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화환을 만드는 자가 꽃을 따 모으듯” 서른일곱 가지 도움이 되는 수행의 원리(37조도품)

담마다사 이병욱 2014. 11. 16. 09:49

 

화환을 만드는 자가 꽃을 따 모으듯” 서른일곱 가지 도움이 되는 수행의 원리(37조도품)

 

 

 

아무리 약해 보이는 학인이라도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그래서일까 놀라운 문명을 이루었다. 산에 올라가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면 수 많은 아파트와 빌딩,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수 많은 주택들을 볼 수 있는데 모두 나약한 인간들이 이루어 놓은 것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느 곳을 가든지 시원 스럽게 닦여 있는 도로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강이 있건 없건 다리를 높아 곧게 길이 나 있고, 산으로 막혀 있으면 터널을 뚫어 시원스럽게 길을 만들어 놓았다. 바다에는 큰 배가,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고, 저 먼 우주에도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그럼에도 인간은 나약하다. 왜 그런가? 이 세상을 호령하던 영웅호걸도 죽음을 앞에 두고는 자신의 힘으로 손가락 하나 까닥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한 왕들도 생노병사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흐름에 든 자(예류자)는 가장 허약할지라도 어떤 부를 이룬자 보다도, 또 어떤 권력을 가진 자도 강하다. 왜 그럴까? 생노병사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약해 보이는 학인이라도 이 생에서 다시 태어나는 다음 7 번째의 생애 안에서는 완전히 해탈하여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누가 이 야마의 왕국을 정복할 것인가?

 

 

Ko ima pahavi vicessati      꼬 이망 빠타윙 위쩨삿띠
Yamalokañ-ca ima
sadevaka?    야마록깐짜 이망 사데와깡
Ko dhammapada
sudesita,       꼬 담마빠당 수데시땅
Kusalo pupphamiva pacessati?    
꾸살로 뿝파미와 빠쩨삿띠.

 

 

누가 이 땅과 이 야마의 왕국과

이 천상계와 인간계를 정복할 것인가?

화환을 만드는 자가 꽃을 따 모으듯,

누가 잘 설해진 진리의 말씀을 따 모으랴?

(Dhp44, 전재성님역)

 

 

だれがこの大地を征服するであろうか?

だれが閻魔の世界と神とともなるこの世界とを征服するであろうか?
わざに巧みな人が花を摘むように、

善くかれた理のことばを摘み集めるのはだれであろうか?

(Dhp44, 中村元)

 

 

누가 이 대지를 정복할 수 있을까?

누가 천상과 지옥을 정복할 수 있을까?

그 누가 감동적인 법문 엮기를

솜씨 있는 이가 고운 꽃을 꾸미듯 할까?

(Dhp44, 법정스님역)

 

 

孰能擇地 숙능택지

捨鑑取天 사감취천

誰設法句 수설법구

如擇善華 여택선화

(Dhp44, 한역)

 

 

어느 누가 있어 이 흙의 요소를

야마천과 인간과 천상세계를

바르게 이해할 것인가?

어느 누가 있어 잘 설해진 담마를

잘 실천하여 분별할 것인가?

마치 정원사가 꽃을 고르듯이.

(Dhp44, 거해스님)

 

 

Who will penetrate this earth

& this realm of death

with all its gods?

Who will ferret out

the well-taught Dhamma-saying,

as the skillful flower-arranger

       the flower?

(Dhp44, Thanissaro Bhikkhu)

 

 

빠알리게송 첫 번째 두 번째 구절에서는 누가 이 땅과 이 야마의 왕국과 이 천상계와 인간계를 정복할 것인가?”라 하여 네 가지의 세계를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주석을 보면 이땅(ima pahaviṃ)’자신의 존재를 말하고, ‘야마의 왕국(Yamaloka)’네 가지 괴로움(생노병사)의 윤회의 존재를 말한다. 천상계와 인간계는 윤회하는 세계를 말한다.

