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에 연등장사하나? 세월호 플레카드는 보이지 않고
화창하고 싱그러운 날에
신록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5월 3일 토요일에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늘 찾는 곳이라서 이제 매우 익숙하다. 서울대공원이 크게 동물원과 놀이공원 두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두 공원사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있고 부속으로서 장미원이 있다. 주로 가는 곳은 동물원이다. 그러나 장미꽃이 필 때 쯤이면 장미원을 즐겨 찾는다.
동물원은 부지가 매우 넓다. 청계산 북서면 자락에 자리 하고 있는 동물원은 산림욕하기에도 좋다. 그래서일까 나이 든 ‘실버세대’들이 대공원을 주로 찾는다. 경노우대정책으로 무료로 공원입장이 가능해서 항상 은발의 등산객들을 볼 수 있는 곳 또한 서울대공원이다.
화창하고 싱그러운 5월 첫째주 토요일 동물원으로 향하였다. 목표는 ‘조절저수지’이다. 날씨가 좋아서 일까 전철역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가득 올라간다. 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젊은 부모가 많고 또 데이트 하러 나온 젊은 연인들도 눈에 많이 띈다. 대체적으로 젊고 활기찬 분위기이다. 세월호참사의 영향으로 전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지만 화창하고 싱그로운 봄날 이곳 대공원 만큼은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늘 보던 스님이 있었는데
대공원에 가면 늘 보는 것이 있다. 전철역에서 내려 분수대앞 광장까지의 대로 사이에 ‘탁발’하는 스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사와 장삼을 입은 스님이 목탁을 치며 절을 하는 장면을 수 년간 보아 왔다. 아마도 십년 가량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님이 보이지 않는다.
늘 보던 스님이 보이지 않으니 한편으로 허전하다. 그것은 애증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스님이 분수대 앞 가장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자리 잡은 것은 십년전쯤으로 보인다. 관세음보살이 그려진 모금함을 앞에 놓고 목탁을 치며 절을 하는 스님을 보면서 아마도 ‘땡중’이라고 생각하였다. 조계종에서는 공식적으로 탁발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에 종단소속이 아니라 스스로 가사와 장삼을 입고 머리를 깍은 중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탁발승은 구름처럼 몰리는 목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분수대 바로 아래이다.이곳에서 목탁소리를 내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절을 하였다. 그런 모습이 마치 불교망신을 시키는 것 같았다. 기독교의 경우 한사람이라도 신자를 만들기 위하여 ‘예천불지’를 외치며 다니지만, 불교에서는 마치 걸인처럼 모금함을 앞에 놓고 목탁만 치는 것이 영 못 마땅하였던 것이다.
비록 길거리 전도사들이 예천불지를 부르짖으며 전도하지만 자신들은 “진리를 전파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진리를 알려 주기는커녕 걸인처럼 구걸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불교망신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공원에서 탁발행위를 하는 스님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비판글을 여러 차례 올렸는데
서울대공원탁발승에 대하여 여러 차례 글을 올렸다. 늘 서울대공원을 찾기 때문에 그 때마다 탁발행각을 하는 스님이 못 마땅하였기 때문이다.
블로그내 검색을 해 보니 가장 처음 글을 쓴 것이 2009년도이다. ‘탁발 스님과 노방 전도사, '무애행(無碍行)'인가 '막행(莫行)'인가(2009-02-24)’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에서 “탁발이나 노상전도를 하는 행위는 해당 종교의 이미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글을 썼다. 노방전도 하는 행위가 해당종교의 품위를 떨어 뜨리듯이 탁발행위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뜻으로 썼다.
다음으로 검색된 것이 ‘벚꽃절정의 서울대공원에서 본 탁발, 구도행각인가 구걸행각인가(2011-04-18)’라는 글이다. 이 글에서는 “자라나는 신세대들이 즐겨찾는 대공원에서 탁발행각은 종단차원에서 관여 해야 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글을 썼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드는 서울대공원에서 탁발승의 행각이 불교에 대하여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종단차원에서 단속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어서 검색된 글이 ‘구도(求道)인가 직업인가, 서울대공원의 탁발승을 보며(2010-05-01)’이다. 이 글에서는 “계행도 지키지 않으면서, 승인지 속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공양한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하여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입장이 180도 바뀐 이유
늘 찾는 곳이 서울대공원이다. 그런데 갈 때 마다 마주치는 것이 탁발승이었다.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절만 하는 스님이 한국불교를 망신시키고 포교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모금함에 사람들이 돈을 넣을까? 구름처럼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누구 하나 돈을 넣는 경우를 보지 못하였다. 탁발승이 차지 하고 있는 자리를 비켜 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섬처럼 고립 되어 형국이었다. 그러나 아주 가끔 돈을 넣는 경우도 있었다. 나이 든 허름한 여인이다. 돈을 넣고 합장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가물에 콩 나듯 거의 보기 힘든 광경이다.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대공원 앞의 탁발승이 결코 좋아 보일 리 없다. 그래서 불만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입장이 바뀌었다. 그것도 180도 바뀌웠다. 갑자기 탁발승을 옹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승려도박사건과 관련이 있다.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승려도박사건이 터졌다. 그 때 국민들은 분노 하였다. 이런 성난민심에 불자들은 고개를 못들고 다닐 정도이었고, 자신이 불자라고 떳떳이 밝히기가 어려울 정도의 사회적 분위기 이었다.
