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땔감의 불꽃은 같다
“100번 올빼미 도하 준비 끝!” “도하!” 유격장에서 듣던 말 입니다. 군대에서 ‘일년 농사 짓는다’는 유격장 입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게 남는 것은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한 체험이었기 때문 입니다.
유격장에서 “도하!” 하며 외치지만 방송에서처럼 모두 다 하지는 않습니다. 일부 지원자에 한하며 나머지는 열심히 피티체조만 할 뿐 입니다. 이유는 다칠 우려가 있기 때문 입니다. 특히 후방에서 갖가지 보직에서 근무하는 병사가 과격한 유격훈련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을 것 입니다.
유격장에 입소하면 계급이 무시 됩니다. 병사나 하사관이나 장교 모두 올빼미넘버로만 통용됩니다. 교육을 하는 자와 교육을 받는 자 이렇게 두 종류의 계급만 있을 뿐 입니다. 그래서 명령계통이 역전되기도 합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병사출신 조교가 장교출신 올빼미를 얼차려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또한 유격장 입니다.
언젠가 유명 정치인이 “계급장 떼고 붙어 보자.”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실력대로 해 보자는 것 입니다. 재산에나 사회적 지위 등을 떠나 알몸이 되어 겨뤄 보자는 말 입니다. 유격장에 입소되면 계급이 무시 되듯이 부처님의 상가도 계급이 무시 되었습니다.
율장을 보면 상가 성립과정이 설명 되어 있습니다. 부처님당시 사성계급의 정점에 있었던 바라문 출신도 있었고 지배계급인 왕족출신도 있었습니다. 물론 농사나 상공업에 종사하는 바이샤와 노예계급의 수드라도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상가에서는 모두 평등하였습니다. 마치 계급장을 뗀 곳 같았습니다. 다만 먼저 둘어온 사람들이 더 공경 받는 분위기는 있었습니다.
율장소품에 따르면 석가족 출신의 왕 ‘밧디야’가 출가 하였을 때 이발사이었던 하인 ‘우빨리’도 함께 출가하였습니다. 그러나 밧디야는 하인을 먼저 승단에 들어 가게 하였습니다. 자신은 약간의 간격을 두어 나중에 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태생의 자만을 제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왕출신 밧디야는 먼저 출가한 하인출신 빅쿠에게 공경의 예를 갖추었습니다. 이는 “내가 왕인데..”라는 자만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상가는 평등했습니다. 모든 계급이 상가 안에서는 평등하고 조화롭게 살았습니다. 만일 상가에서 태생을 따지고 출신을 따졌다면 조화가 깨졌을 것 입니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내려 오고 있습니다.
출가하면 이전의 삶을 따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앞에 모두 평등한 것 입니다. 그럼에도 매스컴에서는 스님의 과거 경력에 대하여 소개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글 입니다. 어느 법우님은 자신이 다니는 절의 주지 스님이 서울대출신임을 자랑하였습니다. 더구나 방송에 나온 것에 대하여 큰 의미를 부여 하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스님을 소개할 때 학력을 소개 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외국 유학을 가서 학위를 취득한 것까지 상세하게 소개 합니다. 이렇게 학력과 경력, 이력을 소개 하면 그 스님에 대한 하나의 상이 형성 됩니다. 그래서일까 외국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스님은 “우리선원에는 가방끈 긴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옵니다.”라 하였습니다. 불자들이 스님의 학력을 보고 찾아옴을 말 합니다.
스님의 학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정신상태가 중요합니다. 왕출신 밧디야나 이발사출신의 하인 우빨리나 부처님의 상가에서는 모두 평등하였습니다. 마치 올빼미넘버로 통용되는 유격장 같습니다. 그러나 차별이 없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정신력의 차이 입니다. ‘사향사과(四向四果)’에 따라 또는 ‘사쌍팔배(四雙八輩)’ 성자의 지위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세속에서의 태생이나 재산, 지위로서 차별이 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신적 능력에 따라 차별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나이 어린 자가 ‘거룩한 경지(아라한)’에 이르면 공경의 예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입니다.
출가자에게 출신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 하듯이 재가자들의 모임도 마찬가지 일 것 입니다. 불교에 정식으로 입문하여 동기들과 교류하였을 때 무엇 하는 사람들인지 몰랐습니다. 아무도 자신이 무엇 하는 사람인지 말하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사회적 지위나 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서로 존중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부처님의 승가에서는 출신을 따지지 않습니다. 이는 태생적 자만, 배운자의 자만, 재산의 자만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 봅니다. 출가하였다는 것은 이전의 삶은 죽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비록 몸과 얼굴 형태는 같지만 이전의 나는 죽고 새롭게 거듭 태어난 곳이 출가로 봅니다. 그럼에도 과거 학력을 따지고 과거경력을 거론하여 소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부처님은 태생에 의해서 바라문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행위에 의해 도둑이 되고, 행위에 의해 전사가 되며, 행위로 인해 제관이 되고, 또한 행위로 인해 왕이 됩니다. (stn652)”라 하였습니다. 고귀한 가문에서 태어난 자라도 미천한 행위를 하면 천한 자가 되고, 천한 가문에 태어난 자라도 고귀한 행위를 하면 고귀한 자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태생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사성계급의 카스트를 부정하였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어야 하리.
어떠한 땔감에서도 불이 생겨나듯
비천한 가문에도 지혜로운 현자가 생기네.
부끄러움으로 자제하는 자가 고귀하네.” (S7.9)
Dung cooking fire. Pushkar India
모든 땔감의 불꽃은 같습니다. 전단향의 불꽃이나 야크똥의 불꽃이나 화염, 광채, 빛깔 등에 있어서 모두 동일함을 말합니다. 누구든지 가르침을 실천하면 지혜로운 자, 고귀한 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2015-06-2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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