 

화환을 잘 만드는 자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자신의 것이라고 여긴다. 자아에 대한 집착 때문에 결국 새로운 태어남을 유발하여 육도를 윤회하게 된다. 이렇게 육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집착된 자아에 정복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자신과 이 윤회계를 정복할 것인 것인가 

 

전재성님의 번역 중에 화환을 만드는 자가 등장한다. 꽃을 잘 다룰 줄 아는 자라는 뜻이다. 꽃을 선별하여 멋진 화환을 만드는 자를 말한다. 그래서 화환을 만드는 자가 꽃을 따 모으듯(Ko dhammapada sudesita)이라 하였다. 이에 대한 주석을 보면 유능한 화환을 만드는 자가 꽃을 따 모으고, 잘 알고, 조사해서, 꿰뚫어 보고 구현한다.(DhpA.I.335)”는 뜻이라 설명 되어 있다.

 

 

lei

 

 

화환을 잘 만드는 자는 꽃을 보는 안목이 있다. 예쁘고 싱싱한 꽃으로 만든 화환은 결혼식 등 축하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잘 설해진 진리의 말씀으로 화환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진리의 화환에 대하여 누가 잘 설해진 진리의 말씀을 따 모으랴?(Ko dhammapada sudesita)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진리의 화환에 들어 가는 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주석에서는 서른일곱 가지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수행의 원리(37조도품)”라 하였다.

 

37조도품은 어떤 것일까?

 

37조도품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하여 매번 자신에게 속고 후회하고, 37조도품으로 불교가 알아차림인 이유(2010-03-28)’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37조도품을 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서른일곱 가지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수행의 원리(37조도품)

No

 

요소

 

1

정진(viriya)

 

4

1

1

1

1

1

9

2

새김(sati)

4

 

 

1

1

1

1

8

3

지혜(pañña)

 

 

1

1

1

1

1

5

4

집중(samādhi)

 

 

 

1

1

1

1

4

5

믿음(saddhā)

 

 

 

1

1

 

 

2

6

사유(vitakka)

 

 

 

 

 

 

1

1

7

안온(passaddhi)

 

 

 

 

 

1

 

1

8

희열(piti)

 

 

 

 

 

1

 

1

9

평정(upekkha)

 

 

 

 

 

1

 

1

10

의욕(chanda)

 

 

1

 

 

 

 

1

11

마음(citta)

 

 

1

 

 

 

 

1

12

정어(sammāvācā)

 

 

 

 

 

 

1

1

13

정행(sammākammanta)

 

 

 

 

 

 

1

1

14

정명(sammā-ajiva)

 

 

 

 

 

 

1

1

 

합계

4

4

4

5

5

7

8

37

 

 

표를 보면 좌측에 정진, 새김 등 14가지 항목의 정신적 요소(마음부수)가 있다. 그리고 우측에는 사념처 등 일곱가지 깨달음의 수단이 있다. 예를 들어 팔정도의 경우 정진 등 모두 여덟 항목으로 구성 되어 있다. 오력의 경우 정진 등 다섯 항목이다. 마치 일곱 가지 깨달음의 수단을 보면 꽃다발과도 같다. 꽃다발 안에 여러 종류의 꽃이 들어 있듯이 팔정도라는 꽃다발 안에는 정진, 새김(sati), 지혜, 집중, 사유, 정어, 정행, 정명 등의 꽃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꽃은?

 

그런데 가장 인기 있는 꽃은 어느 것일까? 표를 보면 정진(viriya)’임을 알 수 있다. 사념처를 제외 하고 사정근 등 나머지 6개의 꽃다발에 모두 들어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합계 9개로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인기 있는 꽃은 새김(sati)으로서 8개이다. 세 번째로 많은 것이 지혜로서 5개이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깨달음의 요소로서 정진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불교 전통에서는 지혜를 강조 한다. 우리나라에서eh ‘마하반야바라밀이라 하여 역시 지혜를 강조 한다. 그러나 37조도품에 따르면 지혜는 3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9개로서 1위를 차지 하는 정진과 8개로서 2위를 차지 하는 새김(사띠)와 비교하여 지혜는 5개로서 그 중요성 면에 있어서 밀린다. 이렇게 본다면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혜 보다 먼저 정진과 알아차림(sati)이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동아시아불교에서 강조하는 마하반야바라밀과의 차이라 볼 수 있다.

