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그러려니, 그렇네, 그렇구나, 그렇군

담마다사 이병욱 2015. 7. 19. 09:32

 

그러려니, 그렇네, 그렇구나, 그렇군

 

 

 

 

 

 

언젠가 컴퓨터프로그래밍 공부를 한적이 있다. 회로설계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로서 C언어를 배워 보고 싶었다. 매우 두꺼운 책을 보았는데 도처에 모르면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라 하였다.

 

그러려니, 참 좋은 말이다.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는 것 같다. 모든 경우에 그러려니하면 되지 않은 일이 없는 것 같다. 몰라도 그러려니 하고, 갈등이 생겨도 그러려니 하고, 비난을 해도 그러려니 하며 넘어 가면 된다.

 

위빠사나 수행처에서 일이다. 늘 사띠(sati)를 강조하는 수행처에서 하는 말은 알아차려라!”라는 말이다. 좌선할 때 다리가 저리면 알아차려라라 하고, 경행할 때 발바닥의 감촉을 알아차리라고 한다. 관념이 아니라 실재를 보라는 이야기이다.

 

수행처에서 알아차림과 함께 늘 사용하는 말이 또 하나 있다. 인터뷰시간에는 수행에 대한 점검뿐만 아니라 인생상담도 이루어진다. 그때 늘 하는 말이 그렇네이다. 누가 칭찬해도 그렇네’, 누가 비난해도 그렇네하라 한다. 파생되는 말로 그렇구나’ ‘그렇군이 있다.

 

그러려니, 그렇네, 그렇구나, 그렇군이라는 말을 보면 공통적으로 이 들어가 있다모두 그렇다라는 말에서 파생 된 것이다.  ‘그렇다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상태나 모양, 성질 따위가 듣는 이 쪽에 가까이 있는 것과 같다.”의 뜻이라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 말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 상대방이 그런 줄 아는 것이다. 모두 긍정의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려니, 그렇네, 그렇구나, 그렇군이라는 말, 참 좋은 말이다. 만병통치 약과 같은 말이다. 이를 부부간의 갈등, 보모와 자식간의 갈등,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상사와 부하의 갈등, 동료간의 갈등에 적용할 수 있다. 갈등이 일어 났을 때 그러려니하며 한발 물러서는 것이다. 그러면 치유의 길이 보인다

 

둘만 있어도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부부간에도 당연히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처음에는 남자가 우세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역전현상도 발생된다. 수컷의 세계에서는 헤게모니 다툼이 일어난다. 그래서 가장 힘센 자를 정점으로 지위가 서열화 된다. 정치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헤게모니 다툼의 과정에서 치열한 뺄셈의 정치가 벌어진다. 때로 덧셈도 한다. 모든 집단에서 권력화는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권력과 권위는 어떻게 다를까?

 

가장 훌륭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노자에 따르면 있는 듯 없는 듯이다. 그래서 최상의 통치자는 태상하지유지(太上下知有之)’와 같은 것이라 하였다아래에서 보았을 때는 위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그래서  “, 그런 통치자가 있었지라고 만 아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있다’는 존재만 느끼게 해도 리더십이 발휘되는 최고 지도자를 뜻한다.

 

EBS인문학강좌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든지 리더에게는 권력과 함께 권위도 따른다. 설령 그가 헤게모니 쟁탈로 얻은 것이건추대로 옹립된 것이건, 투표로 당선 된 것이건 리더에게는 권력과 그에 따른 권위도 주어진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통솔하여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인문학강좌에 따르면 사랑이라 하였다.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권력이라 하였다.

 

수행처에서 알아차림과 함께 늘 하는 말은 그러려니, 그렇네, 그렇구나, 그렇군이라는 말이다. 이런 말은 적당주의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경청하는 마음자세를 말한다. 잘 들어 주는 것만 해도 훌륭한 리더십이다. 여기에 자애의 마음을 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권력은 때로 뺄셈의 정치에 따른 지시와 명령으로 나타나지만, 권위는 덧셈의 정치에 따른 자애와 연민으로 구현된다.

 

부처님의 공동체에서는 화합을 강조하였다. 어떻게 화합하는가? 율장대품에 눈물겹도록 감동적 가르침이 있다. 이런 가르침대로만 산다면 다툼이 없을 것이다.

 

 

[아누룻다]

“세존이시여, 여기 저는 이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와 같이 청정한 벗들과 함께 사는 것은 참으로 나에게 이로우며 참으로 나에게 아주 유익한 일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기 존자들을 향해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신체적 행위를 일으키며,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언어적 행위를 일으키며,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정신적 행위를 일으킵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저에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에 따라 살면 어떨까?’ 세존이시여, 그래서 저는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에 따라 살고 싶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몸은 여럿이지만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존]

아눗룻다와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은 서로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조화롭게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대하며 지내기를 바란다.”

 

(율장대품)

 

 

2014-07-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