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중이 떠나라”동국대 팔정도광장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5. 6. 5. 10:21

  

중이 떠나라동국대 팔정도광장에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동국대사건 1차 마무리가 있는 날이다. 여기서 1차라 한 것은 2차를 염두에 둔 말이다. 그 동안 고공에서 총장퇴진 등의 이유로 45일 동안 농성을 벌였던 최장훈학생이 내려 오는 날이고, 우리 모임의 운영멤버인 김영국님이 15일간의 단식을 끝내는 날이다.

 

기록으로 남긴다

 

6 4일 오후 5 30분에 동대 현장에 도착하였다. 바른불교모임에 가입하고 난 이래 수 차례 찾은 곳이라 이제 익숙한 일이 되었다.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찾아 다니며 기록을 남겼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당시 종교편향이 절정에 달했을 때 7.4시국법회나 8.27범불교도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당시 개인적으로 참가하여 글과 사진과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려서 기록으로 남긴 바 있다. 나중에 보면 중요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참고:

1) 장엄등으로 태어난 '촛불소녀', 7.4시국법회를 보고(2008-07-05)

2) 8.27 범불교도대회, 지관스님도 바닥에 앉아(2008-08-28)

 

인터넷에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나는 개인사적인 기록이고, 또하나는 공적인 기록이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사항이 기록으로 남겨졌을 때 먼 훗날 개인적인 이야기라기 보다 역사가 될 수도 있다. 기사처럼 팩트위주의 무미건조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이나 느낌이 실린 것이다. 그런 예로서 2008 8.27 범불교도대회 당시 지근 거리에서 지관스님을 촬영한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은 누구에겐가는 활용되어 좋은 자료가 되었다.

 

단식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가 본 곳은 고공조명탑이 있는 현장이다. 학생은 위에 올라가 있고 학생을 염려 하는 동문은 아래 노천에서 15일째 곡기를 끊으며 머물고 있다. 곡기를 완전히 끊은 모습은 어떠할까? 한눈에 보아도 힘이 없어 보인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한끼만 굶어도 현기증 날 것 같은데 수 십 끼를 먹지 않았으니 바람불면 쓰러질 것처럼 위태하다. 그러나 정신만은 또렸한 것 같다. 비록 효소단식이지만 일주일 단식을 해 보아서 알 수 있는데 단식을 하면 속된 말로 매가리가 없지만 몸과 마음은 청정해져서 정신은 매우 맑다.

 

팔정도광장으로

 

불상앞으로 이동하였다. 학생들은 팔정도광장이라 한다. 불상 주위를 여덟 개의 석재로 둘러쌓아 놓아서 팔정도라 이름 하였기 때문에 팔정도광장이라 하였을 것이다. 광장에는 수 백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최근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드믄 일이라 한다. 80년대 민주화 투쟁 당시와 비교하면 비교대상이 되지 않지만 집회측 추산 오백명 가량 모였다는 것은 그 만큼 학내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날 광장집회에는 학생들만 모인 것이 아니다. 동대사태를 우려하는 재가단체와  교수협회 등 수 많은 단체가 함께 하였다. 또 동국대 환경미화원들도 모였다. 학교로부터 부당하게 대우를 받고 있는 것에 항의 하는 뜻으로 학생들과 함께 한 것이다. 학생들이 연설할 때 마다 박수로서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부 스님들도 함께 하였다. 스님들 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방송이나 기사로만 접하였던 낯익은 영담스님, 도정스님, 혜문스님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번 뵌적이 있는 명진스님도 볼 수 있었다.

 

 

 

 

 

 

 

 

 

스님들을 잘 알지 못한다. 방송을 통해서는 많이 접하지만 직접대면한 경우는 드물다. 아는 스님중의 한분이 명진스님이다. 금년 3월 조계사 부근 거처에서 머물고 있는 스님을 찾아 뵌 적이 있다. 이에 대하여 교학과 수행 날개로 높이 멀리(2015-03-18)’라는 제목의 글에서 스님과의 만남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글을 다 본다는 명진스님

 

오랜만에 보는 명진스님에게 인사를 하였다. 알아 보시고는 반갑게 맞이 해 준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모습이 큰 형님처럼 너그럽다. 특히 말을 잘 경청해 주는 것 같다. 말을 끝까지 들어 주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할 때 강한 신뢰가 간다. 이렇게 잘 경청해 주는 것이 스님의 특기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날 모임이 끝나고 뒷풀이 할 때 동국대 영문과 J교수는 명진스님 만난 이야기를 하였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다.

 

스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 동안 만난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을까? 그것은 블로그를 매일 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처음 만났었을 때도 알 수 있었다. 스님은 블로그명이 대승의 바다시절에부터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육칠년 전부터 보와 왔다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꼼꼼하게 본다고 하였다. 불교박람회장에서 느낀 이야기를 올린 바 있는데 그 글을 보고 화재를 삼을 정도이었으니 올려진 글은 다 읽어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바른불교에서의 활동상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었다.

 

대게 글이 길어서 보지 않는다거나 바빠서 못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럴 경우 은근하게 서운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명진스님은 올린 글을 꼼꼼하게 본다고 하였다. 마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하여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그만큼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크게 고무되었다.

 

희화화 되는 스님들

 

팔정도광장에서는 학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하여 종단의 과도한 개입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학생이 학교의 주인임을 강조하였다. 그런 학생들 앞에서 스님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희화의 대상이다. 이날 단막극으로도 알 수 있다. 코리아나 회동 부터 심야에 벌어진 이사장선출, 그리고 편법으로 일관한 총장선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하여 코믹한 단막극으로 보여준 것이다. 거기에 스님의 권위는 없었다.