 

학인이 잘 설해진 진리의 말씀을 따 모으리

 

법구경 44번 게송과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송이 45번 게송이다. 44번 게송에서 누가 윤회계를 정복할 것인가?’라 하여 의문하였고, 누가 진리의 말씀을 따 모을 수 있는가?’라 하며 의문하였다. 이에 대한 해답이 45번 게송에 실려 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Sekho pahavi vicessati
Yamalokañ-ca ima
sadevaka.
Sekho dhammapada
sudesita,
Kusalo puppham-iva pacessati?

 

 

학인이 이 땅과 이 야마의 왕국과

이 천상계와 인간계를 정복하리라.

화환을 만드는 자가 꽃을 따 모으듯,

학인이 잘 설해진 진리의 말씀을 따 모으리.(44)

(Dhp45, 전재성님역)

 

 

びにつとめるこそ、この大地征服し、

閻魔世界とともなるこの世界とを征服するであろう。
わざにみなむように、

びつとめるこそかれたのことばをめるであろう。

(Dhp45, 中村元)

 

 

참된 수행자는 이 대지를 정복하고

천상과 지옥을 정복할 수 있다.

진실한 수행자만이 진리의 말씀을 엮을 수 있다.

솜씨있는 이가 고운 꽃을 꾸미듯이

(Dhp45, 법정스님역)

 

 

學者擇地 학자택지

捨鑑取天 사감취천

善說法句 선설법구

能採德華 능채덕화

(Dhp45, 한역)

 

여기 수행하는 제자가 이 흙의 요소를,

야마천과 인간과 천상세계를 바르게 이해하리라.

여기 수행하는 제자가 잘 설해진

드높은 담마를 잘 실천하여 분별하리라.

마치 정원사가 꽃을 고르듯이.

(Dhp45, 거해스님)

 

 

The learner-on-the-path

will penetrate this earth

& this realm of death

with all its gods.

The learner-on-the-path

will ferret out

the well-taught Dhamma-saying,

as the skillful flower-arranger

       the flower.

(Dhp45, Thanissaro Bhikkhu)

 

 

45번 게송에서 키워드는 Sekha이다. 세카에 대하여 전재성님은 학인이라 하였고, 나까무라 하지메는 びにつとめる라 하여 배움에 힘쓰는 사람이라 하였다. 나까무라 하지메역을 중역한 법정스님은 참된 수행자라 하였고, 한역에서는 學者라 하였고, 거해스님은 수행하는 제자’, 타닛사로빅쿠는 The learner-on-the-path(길을 배우는 자)’의 뜻으로 번역하였다.

 

세카(Sekha: 學人)는 무슨 뜻일까?

 

세카(Sekha)는 무슨 뜻일까? 주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설명 되어 있다.

 

 

Sekho : DhpA.I.355에 따르면, 네 쌍으로 여덟이 되는 무리[사쌍팔배: cattari purisayugani purisapuggala] 가운데 목표에 도달한 거룩한 님을 제외한 나머지를 말한다. 그들은 학인으로서 세 가지 측면의 배움을 닦는다. 계정혜를 뜻하는 세 가지 배움[삼학: tayosikkha] , 보다 높은 계행의 배움과, 보다 높은 마음의 배움, 보다 높은 지혜의 배움이 있다.