그런데 승려도박은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 곪아 터진 것이라 한다. 더구나 승려도박사건은 고위직도 해당 된다고 하였다. 종단의 고위직이 연루 되어 검찰에 고발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이 속속들이 알려지자 신도들과 국민들은 승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승려도박사건의 영향은 컸다. 이제까지 대공원앞에서 탁발행위 함으로써 불교망신을 시킨다고 생각하였던 탁발승에 대하여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글을 썼다.
서울대공원에 가면 몇 년째 절을 하는 스님이 있다. 지하철에서 빠져 나와 서울대공원 분수대에 진입하기 전에 가장 목 좋은 자리에 있는 스님이다.
이 스님에 대하여 여러 차례 비판의 글을 썼다. 조계종에서 금하는 탁발행위로 인하여 대다수 스님들의 위의를 손상시키고 한국불교를 망신시키고 있다고 여러 차례 글을 올렸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어느 순간 그 스님이 거룩한 성자의 모습으로 비추어지기 시작하였다. 한 장소에서 그것도 10년 가까이 절만 하는 스님을 보았을 때 비록 그 행위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짜승려처럼 보일지라도 계를 어기면서 반승반승의 삶을 살아 가는 스님들 보다 더 낫다고 느껴졌다.
(진흙속의연꽃, 아낌없이 퍼 주는 부모의 마음, 원인 없이 작용하는 아라한의 마음(2013-07-06)
대공원탁발승에 대한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입장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승단에 대한 불신이다. 승려도박사건이 터졌을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종단고위층도 도박을 밥먹듯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불교를 망신시키는 것은 서울대공원앞 탁발승이 아니라 도박을 일삼는 종단의 고위직 스님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되자 대공원탁발승이 갑자기 거룩한 성자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아낌없이 퍼 주는 부모의 마음, 원인 없이 작용하는 아라한의 마음(2013-07-06)’라는 글을 올려 대공원 탁발승에 대하여 일종의 ‘간접사과’를 하였다.
서울대공원에서 더 이상 탁발승을 볼 수 없다. 보이지 않은 지가 이년 된다. 지난 십년간 매번 보다 더 이상 보이지 않으니 서운 하기도 하다. 그 동안 한국불교망신시킨다고 비판만 하다 도박승려들의 행태를 보고 입장이 180도 바뀌었는데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이제 아쉽다.
서울대공원은 아이들의 천국
서울대공원은 아이들의 천국이다. 모든 시설들이 아이들을 고려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공원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가득 하다. 그 중에 하나가 초상화그리기 일 것이다. 화가들이 아이들의 특징을 잡아 내어 거의 완벽하게 묘사 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농산물직거래 장터가 생기고
올해 들어 서울대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농산물직거래 장터이다.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열리는 직거래 장터에는 전국각지의 특산품이 전시 되어 있다.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기 때문에 농촌살리기 운동의 일환이라 보여진다.
조절저수지를 향하여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늘 가는 곳이다. 가끔 어쩌다 한 번 오는 사람들과 달리 가까이 있어서 늘 찾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 그래서 우회길을 이용하여 ‘조절저수지’로 향하였다.
서울대공원은 워낙 크기 때문에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특히 동물원 전체를 돌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산림욕하기에 최적이다. 이처럼 우회길은 주로 실버세대들이 찾는다. 등산복을 입은 나이 든 세대들이 즐겨 찾는 길이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길이다.
서울대공원에 저수지가 두 개 있는데
서울대공원 가장 끝 모서리에 저수지가 하나 있다. 청계산 바로 아래에 있다. 이름 하여 ‘조절저수지’라 한다. 왜 조절저수지라 하였을까? 그것은 이름에 모든 것이 다 설명 되어 있는 것 같다. 물을 조절한다 하여 조절저수지라 하였을 것이다. 이는 대공원 아래쪽에 있는 큰 저수지와 연계하면 이해가 쉽게 된다.
