 이미지의 비구니사찰
불영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불교교양대학에 입학한 2004년도에 순례지었다. 그때 당시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그 때 참석한 법우님은 십년만에 다시 와보았다고 하였다.
불영사는 잘 알려져 있는 전통사찰이다. 그래서 불교TV에서도 사찰음식 특집으로 소개 된 적도 있고 또한 불자들의 순례지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그런 불영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그래서일까 사찰환경을 비교적 정갈하다. 대체적으로 비구니사찰은 조경이 잘 되어 있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서 깨끗하고 정갈한 이미지이다.
재가불자들끼리 여법한 법회를 하고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한 순례팀은 자체적으로 법회를 진행하였다. 대웅전 맞은 편에 있는 설법전에 모두 모여 총무법우님 주관으로 법회를 하였다. 삼귀의를 시작으로 천수경을 독송하는 등 여법하게 진행된다. 이렇게 법회를 주관하는 총무법우님은 국가병원의 병원법당에서 법사로서 봉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법회의식을 주관하고 상담도 하는 등 실질적으로 스님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순례법회에서도 목탁을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법회를 주관하였다.
오래된 골동품처럼
불영사를 둘러 보았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대웅전이다. 조선 영조시대인 1725년에 건립된 대웅보전은 거의 삼백년된 건물이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골동품처럼 보인다. 특히 공포와 단청이 그렇다. 외부에는 울긋불긋 단청이 되어 있으나 내부에는 새로 칠하지 않고 그대로 내 버려 두고 있기 때문에 골동품처럼 보이는 것이다.
대웅전 내부에는 절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계속 들락거린다. 그러나 법당을 지키는 보살, 소위 법당보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통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더구나 문화재 해설을 하는 어느 전직 교수가 설명을 하고 있어서 어수선 해 보이기도 한다.
머리 없는 거북이야기
전직교수의 해설을 귀담아 들었다. 대웅전 내부에 거북 두 마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두 마리 모두 머리가 잘린 채 대들보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용의 발톱 사이에 마치 딱지 처럼 거북이 붙어 있다. 거북의 머리는 어디로 갔을까?
거북의 머리는 대웅전 바깥에 있다. 대웅전 계단 좌우에 두 개의 거북머리만 보인다. 안내판에 따르면 “대웅보전을 둘이서 짊어지고 버티고 있는 듯하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어느 전직교수의 설명을 엿듣지 않았더라면 대웅전 내부에 목이 없는 거북을 결코 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진도여객선침몰희생자 명복을 빌고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며
요즘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다. 진도에서 여객선이 침몰함에 따라 꽃다운 고등학생들 수 백명이 실종된 것이다. 이런 애도 분위기의 여파에서 일까 고속도로에 차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 아마도 축제나 놀이 등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 오지에 있는 불영사에도 여객선실종자들을 애도하는 플레카드가 붙어 있다. 이는 불교종단에서 범종단적으로 각 사찰에서 실종자의 무사귀환과 사망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였기 때문이다.
불영사 법당에도 사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의 귀환을 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진도여객선침몰희생자 명복을 빕니다”와 “진도여객선실종자무사생환기원”이라는 문구이다.
스님이 바빠서?
불자들은 절에 갈 때 그 절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거의 대부분 절의 역사나 전설, 문화재나 숨겨진 이야기 등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불상 앞에서 절을 하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영사는 유서깊은 전통사찰이다. 이런 불영사에 대하여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검색하면 된다. 흔히 요즘 “네이버에 다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창에 키워드 몇 개 넣으면 다 알 수 있다. 또한 블로그나 카페를 보면 여행기가 올려져 있기 때문에 해당 사찰에 대한 지식을 사전에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불자들은 사전에 해당사찰에 대한 정보 없이 출발한다. 다만 현지에서 볼 수 있는 안내판을 읽는 것 정도에 그친다. 이렇게 순례를 가도 그 절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문화재해설사가 필요할 것이다.
불국사나 법주사 등 전국민이 알고 있는 전통사찰은 사실상 관광지나 다름 없다.그래서일까 문화재 해설사가 항상 대기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통사찰에서는 문화재해설사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스님에게 의지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어느 사찰에 가든지 스님을 보기가 힘들다. 단체로 순례 하여도 스님이 나와서 반겨 주는 경우도 없고 법문해 주는 경우도 없고 절의 역사에 대하여 해설해 주는 경우도 없다. 불영사도 마찬가지이었다. 사전에 순례팀이 방문한다고 통보 하였으나 어느 절과 마찬가지로 스님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공간이 제공 되어서 자체적으로 법회를 하였다.