 

(법구경 644번 각주, 전재성님)

 

 

학인이라 번역되는 세카는 아라한을 제외한 사쌍팔배의 성자를 뜻한다. 단순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의 경지에 들어간 수다원 이상 아나함까지를 세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무학의 아라한에 대해서는 세카라 하지 않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흐름에 든 경지에 들어간 사쌍팔배의 성자만이 자신을 정복할 수 있다. 그리고 생노병사 이렇게 네 가지 괴로움으로 이루어진 윤회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하여 주석에서는 학인이 거룩한 길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인 이 땅을 잘 알고 꿰뚫어 보고 정복하고, 네 가지 괴로운 윤회의 존재로 이루어진 야마의 왕국을 잘 알고 꿰뚫어 보고 정복하고, 천상계를 비롯한 인간계를 잘 알고 꿰뚫어 보고 정복할 것이다.(DhpA.I.335)”라고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37조도품

 

학인은 진리의 말씀을 따 모으는 자이다. 마치 화환을 잘 만드는 기술자가 시들거나 뒤틀리거나 곤충의 공격을 받은 허약한 봉오리나 꽃을 제외 하고 아름답고 잘 자란 꽃으로 멋진 화환을 만들듯이, 학인 역시 깨달음으로 이끄는 잘 설명되고 선언된 가르침을 따 모은다. 그것으 14가지 구성요소와 일곱가지 깨달음의 수단으로 구성된 37조도품이다.

 

법구경게송에서는 화환에 대하여 37조도품으로 비유하였다. 요즘식으로 따지면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것이다. 종합선물세트에 들어 가는 물품이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듯이 팔정도나 칠각지 등 일곱가지 깨달음의 수단 역시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다.

 

부처님은 마지막 유훈에서

 

37조도품에는 팔정도 등 모두 일곱가지 종합선물세트가 있다. 어떤 것은 네 가지 품목(사념처, 사정근)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일곱가지 품목(칠각지)도 있고, 또 어떤 것여덟 가지 품목(팔정도)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종합선물세트를 구성하고 있는 품목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있다. 마찬가지로 깨달의 구성요소라 불리우는 정진 등 14가지 마음의 요소 중에서도  역시 인기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진새김이다. 마치 약방에 감초 처럼 팔정도 등 대부분 깨달음의 수단에 포함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부처님은 마지막 유훈에서 다음과 같이 당부하였다.

 

 

"handa'dāni bhikkhave āmantayāmi vo, vayadhammā sakhārā appamādena sampādethā"ti.

Aya tathāgatassa pacchimā vācā.

 

[세존]

수행승들이여, 참으로 지금 그대들에게 당부한다. 모든 형성된 것들은 부서지고야 마는 것이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었다.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들기 직전 특별히 당부 한 말이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이다. 이말은 “appamādena sampādethā에 대한 번역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주석에 따르면 새김을 잃어버리지 말고 모든 해야 할 일을 성취하라.(Smv.593)”이라 설명되어 있다. 부처님이 입멸의 침상에서 말씀하신 단 한마디는 불방일(appamāda)’임을 나타낸 것이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은 불방일이라 볼 수 있다.

 

게으르지 말고 성취하라(appamādena sampādethā)”

 

부처님은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appamādena sampādethā)라 하였다. 여기서 sampādethāsampādeti의 뜻으로 ‘tries to accomplish’의 뜻이다. 직역하면 게으르지 말고 성취하라는 뜻이 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정진과 알아차림으로 요약된다고 볼 수 있다.

 

불방일이 모든 착하고 건전한 행위의 근본이 되고, 정진과 알아차림(sati)는 모든 성취의 근본이 된다. 이는 37조도품에서 37가지 항목 중에 정진이 9가지를 차지하고, 새김(sati) 8가지를 차지 하는 것을 보면 그 비중을 알 수 있다. 정진과 새김을 합하면 17가지가 되는데 이는 37조도품 중에 차지 하는 비율이 45%에 달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마지막 유훈에서 게으르지 말고 성취하라(appamādena sampādethā)”라고 말씀 하신 것이다.

 

 

 

2014-11-16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