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
밤 늦은 시간 전철을 타면 대부분 젊은 대학생들이다. 특히 마지막 전철의 경우 거의 대부분 그렇다. 캠퍼스에 가면 이십대의 대학생으로 넘쳐 나지만 이렇게 온통 젊은 남녀 대학생으로 넘쳐 나는 곳은 마지막 전철시간이다.
젊은 대학생들을 볼 때 마다 생명을 느낀다. 그리고 활력을 느낀다. 마치 물고기가 퍼듯이는 것 같다. 때로는 지나친 애정표현이 눈에 거슬리게 하지만 그래도 청춘들을 보면 즐거운 느낌이다.
세상에는 젊은 청춘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매우 다양한 연령대들이 산다. 아주 어린 아이부터 내일 모래를 알 수 없는 노인에 이르기 까지 그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만일 이들을 연령대별로 모아 놓는다면 전에 보지 못하던 광경이 벌어질 것이다. 때로는 신선하기도 하지만 때로 기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모여 있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경우 신선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등이 구부정하고 형편 없이 늙어 버린 노인들만 모여 있는 곳을 가면 분위기는 다르다. 대표적으로 종로3가를 들 수 있다. 노인들만 모이는 그곳에 가보면 회색의 무겁고 칙칙한 분위기가 짓누른다. 아무 희망도 없는 듯 초점을 잃은 눈, 그리고 무심히 쳐다 보는 듯한 쾡한 눈을 보면 비애를 느끼기 보다 두려움을 느낀다.
겉으로 보이는 세상이 다는 아니다. 거리에서 보는 사람들만을 본다면 대한민국은 참으로 멋진 나라이다. 잘 차려 입은 멋쟁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보면 유럽의 선진국 못지 않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은 감추어져 있다. 뒷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알 수 있다. 더 깊숙한 것에서 햇볕도 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대로를 걷다가 힘들게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지 줍는 노인을 말한다. 때로 휴지통을 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폐지나 공병 등을 수거하여 생계를 영위하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이다.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은 등이 구부정하고 머리는 백발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금방 쓰러질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리어카에는 폐지와 공병 등 돈이 될 만한 것이 잔뜩 실려 있다.
폐지 줍는 노인의 리어카는 생생한 삶의 현실이다.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모아 놓은 재산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면 폐지를 주울 수밖에 없다. 그나나 조금 나은 삶이 있다. 그것은 노점에서 좌판을 벌여 놓고 채소 등 그날의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을 말한다. 또 등산로 입구에서 간단한 먹거리 등을 파는 할머니들도 있다.
동네에서 종종 반짝 먹거리 판이 열린다. 저녁 시간 사람들이 왕래가 잦은 곳에 좌판이 벌어진다. 반찬 등을 진열해 놓은 좌판을 볼 수 있다. 또 간이 천막을 이용하여 순두부나 묵 등 먹거리를 팔기도 한다.
대로 안쪽 골목에는 생계형 좌판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동네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은 대부분 지나치고 만다. 위생에 문제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런 곳에서 사면 품위가 떨어지는 것일까? 인근 대형마트에서 대형카트를 끌고 다니며 산더미처럼 쇼핑을 하지만 막상 좌판을 펼쳐 놓은 곳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여기 가난하고 불행하고 불쌍한 자가 있다. 그렇다고 지하철 역에서 보는 것처럼 노숙하는 것도 아니다. 나름 대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열심히 사는 자이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지만 생계를 위해서 노점을 하고 폐지를 주어서 판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춥거나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불거나 눈이 오면 그만 두어야 한다.
가난하고 불행한 처지에 있지만 착하고 건전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지만 게으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바를 다하는 자들이다. 지금 비록 형벌 같은 힘겨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낙담하지 않는다.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며 오늘도 내일도 폐지를 줍고 추우나 더우나 그 자리에 앉아서 좌판을 펼칠 것이다. 이처럼 가난하고 불행한 자들을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
“대왕이여, 사람이 어떻게 해서 어둠에서 빛으로 갑니까?. 대왕이여, 여기 어떤 사람이 미천한 가문인 짠달라의 집이나 죽세공의 집이나 사냥꾼의 집이나 수레를 고치는 집이나 청소부의 집이나 또는 가난한 집에 태어납니다.
그의 집에는 음식물이 부족하고 생계가 곤란하여 어렵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얻습니다. 그는 아름답지 않거나 흉칙하게 보이거나 기형이거나 등이 굽었거나 병이 많거나 애꾸눈이거나 손이 뒤틀렸거나 절름발이거나 반신불수입니다. 그는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 탈 것, 꽃장식, 향료, 크림, 침대, 집, 등불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신체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언어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정신적으로 착한 일을 합니다. 그가 신체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언어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정신적으로 착한 일을 하면 몸이 부서진 뒤 죽어서 좋은 곳, 하늘나라에 태어납니다.
대왕이여, 예를 들면 사람이 지상에서 수레에 오르고 수레에서 말의 등에 오르며 말의 등에서 코끼리의 어깨에 오르고 코끼리의 어깨에서 궁전으로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나는 이 사람을 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은 어둠에서 빛으로 갑니다.”
(Puggalasutta-사람의 경, 상윳따니까야 S3.21,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가난하고 불행한 자라도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하면 반드시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하였다. 지금 현실이 힘들고 죽지 못해 사는 삶일지라도 착하게 건전하게 선업을 짓고 산다면 죽어서 반드시 선처에 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사람’이라 하였다.
2015-07-2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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