서울대공원에는 저수지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대공원 입구에 있는 커다란 저수지이고, 또 하나는 대공원의 끝자락 즉, 청계산 바로 아래 있는 작은 저수지이다. 그런데 아래의 큰 저수지에는 항상 물이 가득 차 있다. 건기나 우기때도 물이 항상 일정하다. 이는 아마도 산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저수지 때문일 것이다. 큰 저수지의 물의 수위를 조절한다고 하여 ‘조절저수지’라 이름 한 것이라 보여진다.
감추어진 비경 문원지
목표지인 조절저수지에 도착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대공원을 찾지만 대부분 동물을 구경하는 것으로 그친다. 그래서 저수지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서울대공원을 제집 드나들 듯이 수 년동안 다녔어도 저수지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작년에 처음 이런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처음 저수지를 발견하였을 때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서울대공원 비경(秘境) 문원지(2013-05-19)’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글에서 감추어진 비경이란 표현을 하였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꼭 일년만에 다시 조절저수지를 찾았다. 그런데 조절저수지에 대하여 지도에는 ‘문원지’라 표기 되어 있다. 과천시 문원동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꼭꼭 숨어 있는 듯이 보이는 문원지를 찾았다.
5월 첫째주에 보는 문원지는 무릉도원과도 같다. 신록의 산과 짙푸른 물이 어우러져 있어서 별천지에 온 것 같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듯하다. 그래서 자리를 잡고 산과 물을 바라다 보았다.
문원지는 제방이 있다. 제방으로 인공호수가 조성된 것이다. 제방 아래에는 동물원이 숲속에 잠겨 있다. 계곡에는 동물원이 있고 저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청계산을 넘어
문원지에서 한참 머물렀다. 눈을 씻어 내듯이 산과 숲과 나무와 물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경치도 오래 보면 싫증이 나는 것 같다. 슬슬 자리를 옮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 것이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가기 보다 청계산을 넘어가 보고 싶었다. 저 산을 넘어 가면 ‘청계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산에 가든지 절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사는 도시에서는 절 구경하기가 힘들지만 산에 가면 절 구경을 할 수 있다. 그것도 깊은 산중에 꼭꼭 숨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청계사로 가는 길에 야생화가 만발하여 자신의 존재를 과시 하고 있다.
절고개에 이르러
저수지 뒤로는 가파른 등산로길이다.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는 길이다 보니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다. 가파른 길을 25분 정도 걸어 올라 가자 청계사로 넘어 가는 고개에 도달 하였다. 지도상으로 ‘절고개’라 한다. 절고개 이쪽은 서울대공원이고 저쪽은 청계사인 것이다. 절고개 아래 약 300미터 지점에 청계사가 있다.
청계사에 도착하니
청계사에 도착하였다. 청계사 역시 늘 가는 곳이다. 지역에 있기 때문에 종종 찾는 곳이다. 그런 청계사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 하여 준비가 한창이다.
청계사에 대한 비판글을 쓴 이유
청계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다. 주로 비판적 내용이다. ‘“존재들 가운데 어떠한 실체도 발견하지 못한다” 우담바라 핀 청계사에서(2012-04-09)’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글에서 종상스님과 우담바라꽃이 핀 사연에 대하여 다루었다. 풀잠자리알에 불과한 것을 우담바라꽃이라 하여 불사를 크게 일으킨 것에 대한 비판 글이다.
청계사가 언제부터 불국사 문중에 속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불국사 주지를 하였던 종상스님이 청계사 주지로 오면서부터 청계사는 ‘우담바라핀 청계사’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교계언론에서 종상스님에 대하여 비판할 때는 우담바라이야기는 빠져 있다. 그렇다면 교계언론에서는 종상스님에 대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불교닷컴에 실린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자정센터는 주지추천권을 행사했다고 알려진 종상 스님(불국사 성보박물관장)에 대해서는 “▷해외원정도박 의혹 ▷경내 골프연습장 건설 ▷공찰을 자신의 사설사암으로 전환 ▷석굴암 중앙분담금 상습 체납·할인 등으로 도저히 봉은사를 공정하게 운영할 수 없는 스님”이라고 평가했다.
