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행이 여물기 전까지는
오월도 중순에 접어 들었습니다. 온통 초록의 세상입니다. 불과 한달전 풍경과 전혀 다릅니다. 오래 전에 핀 벚꽃은 이제 녹음이 무성합니다. 더 이상 쳐다 볼 일이 없습니다. 지금 세상은 아카시철입니다. 예전에는 아카시아라 했으나 요즘은 아카시라 합니다.
아카시는 늦깍이 입니다. 다른 나무에서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 나지만 앙상한 채로 있습니다. 오월 중순이 되면 그제서야 새순이 돋고 흰꽃이 주렁주렁피어 열립니다.
아카시꽃을 볼 때마다 이국적이라 봅니다. 구한말 문호개방과 함께 외국에서 들어온 왜래종입니다. 대체로 해로운 수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에 아카시가 번성하면 다른 수종이 파괴된다 해도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그러나 오월의 아카시는 계절의 여왕에 향기를 넣어 줍니다.
일터로 가는 길, 학의천에 아카시가 만발하였습니다. 하와이안 꽃 목걸이를 연상 하듯 흰꽃다발이 주렁주렁 피어 있습니다. 한송이를 땄습니다. 예전의 먹어 본 기억이 있습니다. 입에 넣으니 아삭합니다. 배고픈 시절 아카시꽃도 먹었다 하는데 다른 꽃보다 씹는 맛이 납니다.
보기에 화려한 꽃이 있습니다. 꽃잎 도 크고 컬러풀합니다. 하지만 보기만 좋을 뿐 내실이 없는 것이 많습니다. 독버섯은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치명적인 독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크고 화려하고 컬러풀한 꽃을 좋아 합니다. 그러나 열매는 보잘것 없습니다.
작은 꽃이 있습니다.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늦깍이 감니무꽃이 대표적입니다. 커다란 감잎에 가려 있는지 조차 모릅니다. 하지만 열매는 매우 큽니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게 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행위를 하면 결과로 니타 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세상 이치 입니다. 행위를 꽃에, 결과를 열매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여기 악의 꽃이 있습니다. 악의 꽃은 악의 열매를 맺게끔 되어 있습니다. 악한 행위 역시 악한과보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악행에 대한 열매는 언제 익을지 알 수 없습니다.
악행을 하고서도 잘 사는 자들이 있습니다. 아직 악행에 대한 열매가 익기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조건을 만나 악행의 열매가 익으면 쓰디쓴 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악행이 여물기 전까지는
어리석은 자는 꿀과 같다고 여긴다.
그러나 악행이 여물면,
어리석은 자는 고통을 경험한다.”
(Dhp69)
2015-05-1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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