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비너스여신상은 왜 성스러운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5. 6. 2. 15:03

 

비너스여신상은 왜 성스러운가?

 

 

 

서울대공원 장미원에서

 

해마다 늘 이맘 때 찾는 곳이 있다. 서울대공원에 있는 장미원이다. 해마다 5월 마지막 째주 주말에서 6월 한달간 장미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런 장미원을 찾은지 십년 가까이 된다. 특히 최근 2007년 이후에는 사진과 글을 남기고 있다.

 

2007년에는 파란장미는 있는가 - 서울동물원옆 장미원축제에 가다(2007-06-03)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형형색색의 장미가 있는데 파란장미도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파란장미는 보지 못하였다.

 

장미원에서 장미축제가 열릴 때 늘 보던 것이 있다. 그것은 세계월드페스티벌이다. 러시아댄스공연단이 흥겨운 음악과 함께 각국 민속무용을 보여 주고 있다. 거의 반라의 무희들이 프랑스의 캉캉, 스페인의 플라멩고 등을 선보인다. 이를 장미꽃 보다 볼만한 것은, 서울대공원 장미원축제의 ‘월드 댄스 퍼레이드’(2009-06-070)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예년과 다르게 조용한 장미원

 

해마다 장미원을 찾는다.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다르게 조용하다. 그것은 러시아댄스공연단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거의 단골 이다시피 축제기간에 선 보였는데 공연이 없다 보니 조용하기만 하다. 그 대신 자리에는 돗자리를 깔고 준비한 것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잠 자는 사람들도 보인다.

 

 

 

 

 

 

지난 수 년 동안 매년 방문 하다 보니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해마다 그 자리에서 피는 꽃과 나무들이다. 공연팀은 보이지 않고 조형물 또한 사라졌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생명이 있는 것들이다.

 

 

 

 

 

 

 

 

 

 

 

 

 

 

 

 

 

 

 

 

 

 

 

 

 

 

 

 

 

 

 

 

 

 

 

 

 

하이브리드 티 로즈(Hybrid Tea Rose)

 

장미원에는 수 백종의 장미가 있다. 보도 듣도 못한 수 많은 장미를 보면 얼마나 다양한 종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설명문에 따르면 293 32,000주라 한다. 면적은 54,000제곱미터이다. 평수로 계산해 보니 16,000평이다.

 

장미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에 보지 못하였던 독특한 모양의 꽃이다. 한 가지에 여러 색깔이 피어 있는 꽃이다. 빨강꽃과 노랑꽃이 함께 피어 있다. 어느 가지에서는 세 종류의 컬러가 보이기도 한다.

 

 

 

 

 

 

 

 

 

 

 

 

한가지에서 여러 색깔의 꽃이 피고, 한송이의 꽃에서 컬러가 다른 장미를 보면 눈길이 간다. 이런 장미를 무어라 할까? 설명문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티 로즈(Hybrid Tea rose)’라 한다. 일종의 잡종이라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라는 말이 잡종, 혼합을 의미하는 말로서 교잡종을 말한다.

 

 

 

 

 

 

 

 

 

 

 

 

 

 

 

 

 

 

 

 

 

 

 

 

 

 

 

잡종장미라 볼 수 있는 히이브리드 티 로즈는 1867년 이후 탄생하였다고 한다. 탄생이후의 장미를 현대장미(modern garden rose)’라 한다. 이전의 장미를 고전장미(old garden rose)’라 한다.

 

하이브리드 티 계 장미의 특징은 무엇일까? 위키백과에 따르면 가장 큰 특징으로 꽃이 겹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꽃 빛깔은 흰색, 분홍, 노랑, 빨강, 보라 등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또 추위에 강해서 겨울 최저 평균기온 -12℃ 에서도 보호 없이 월동이 가능하다. 꽃은 늦은 봄에 피기 시작하여 첫서리가 올 때까지 계속 핀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피기 시작한 하이브리드 장미는 여름은 물론 가을 까지 계속 핀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이브리드 계통의 장미를 보면 화려 하기 그지 없다. 일반가정이나 길거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꽃이다. 장미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꽃으로서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 잡는다. 이렇게 본다면 순수혈통의 고전장미 보다 잡종장미가 더욱 더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화려함을 알 수 있다.

 

 

 

 

 

 

 

 

 

사뿐히 나무에 핀 하얀 꽃

 

장미원에는 온통 장미만 보인다. 어디를 보아도 장미밭이다. 다양하고 하려한 장미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장미만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보면 장미 아닌 것도 보인다. 그것은 나무에 피어 있는 꽃이다.

 

 

 

 

 

 

 

 

 

 

 

 

 

언젠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눈에 띄는 하얀꽃을 보았다. 그 모양이 너무 신기 하여 오랫동안 쳐다 보았다. 네 개의 꽃잎이 마치 팔랑개비처럼 피어 있는데 보기에 매우 산뜻 했다. 장미원에서 장미만 보다 보니 식상하였는데 군계일학처럼 사뿐히 나무에 핀 꽃을 보자 매료 되었다. 그래서 해마다 장미축제가 열릴 때 이 나무를 찾는다. 그 나무 이름은 산딸나무이다.