(‘조계종 기대 난망’…보시 거부 불사, 교단자정센터 성명, 불교닷컴 2013-12-04)
기사에 따르면 종상스님에 대한 의혹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먼저 1)해외원정도박을 상습적으로 하였다는 혐의가 있고, 2) 불국사 경내에 골프연습장을 건립하여 국민정서와 유리된 행각을 하였고, 3)불국사의 분당포교당이라 볼 수 있는 석가사를 자신의 소유로 하여 개인사찰로 만들어버렸고, 4)석굴암에서 거두어 들이는 입장료 수입에 대하여 분담금으로 납부하여야 하나 상습적으로 체납하여 결국 탕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네 가지 사항이 있음에도 지난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스님을 밀어 주어 당선하게 하였다. 그 결과 강남의 노른자위 사찰이라 불리우는 봉은사를 불국사 문중이 차지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도박승 혐의자들에 접수된 봉은사, 어떤 막장드라마를 펼칠까?(2013-12-07)’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런데 기사에서 놓친 것이 있다. 그것은 청계사에서 우담바라꽃에 대한 것이다. 풀잠자리알에 불과한 것을 우담바라꽃이 피었다고 하여 전국에서 신도들과 사람들이 몰려 들게 한 것이다. 이를 좋게 받아 들이면 퇴락한 청계사를 오늘날 여법한 가람으로 만들어 불사를 일으킨 것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대국민사기’에 가까운 것이다.
천년고찰 청계사
청계사는 천년고찰이다. 청계산 남사면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청계사는 고색창연한 극락보전과 동종 등 문화재가 있어서 천년고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더구나 조선시대 말경에 한국선불교를 중흥시킨 경허스님이 어렸을 적 출가하던 곳이다. 그래서 청계사 경내에는 경허스님을 기리는 부도탑이 조성 되어 있다.
이렇게 수도권에서 보기 드물게 고풍스런 전각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청계사는 안양원을 배후로 하고 있다. 평촌과 산본 두 개의 신도시와 안양, 군포, 과천, 의왕시가 배후인 것이다. 이들 도시를 한데 묶어 일반적으로 ‘안양권’이라 하는데 인구가 ‘120만명’에 달한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를 배후로 하다 보니 부처님오신날 청계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래서 인덕원역에서 청계사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여 계속해서 신도들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왜 불국사문중소속이 되었을까?
이렇게 목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청계사는 불국사문중소속으로 되어 있다. 경상도 경주에 있는 불국사 문중에서 어떻게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청계사가 불국사문중의 일원으로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종상스님이 청계사 주지로 오면서 ‘성자(聖)’자 항렬을 갖는 스님들의 불국사문중 차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배후에 120만명의 인구를 가진 곳이 청계사이다. 그러보니 청계사는 부처님오신날 되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특히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구름처럼 모여 든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인산인해를
부처님오신날을 사흘앞둔 청계사에는 준비가 한창이다. 울긋불긋 각종 연등에는 꼬리표 달기 작업이 한창이다. 다른 절들과 달리 유난히 연등이 많이 걸려 있는 청계사에서는 소원을 염원하는 꼬리표가 역시 다른 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이렇게 형형색색 울긋불긋한 연등이 경내에 가득하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온통 연등으로 뒤덥혀 있는 것 같다.
“초파일 등 접수합니다”
수 많은 연등과 함께 또 한가지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이틀 앞두고 사람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다음과 같은 플레카드가 붙어 있다.
플레카드에는 “초파일 등 접수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등의 가격이 매겨져 있다. 1년 지혜등이 20만원, 100일등이 5만원이다. 1년 소원성취등은 15만원이고, 하루등은 3만원이다. 하루등은 아마도 부처님오신날 당일날에 다는 등이라 보여진다. 이렇게 부처님오신날을 사흘 앞두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등값이 매겨져 있는 플레카드를 볼 수 있다.
연등장사하나?
기도비나 등값이 적혀 있는 플레카드를 종종 사찰에서 볼 수 있다. 그런 플레카드를 볼 때 마다 마치 ‘장사’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초파일날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 드는데 20만원짜리 지혜등이 100개 나간다면 어떤 계산이 나올까? 또 1년 짜리 소원성취등 15만원짜리가 200개 나간다면 그 금액은 얼나마 될까? 하루등 3만원짜리가 1000개 나간다면 얼마나 될까? 플레카드에 적혀 있는 연등값을 보면서 이런 저런 계산을 해 본다.
어떤 이는 절에서 연등장사를 한다고 비판한다. 절에서 사월초파일 하루 동안 연등을 팔면 일년 먹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에서는 초파일이 최대의 대목이라 한다. 물론 장사의 개념으로 보았를 때이다. 그런데 이런 오해를 살만한 행위를 스스로 하는 것이다. 청계사에서 본 등값 가격표가 그것이다.
