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사람들이 행복이라 하지만

담마다사 이병욱 2015. 5. 12. 08:27

 

사람들이 행복이라 하지만

 

 

 

 

오늘도 가던 길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한번 습관이 드니 늘 그 자리에 앉게 된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습관이다. 좋은 습관이라 여긴다.

 

비 갠 후의 세상은 깨끗하다. 지역에 차별 없이 내린 비로 인하여 물청소가 된 듯하다. 신록의 철을 맞아 온통 세상은 푸르다. 도시에서도 농촌 못지 않게 계절의 변화를 맛 볼 수 있다.

 

저 멀리 수리산이 보인다. 신록의 산은 언제 보아도 젊은 산이다. 삼각형 모양이지만 밑변이 넓어서 도시를 품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늘 안정적 이미지이다.

 

학의천을 따라 수리산을 바라보며 매일 걷는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이른 아침에 걷다 보면 생각이 폭풍처럼 밀려 온다. 떠오른 생각, 흘러가는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메모를 활용한다. 이것도 행복일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한 상 가득 차려놓고 양껏 배불리 먹었을 때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심지어 어떤 이는 잘 먹는 것에 대하여 힐링이라고한다. 다분히 장사속 발언이다.

 

누군가 예술품같은 요리를 먹는다. 또 누군가는 황제식을 한다. 눈으로, 코로, 혀로 맛을 보며 목구멍으로 넘긴다. 넘기는 순간 온몸으로 행복감을 맛 본다. 오감이 총동원 된 것이다. 그러나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끝이다. 하루가 지나면 모두 똥이 되서 나온다. 와인도 마찬가지이다. 와인을 눈, , 코 등 오감으로 즐기지만 목구멍을 넘기는 순간 오줌이 되어 나온다. 이런 맛난 음식과 와인을 먹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은 행복이라 한다.

 

먹는 것, 마시는 것이 행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시적 행복이다. 행복한 순간이 오래 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게 된다. 맛에 대한 갈애가 일어 나는 것이다.

 

갈애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도 같은 것이다. 갈애가 일어나면 순간적으로 즐거움(행복)을 맛 보지만 그때 뿐이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대신 축복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행복 보다 축복이다. 행복은 지금 여기서 일시적 줄거움에 지나지 않지만, 축복은 지금 여기서 행복 뿐만 아니라 미래의 행복도 기대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번영이 축복이다. 그래서 행복 보다 축복이다.

 

학의천을 따라 수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행복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속 될 것이기 때문에 축복이다.

 

 

2015-05-1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