자체적으로 법회가 끝난후 불영사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하여 알고 싶었다. 그래서 총무법우님이 스님을 초청하기 위하여 내려 갔다. 그러나 혼자 돌아 왔다. 스님들이 모두 바쁘다는 것이다.
유서 깊은 불영사에서 본 것은 골동품처럼 오래 된 전각 들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주변환경이다. 그러나 어떤 절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 아마도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창으로 검색하거나 불영사 홈페이지를 보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단체로 순례객들이 찾아갔다면 법문도 해주고 절의 역사도 소개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주지스님이 바쁘다고 하지만 주말에 그 먼거리를 스스로 찾아 온 불자들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아량은 충분히 베풀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스님들이 자비롭다고 생각하세요?”
어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불영사 역시 한 번 둘러 보고 나오는데 그쳤다. 스님의 법문이나 해설도 기대할 수 없었다. 더구나 점심공양시간에 밥도 먹을 수 없었다. 미리 점심공양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알아 보고 공문을 보냈지만 허사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점심은 일주문 밖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다. 오로지 한 개 밖에 없는 식당에서 한끼에 칠천원 하는 산채비빔밥을 먹었는데, 늘 그렇듯이 절에서 먹는 것만 못하다.
순례법회를 가면 점심공양을 절에서 먹는 것도 큰 낙이다. 비록 비빔밥에 지나지않는 먹거리일지라도 절에서 먹으면 무엇이든지 맛있다. 그런 기대감으로 순례를 가는지 모른다. 그런데 불영사의 경우 절에서 먹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순례팀이 공짜로 먹는 것이 아니다. 점심값 형식으로 하여 공양비를 주기 때문이다.
순례팀들이 한번 절에 가면 많은 것을 보시한다. 불자들은 이법당 저법당 다니면서 참배 하고 보시한다. 또 신심있는 불자들은 등을 달기도 하고 기와 불사, 동종 불사 등 각종 불사에 참여 하기도 한다. 이렇게 불자들이 순례를 가면 갖가지 보시가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절에서 밥먹는 것 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서운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법우님은 “스님들이 자비롭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풍광
그림 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불영사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지에 위치해 있는 불영사에서는 이제 봄이 막 시작 되었다. 온갖 꽃이 만발하고 이제 갓 싹이 올라온 나무에는 연두색 신록이 시작 되었다.
가난한 할머니의 물건을 사 주는 것이 더
불영사를 뒤로 하고 불영계곡을 따라 버스가 있는 일주문으로 향하였다. 마치 한폭의 동양화 같은 불영계곡을 감상하며 다리를 건너자 특산품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보따리에 나물 말린 것과 물에 끓여 먹을 때 사용하는 나무껍질 등을 팔고 있다.
나무껍질을 샀다. 한 봉에 삼천원이다. 두 봉에 오천이라 한다. 오천원을 주고 두 봉을 샀다. 다른 법우님들도 할머니에게서 먹거리를 샀다. 이렇게 물건을 사고 나서 “법당에 보시함에 돈을 넣는 것 좋지만 가난한 할머니의 물건을 사 주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 부호를 붙여 보기도 하였다.
스스로 찾아 간 절이건만
불영사의 경우 일주문에는 매표소가 있다. 어른 입장권이 이천원이다. 어느 절과 마찬가지로 문화재관람료 명목이다. 그러나 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불영사에서 국보급 문화재가 있었지만 이를 해설하는 사람은 없었다. 문화재 해설사도 없었고 스님도 보이지 않았다. 단체로 간 순례팀에게 불영사에 대하여 소개 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모두 바쁘다고 하여 거절 하였다. 더구나 스스로 찾아 가서 이 법당 저 법당 다니면서 참배하고 불사에도 참여한 법우님들이 있었지만 절에서는 점심공양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찰이 이런 모습이다. 비록 사찰이라는 공간이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자 동시에 주거공간이기도 하지만 제발길로 스스로 찾아 오는 사람에게는 친절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스님들이 자비의 마음이 있다면 스스로 제발로 찾아 온 사람들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스님들은 결코 자비롭지 않다”거나 “차라리 행상하는 할머니 물건을 사주는 것이 더 낫다”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2014-04-2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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