플레카드로 등값 가격을 알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신도들을 상대로 등장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초파일을 앞두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로 본다면 초파일 하루를 겨냥하여 제대로 등장사를 해보자는 것으로 비추어진다.
관세음보살상호에서 우담바라 꽃이
청계사의 주법당은 극락보전이다. 이름이 뜻하듯이 아미타불이 주불이다. 아미타불을 주불로 하여 좌우에 협시보살이 있다. 주불을 바라보고 오른쪽이 관세음보살이다. 그 관세음보살상호에서 우담바라 꽃이 피었다고 하여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법당안에는 그 때 당시 우담바라꽃이 핀 것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불단에 모셔 놓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풀잠자리알이다. 이렇게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법당안에는 한쪽켠에 잘 모셔져 있다.
천원짜리 한장에 지나지 않지만
법당안에 잠시 앉아 있었다. 불자들이 들락거리며 절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런데 절하는 모습이 너무 진지하다. 어떤 이는 마치 무당처럼 두손을 높이 치켜 들고 절하기도 한다. 아마 불교예절에 대하여 배운적이 없는 초보 불자인 것 같다. 그럼에도 절하는 모습은 매우 진지하다. 또 어떤 이는 절을 하면서 바닥에 그대로 머리를 묻고 한참 그대로 있다. 자신의 소원을 간절히 비는 것처럼 보인다.
법당에서 대부분 불자들이 불전함에 넣는 돈은 크지 않다. 천원짜리 한장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진지한 자세와 간절이 염원하는 모습을 보면 숙연해질 정도이다. 이처럼 천원하나 넣고는 스님을 만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등이나 달고 큰 불사에 동참해야만 스님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천원짜리 한장 넣고 부처님에게 직접 서원을 비는 것이라 보여진다.
한국불교의 힘은 어디에서?
불자들이 법당에서 불전함에 넣는 것은 천원짜리 한장에 지나지 않다. 그럼에도그 모습은 매우 진지하다. 바로 그 진지한 모습에서 한국불교의 힘을 보는 것 같다. 도박이나 음주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힘은 천원짜리 한장을 집어 넣고 조용히 기도하고 가는 불자에 있다고 보여진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부처님오신날 이틀전에 청계사에 가 보았다. 부처님오신날을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데 마치 그날 연등장사를 제대로 할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놓은 연등값이 적혀 있는 플레카드 때문이다.
이처럼 안양권 120만명을 배후로 가진 청계사에서 부처님오신날 당일을 맞이 하여 제대로 연등장사를 하려는 듯이 보인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연등값이 매겨져 있는 플레카드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종상스님 때문이다. 청계사 회주로 있는 종상스님은 이미 ‘▷해외원정도박 의혹 ▷경내 골프연습장 건설 ▷공찰을 자신의 사설사암으로 전환 ▷석굴암 중앙분담금 상습 체납·할인’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 있고, 또한 우담바라꽃이 피었다고 하여 보는 이에 따라 대국민사기극을 연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계사에서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 형형색색연등으로 가득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그 어떤 문구도 볼 수 없었다. 조계종에서는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각 사찰에 애도하는 플레카드를 걸고 법당에도 애도하는 문구를 걸라고 지침이 내려 갔다. 그래서일까 경북의 오지인 울진에 있는 불영사에서도 극락왕생과 무사귀환을 바라는 플레카드가 절의 입구에 붙어 있었고 또 법당안에도 있었다. 이렇게 오지의 절에도 세월화참사를 애도하는 플레카드가 붙어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사찰인 청계사에서는 일체 볼 수 없었다.
도시의 거리에는 애도 플레카드가
지금 우리나라는 상중에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연일 뉴스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보도 하고 있고 국민들은 가슴 아파 한다. 그래서일까 도시의 거리에서도 애도 플레카드를 볼 수 있다. 그런 애도문구는 교회에서도 볼 수 있다.
도시의 애도문구는 절에서 붙어 있는 극락왕생과 무사귀환이라는 말 대신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교회의 플레카드를 보면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플레카드와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또 다른 플레카드가 붙어 있다.
하지만 청계사에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그 어떤 문구도 볼 수 없었다.절 어느 곳에서도 법당에서도 볼 수 없었다.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람들이 가장 잘다니는 곳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초파일 등 접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연등값이 매겨진 플레카드가 눈에 확 띨 뿐이다.
2014-05-0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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