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음식의 만남, 미붓아카데미 강연을 접하고
요즘 어 느채널에서나 ‘먹방’이 대유행이다. 특히 저녁 먹는 시간에 주로 볼 수 있다. 출출할 때 보면 더욱더 괸심 있게 쳐다 본다. 그러나 요즘은 시간대에 구애 받지 않는 것 같다. 저녁시간은 물론 포만감을 느끼는 밤중에도, 심지어 하루일과가 시작되는 아침방송 시간에서도 ‘레시피’라는 이름으로 접할 수 있다.
방송에서 먹방프로는 매우 인기 좋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부담 없는 아이템이라 한다. 먹는 것이 사림들의 최대 관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까 먹거리와 관련된 프로를 제작하면 대박이고 못되도 중박은 된다고한다.
EBS 세계테마기행을 보면 태국에서는 식사를 하며 민속공연를 관람하는 식당이 있다. 문화를 접하며 동시에 끼니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일석이조(一石二鳥)’라 할 것이다.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겟투(get two)’가 된다. 담배이름으로 겟투도 있었다. 그렇다면 먹거리를 인문학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먹거리와 인문학, 과연 어울리는 말일까? 일반상식으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민속공연관람하듯이 인문학을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먹거리와 연계시켰다면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라 볼 수 있다. 실재로 그런 케이스를 보았다. 방배동 사찰음식전문점에서 열린 미붓아카데미 강좌가 그것이다.
미붓아카데미강좌를 접한 것은 어느 카톡방에서이다. 미디어붓다의 이학종대표기자가 올린 광고성 글을 보았다. 이기자의 요청으로 미디어붓다에 칼럼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바른불교 밴드에 소개한 바도 있다.
미붓아카데미 김성철교수의 법성게강좌가 6월 28일 일요일 사찰음식전문점 ‘마지’에서 열렸다. 일요일 오후 3시에서 6시까지 세 시간 동안 강연을 들었다. 강연이 끝난 다음에는 예고된 대로 오신채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사찰음식을 먹었다. 부페식 사찰음식이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2만원이다.
2만원에 명강을 세 시간 들었다. 더구나 부추, 파, 마늘, 달래, 흥거 등 이른바 오신채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찰음식까지 먹었다. 일반적으로 오신채는 냄새가 많이 나고 음욕과 화내는 마음을 돕는다고 하여 절에서 먹지 않는 양념류를 말한다. 청정한 삶을 살아가는 수행자에게는 맞지 않는 것이다.
세 시간에 걸친 열강을 들었다. 법성게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넉넉하게 해 준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 같다. 거기에다 향긋한 사찰음식까지 마음껏 먹었으니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포만감이 넘쳐났다.
어떻게 정신적 양식인 인문학과 자양식인 사찰음식을 연계할 생각을 하였을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날 음식점 강연장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빈좌석이 없어서 보조의자까지 동원 되었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먹방프로가 강세를 보이는 요즘 인문학과 음식이 만난 것이다. 또 식식과 보양식의 만남이다.
2015-06-2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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