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一期一會)의 마음으로
몇 일전 핸드폰을 분실했다. 장미원에서의 일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옆 장미원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장미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장미를 주제로 하여 행사가 열리는 장미테마파크이다.
서울대공원은 늘 가는 곳이다. 가까이 있어서 지난 20년간 사계절 찾는 곳이다. 특히 장미원을 좋아한다. 너른 대지에 갖가지 나무와 숲이 어우러져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핸드폰을 잊어 버렸을 때 황당하였다. 그리고 몹시 당황하였다. 또 대략난감 하였다. 아직까지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나 온 길을 역으로 추적하여 가 보았다. 마음속에 집히는 곳을 집중으로 보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폰을 분실하자 허탈했다. 전화 한대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폰이 생명줄과 같아서 일인사업자에게 있어서 폰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사실상 생명줄을 끊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때 생각난 것이 ‘전화걸기’이다. 장미원 입구에 일반전화가 있었다. 내부용으로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단 전화를 해 보았다. 신호가 가자 누군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공원 매표소에서 받은 것이다. 순간 안심이 되었다. 누군가 습득하여 맡겨 놓았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 ‘가슴을 쓸어 내린다’는 말이 실감났다.
핸드폰을 왜 잊어 버리게 되었을까? 근본 원인을 생각해 보니 과도한 글쓰기 때문이라 본다.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글을 쓰는 경우가 잦다.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글을 쓰는데 메모를 활용한다. 똑똑 치는 것임에도 요즘은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매우 급속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날도 글쓰기에 몰두했다. 벤치에 앉아 일어나는 생각, 흘러가는 생각을 똑똑 치다가 잠시 멈추었을 때 일이 발생하였다. 또 하나의 원인은 폰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두 달 전 최신형 폰으로 갈아탔는데 화면이 넓직 하여 좋았다. 이전의 폰의 경우 항상 바지의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러나 폰이 크다 보니 들고 다니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그 사건이 있었던 날로부터 몇 일이 지났다. 분실된 폰으로 연락을 받은 이가 문자를 보내 왔다. 습득했던 이가 ‘잘 받았다는 연락이라도 받고 싶다’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인사조차 못하고 있었다. 또 그 순간 사례금이 떠 올랐다.
습득했던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마음씨 좋은 목소리이다. 그 이의 말에 따르면 의자에서 처음 폰을 발견하였을 때 지나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악용 될 것 같아서 매표소에 맡겼다고 하였다. 그래서 한시간 만에 찾은 것이다.
사례를 하려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폰 값의 5%에서 20%가 적절하다고 한다. 폰 가격의 10% 정도 보상하면 적절할 것이라 본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말은 일본에서 잘 통용되는 말이다. 오직 한번뿐인 기회를 말한다. 실제로 일본인은 이런 정신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이런 예로 ‘스모’를 들고 있다.
스모는 일본씨름 명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씨름과 달리 스모는 단판승부이다. 단 한번의 승부로 시합이 끝나는 것이다. 시합을 하여 졌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 뿐 다시 시합하여 승부를 가르는 경우는 없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씨름은 삼세번 또는 그 이상 하는 것이 보통이다. 유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업어치기 한판이면 승부가 끝나지 삼세번 하지 않는다. 모두 일본의 일기일회정신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본다.
일기일회의 정신은 일본문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손님접대가 대표적이다. 우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단골손님과 뜨내기손님을 구별하여 차별 대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단 한번 찾아 오는 손님일지라도 정성을 다해서 모신다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정신이 오늘날 경제대국을 만들었을 것이다.
일기일회는 고객을 대하는데 있어서 오직 한번뿐인 기회라 생각하여 최선을 다해 맞는 것이다. 비록 한번의 만남에 그칠지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각오로 맞이 해야 한다. 폰을 찾아 준 이에게 사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도 일기일회에 해당될 것이다.
2015-05-0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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