 

 

 

 

 

 

현재 장미원에서 볼 수 있는 산딸나무꽃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꽃잎이 큰 것이고 또 하나는 작은 것이다. 큰 꽃도 멋있지만 작은 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작은 팔랑개비가 돌아는 듯한 산딸나무꽃을 보면 장미원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장미에 취해서 이런 꽃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 같다.

 

 

 

 

 

 

 

 

 

 

보기에 민망한 남신조각상

 

해마다 5월 네 째 주말에 장미꽃축제가 열린다. 이 때 장미원은 모처럼 북적인다. 평소에는 발길이 뜸하다 축제가 열릴 때쯤 되면 찾는 것이다. 그런데 장미원에는 조각상도 많다. 장미가 서양의 꽃 이어서일까 조각상은 모두 그리스양식이다. 그 중에 보기에도 민망한 조각상이 있다.

 

 

 

 

 

 

 

 

 

처음 이 조각상을 보았을 때 몹시 민망하였다. 남성의 성기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원에서 아직까지 이런 조각상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장미꽃 축제를 즐긴다.

 

상반신을 노출한 여신조각상

 

장미원에는 남신조각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곳곳에 여신조각상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 남성조각상 처럼 하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 상의를 걸쳐 입은 전형적인 그리스 여신 조각상이다. 그런데 예전에 보지 못하던 조각상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비너스상이다. 장미원을 십년 가까이 출입하였음에도 올해 발견한 것이다.

 

 

 

 

 

비너스상은 상반신을 노출하고 있다. 이런 비너스상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리스 여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조형의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짝퉁, 즉 모조품이다.

 

동창 카톡방에 장미원 소개와 함께 비너스상을 올렸다. 그랬더니 어느 친구가 오리지널 사진을 올려 놓았다. 프랑스에 갔었을 때 박물관에서 찍은 것이라 한다. 플레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사진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비너스가 여신인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콧대가 이마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성형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 한가지는 가슴이다. 치마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가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너스여신상은 인간을 뛰어 넘어 가장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라 한다.

 

비너스여신상을 보면 아름다음의 극치이다. 아름답지만 관능적이지 않다. 그런데 아름다운 것은 성스럽다는 것이다. 이는 진리가 성스러운 것과 같고, 극히 선함이 성스런 것과 같다. 그래서 진선미는 성스런 것이다라고 결론 낼 수 있다.

 

영원불변한 실재 이데아(idea)

 

그리스철학에서 에로스(Eros)’가 있다. 에로스가 철학적인 용어로 사용 되었을 때는  불멸을 향한 초월적 충동이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참된 실재인 이데아(idea)에 대한 동경이나 사랑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이데아이다.

 

영원히 변치 않고 소멸하지 않고 시간을 초월 하여 존재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서양에서는 그 것을 진리라고 말한다. 또 그 것을 선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그 것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이른 바 진선미(眞善美)’를 말한다. 이런 진선미는 종교적으로 보면 신()이 될 수 있다.

 

비너스여신상은 에로스를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진선미로 설명되는 불멸의 이데아를 말한다. 이데아는 무엇을 말하는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인간이 감각하는 현실적 사물의 원형으로서,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것. 플라톤에게서는 존재자의 원형을 이루는 영원불변한 실재(實在)를 뜻한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인간이 지향하는 가장 완전한 상태나 모습을 말한다. 그것은 진리이고 최선이고 아름다움이다. 이렇게 본다면 비너스여신상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지향하는 이상형이다.

 

장미원에서 본 비너스여신상은 짝퉁이다. 원본은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여신상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원본과 복사본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치 디지털시대에 원본과 복사본의 구별이 없는 것과 같다.

 

진선미(眞善美)와 위악추(僞惡醜)

 

하나의 이상형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상형은 이러 이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상형, 즉 이데아는 항상 진선미로 나타난다. 진리와 최선과 아름다움, 이 세 가지 요소를 가장 이상형으로 보는 것이다. 만일 이상적인 배우자를 고른다면 진선미의 요소를 갖춘 자일 것이다.

 

이데아만을 추구하였을 때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진선미와 반대 되는 개념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위악추(僞惡醜), 즉 거짓와 악함과 추함이다. 진선미를 추구하면 할수록 위악추는 쳐서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 된다.

 

진리가 하나라면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 된다. 최선을 추구하면 할수록 악은 소멸되어야 한다. 진리와 최선이 아름다운 것이라면 거짓과 악은 추한 것이 된다. 진리와 선을 추구하면 할수록 거짓과 악은 쳐내야 할 대상이다.

 

한번 악의 축으로 결정되면 성스런 전쟁도 불사한다. 미국이 악의 축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한 전쟁도 성스런 전쟁이었다. 멀리는 십자군 전쟁, 가까이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성전이 있다. 하지만 진리와 선은 상대적이다. 서로 진리이고 최선이라 주장하였을 때 전쟁은 선과 악의 전쟁이 아니라 선과 선의 전쟁이 되어 버린다.

 

관능적 아름다움보다는 범접할 수 없는 성스러움

 

비너스여신상은 아름답다. 이마에서 시작 되는 코는 성형으로도 되지 않는다. 가슴은 흘러내리는 치마처럼 중력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이런 이상형은 여신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데아이다. 이데아는 진선미이므로 여신상은 진리이고 선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 여신상을 보고서 관능적 아름다움보다는 범접할 수 없는 성스러움을 갖는다.

 

 

 

 

 

2015-06-0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