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 가져서는 안될 오종직업
사람에게는 ‘인격(人格)’이 있다. 물건에도 격이 있다면 ‘품격(品格)’이라 할 것이다. 같은 공간에 사는 동물도 격이 있다. 개는 개로서 살 권리가 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견격(犬格)’이다. 돼지에게는 ‘돈격(豚格)’이고 닭에게는 ‘계격(鷄格)’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격이 무시된다.
사람을 무시하면 인격무시라 한다. 돼지를 공장식으로 사육하면 돈격무시이다. 계격도, 견격도, 우격도 마찬가지이다.
공장에서 사육되는 가축은 살코기가 될 운명으로 태어났다. 소는 24개월, 돼지는 6개월이 넘으면 도살된다. 닭은 더 짧아 30일이면 출하 된다. 사람은 연령으로 따지지만 돼지는 월령으로 따지고 닭은 일령으로 따진다. 이런 공장식 사육에 돈격과 계격이 있을 수 없다.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가 마당에서 자라면 계격이 존중된 것이나 다름 없다. 어차피 인간의 살코기용으로 최후를 맞이할 것이지만 공장식 사육장에서 짧게 생을 마감하는 것 보다 훨씬 낫다.
고기를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티벳에서는 야크말린 고기를 먹고 산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돼지와 닭을 길렀다. 요즘도 닭을 기르는 집은 많다. 어부는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모두 생존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러나 공장식으로 대량사육하여 판매한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을 것이다.
가져서는 안될 직업이 있다. 오계와 관련된 것이다.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음주와 관련된 직업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Pañcimā bhikkhave, vaṇijjā upāsakena akaraṇīyā. Katamā pañca:
Satthavaṇijjā, sattavaṇijjā, maṃsavaṇijjā, majjavaṇijjā, visavaṇijjā.
Imā kho bhikkhave, pañca vaṇijjā upāsakena akaraṇīyāti.
[세존]
“수행승들이여, 재가의 신자는 이와 같은 다섯 가지를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무기를 파는 것, 사람을 파는 것, 고기를 파는 것, 술을 파는 것, 독극물을 파는 것이다.”
(Vaṇijjāsutta -판매의 경, 앙굿따라니까야 A5.177, 전재성님역)
재가불자가 가져서는 안될 직업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이를 오종직업이라 하여1)칼장사(satthavanijja),2)사람장사(sattavanijja),3)고기장사(mamsavanijja), 4)술장사(majjavanijja), 5)독약장사(visavanijja) 이렇게 다섯 가지 직업을 말한다.
칼장사, 고기장사, 독약장사는 전쟁 등 살생과 관련 되어 있어서 불살생계를 어기는 행위가 된다. 사람장사는 매춘 등 음행과 관련되어 있어서 불사음계를 어기는 행위가 된다. 술장사는 정신을 흐리게 하여 오계를 어기는 단초가 되기 때문에 불음주계를 어기는 행위가 된다. 공통적으로 신체적으로 짓는 행위에 속한다.
여기서 키워드는 ‘판매(vanijja)’이다. 생산하지 말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생명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판매 하는 것은 불상계를 어기는 행위가 된다. 이렇게 본다면 집에서 기른 돼지나 닭을 기르는 것은 오계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공장식이 아닌 농가에서 돈격과 계격을 존중하여 자급자족용으로 활용한다면 가책에서 해방 될 수 있지 않을까?
2015-05-0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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