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더 나이 먹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담마다사 이병욱 2015. 5. 18. 09:46

 

더 나이 먹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축복의 계절이다. 연중 이맘 때가 가장 좋다.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온도가 20도 전후에 습도가 50프로 안팍이면 쾌적하다고 한다. 거기에다 하늘은 청명하여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지면 살 맛 난다. 하지만 이런 날씨는 오래 가지 않는다. 대기는 점차 오염되어 탁해진다. 탁한 공기는 구름을 형성하여 하늘은 흐려진다. 청명한 날씨도 3일 가지 못하는 것이다.

 

형성된 구름이 많아지면 하늘은 잔뜩 찌뿌려진다. 마침내 하늘에서 번쩍하고 섬광이 비친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우르르쾅쾅하며 천지가 진동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이전의 청명한 날씨는 온데간데 없다. 이렇게 자연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시간은 흘러간다. 세월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아침인가 싶으면 저녁이고, 월요일인가 싶으면 요즘말로 불타는 금요일이다. 연초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간다.

 

화창한 봄날이다. 갖가지 꽃이 앞다투어 피는 꿈의 계절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이 오래 지속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나 천지는 인정사정 없다. 이런사정 저런사정을 봐 주지 않는다. 좋은 시절도 지나가고 조금 지나면 참을 수 없는 혹서기가 닥칠 것이다.

 

시간은 흘러간다. 세월도 흘러간다. 그에 따라 우리도 늙어 간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속에서 산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있어서 시간속에 살다가 시간속에서 늙어 가는 것이 아니다. 애초 시간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가는 것처럼 인식 하는 것일 뿐이다.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서 시간이 흘러 가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은 변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그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청명한 날씨가 3일 못 가는 것도 무상하기 때문이다. 낮이 밤이 되고, 계절이 바뀌는 것도 역시 무상하기 때문이다.

 

날씨도 변하고 계절도 변한다. 그에 따라 나도 변한다. 어느 날 뒤돌아 보니 머리는 반백이 되어 있다. 나이를 먹은 것이다. 해가 바뀐 것을 카운트하여 나이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지 않았다. 다만 변해 왔을 뿐이다. 잃은 것이 있다면 청춘이다.

 

누구나 한번쯤 청춘을 향유한다. 그런 청춘은 항상 20대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청춘의 시절은 지나가 버린다우리가 청춘을 버린 것인가 청춘이 우리를 버린 것인가?

 

무상한 세계에서 시간은 흘러 가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은, 세월은 흘러 간다기 보다 회귀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낮이 밤이 되고, 계절이 바뀌며 끊임없이 순환하며 회귀한다. 영겁의 시간에 무한회귀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와중에 우리는 살아간다.

 

시간도 무상하고인생도 무상하고, 자연도 무상하다. 영원할 것 같은 우주도 무상하다. 모든 것이 변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고 주변도 변하고 동시에 삼라만상이 함께 변한다. 동시에 변하는 세상에서 미래예측은 불가능하다. 점쟁이는 지나간 과거를 잘도 맞춘다. 그러나 아무리 용한 점쟁이라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맞출 수 없다. 그것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동시에 변해서 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하여 나아간다. 어떤 일이 일어 날지 모르는 앞날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분주히 움직인다. 그러는 사이에 청춘은 우리를 버렸다. 중년도 우리를 버릴 것이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더 늙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세월은 스쳐가고 밤낮은 지나가니

청춘은 차츰 우리를 버리네.

죽음의 두려움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세속의 자양을 버리고 고요함을 원하리. (S1.4)

 

 

 

2015-05-1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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