 

 

 

 

 

 

 

 

 

 

 

 

일년에 불교안티가 천명?

 

바른불교모임 운영멤버 중에 동대출신이 있다. 지방에서 개인의원을 하고 있는 법우님에 따르면 종립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님들의 행태에 대해서 소상하게 알고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님들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과 같다는 것이다.

 

스님들만의 독특한 행태가 있다.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별종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현상이 극대화 되었을 때 갈등을 야기하고 스님들을 혐오 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것이 종립대학교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라 한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종립대학에서 일년에 불교안티가 천명이 생겨난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깜짝놀랐다. 불교를 건학이념으로 세워진 대학에서 입학한 학생 대부분을 교화하여 불교인으로 만들어야 함에도 스님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로 인하여 오히려 불교안티만 양산한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법우님에 따르면 스님들의 실망스런 행태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고 하였다. 이는 일반불자들이 보는 시각과 다르다. 대부분 명목불자들이라 볼 수 있는 불자들은 스님세계를 잘 모른다. 그래서 스님들은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고 있다. 스님들은 화장실에 가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는 존재로 알고 있다. 이는 스님세계를 접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님들 세계를 속속들이 접하다 보면 너무나 실망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임종을 맞이 하는 태도를 보았을 때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환상이 다 무너진 것 같았다고 하였다. 이렇게 학생들이 스님들의 볼꼴 안볼꼴 다 보았을 때 안티가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스님도 있을 것이다.

 

중이 떠나라

 

집회에서 학생들은 스님들을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것은 과도한 종단 개입 탓이다. 권승마피아가 학교를 탐한 것이 주된 이유이다. 한마디로 이득이 되기 때문에 탐하는 것이다. 만일 건질 것이 없다면 스님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면서까지 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게 되어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다.

 

권승마피아들이 학교를 접수하였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 간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치 절뺐기 식으로 이권이 되는 것을 하나씩 접수 하였을 때 서로 헤쳐 먹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불교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그래서 일까 이날 자유낙서판에는 중이 떠나라라고 커다랗게 쓰여진 글씨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남이가일심동행(一心同行)

 

이날 집회에서는 학생들만의 성토가 이어진 것은 아니다. 동국대사태에 대하여 심각한 교권침해로 보고 사학련과 재가단체에서도 연설이 있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우희종 교수는 젊은사람들의 특징은 행동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분노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권승마피아의 부당한 학사 개입으로 인한 파행에 대하여 등록거부와 수업거부로 저항도 불사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또 한편 총장취임을 알리는 플레카드에 일심동행이라는 문구를 지적하며 조폭들이나 사용하는 용어라 하였다. 일심이라는 말이 좋은 뜻이긴 하지만 조폭논리로 사용되었을 때 우리가 남이가하며 권승마피아들끼리 서로 헤쳐 먹을 수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본 것이다.

 

 

 

 

 

정화운동 당시 일부 스님들이 조폭출신이라는 증언을 들었다. 이날 집회가 끝나고 뒷풀이겸 해서 부근식당에서 식사가 있었다. 이번 사태를 우려하는 동국대교수, 사교협 교수님들과 바른불교 회원간의 식사자리를 말한다어느 동대교수가 깡패들이 스님된 이야기를 하였다.

 

50년대 말 이승만의 정화유시가 나오고 난 후 얼마 안 있어 독신비구들의 절뺐기가 있었다고 하였다. 독신비구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자유당정권시절 당시 깡패들이 대거 불문에 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 많은 절을 접수하였고 주지자리를 차지 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정화라는 명분은 좋았으나 부작용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동대총장이취임식을 알리는 플레카드에 일심동행이라는 말이 마치 조폭들이 팔뚝에 一心이라는 문신을 새겨 단결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의 하일라이트 최장훈군의 연설

 

마침내 고공농성을 하던 학생이 내려왔다. 만해광장 조명탑에서 농성을 한지 45일만에 땅을 밟아 본 것이다. 119구급대의 소방사다리차가 동원되어 구해 낸 것이다. 현재 대학원생인 최장훈군은 건강했다. 고공농성장이 워낙 비좁아서 운동부족으로 근육이 굳어 걷기도 힘들 것이라 생각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젊어서 그런지 멀쩡하다.

 

 

 

 

이날 집회의 하일라이트는 최장훈군의 연설이었다. 짤막하게 이야기 하였지만 핵심이 요약된 말이었다. 그것은 논문표절 총장으로 부터 학위를 받게 될 것이 끔찍하다는 것이다. 대학원 학생으로서 논문을 써야 하나 학자의 양심을 져버리고 표절 스님총장이 된 이로부터 학위를 받게 될 것에 대하여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표절총장에게 쪽팔서학위를 받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시즌 2를 준비하며

 

동대사태가 일단락 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바뀐 것은 없다. 권승마피아의 조정을 받는 하수인들이 이사장과 총장이라는 타이틀을 여전히 거머쥐고 있기 때문이다. 종단에서 그 옛날 깡패들이 그랬듯이 절뺐기 식으로 학교를 좌지우지 하려 한다면 학생과 단체들은 끝까지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고공농성이 끝나고 고 단식이 끝났다고 하여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단지 시즌1이 끝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공농성장에서 45일 보낸 학생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운동부족으로 걷지도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켰다. 아마도 젊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 보던 동문의 단식도 끝이 났다. 곡기를 끊고 15일간 함께 하였던 김영국님은 건강하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보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한다. 그들은 시즌 2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부처님이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다.

 

 

 

 

 

 

2015-06-0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