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비급삼류정신으로, 인터넷에 글쓰기 십년
열대야의 밤은 괴롭다. 더구나 끈적끈적한 습기까지 가세하면 불쾌는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하나 다행인 것이 있다. 그것은 모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뭄이 오래 되어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모기향을 피는 일이 없어졌다.
블로그 만든지 십 년 되었는데
잠못 이루는 열대야의 계절에 늘 기념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블로그 개설기념일이다. 지난 2005년 8월 2일에 블로그가 개설 되었으므로 올해로 만 10년이 되었다. 휴가철이기도 한 이때 늘 소감문을 작성한다. 그렇게 매해 작성하다 보니 이제 열 번째가 되었다. 참고로 매년 작성된 소감문과 조회수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개설일 : 2005-08-02
2) 1주년 :2006-08-02
3) 2주년: 2007-08-02, 21만명
넷심(Net心)이 바로 민심(民心)이다, 블로그활동 2주년을 맞아
4) 3주년: 2008-08-02, 69만명
블로그 개설 3년, '쓰레기성 글'이 되지 않기 위해서
5) 4주년: 2009-08-02, 133만명
6) 5주년: 2010-08-02, 238만명
매일 글을 쓰는 이유는, 블로그 만든지 만 5년 되는 날에
7) 6주년: 2011-08-02, 269만명
8) 7주년: 2012-08-02, 307만명
9) 8주년: 2013-08-02, 353만명
10) 9주년:2014-08-02, 406만명
11) 10주년: 2015-08-02, 456만명
비주류비급삼류정신으로, 인터넷에 글쓰기 십년
현재 블로그 개설 만 10년을 맞이 하여 누적 조회수는 456만명이다. 작성된 글은 2,552개이다.
나에게 있어서 블로그의 의미는?
나에게 있어서 블로그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 볼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해서 끊임 없이 살아 있음을 확인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0년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쓸 것이다. 오직 쓸 뿐이다. 누가 뭐라 하건 말건 내 식대로 쓰는 것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다. 실제로 주변의 환경을 보면 변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바뀐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그러나 가장 극적으로 바뀌는 것은 사람들이다. 10대는 20대가 되었고, 20대는 30대가, 30대는 40대가, 40대는 50대가 되었다. 50대는 60대가 되고, 또 60대는 70대가 되었다.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다. 그러나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정신이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10년전과는 다르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노화는 가속화 하는 것 같다. 10년전의 사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렇게 나이는 먹어 가지만 그와 비례하여 지혜도 늘어 가는 것일까? 공부를 하지 않는 한 제자리 걸음이다.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 더욱 더 욕심부리고 더욱 더 분노로 살아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모진풍파를 거친 노인이 있다. 몸소 체험하였기에 저 길로 가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길을 모르는 젊은 사람들은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늙어서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을 때 잘못된 길로 가게 된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바른 길로 갈 수 있을까? 그것은 가르침이다.
스승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마땅히 따를만한 스승이 없을 때 경전에 의지하라고 하였다. 경전을 스승삼아, 경전을 등불삼아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 가는 것이다. 그러나 경전을 접하기도 힘들고 볼 시간도 없다. 그럴 경우 인터넷에 의존하게 된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블로그, 카페, 게시판, 지식 등의 사이트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진짜 정보는 오픈하지 않고 책으로 발간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경전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법구경, 숫따니빠따, 상윳따니까야, 맛지마니까야, 디가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등 방대한 경전이 대상이다. 이런 경전을 접할 때 마다 신개척지를 달리는 것 같다. 마치 미국 서부시대에 “Go, Go, West!”하며 포장마차를 타고 달리는 듯한 기분이다. 특히 빠알리원전과 함께 번역서를 비교하여 글을 쓸 때 신천지를 달리는 것 같다.
경전을 근거로 하여 작성된 글은 인터넷에 공개 된다.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 자체가 세상을 향해 공개 하는 것과 같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에서 누구나 키워드 검색하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올릴 때 매우 신중하다. 지금 작성된 글이 누구에겐가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단어 하나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고민한다.
비주류비급삼류정신으로
글쓰기로 지난 10년을 버텨 왔다. 그 동안 남긴 글이 수 천 개에 달한다. 손수 작성하여 올린 글이 2,552개에 달한다. 최근 수 년간은 매일 글을 쓰고 있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찜찜하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듯한 불만족이다. 이렇게 본다면 글쓰기도 일종의 집착일 것이다. 그런 글쓰기를 할 때 하나의 원칙이 있다.
첫째, 경전을 근거로 한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느낌을 쓰면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설령 경전을 근거로 하더라도 경전을 인용하지 않으면 개인적인 견해가 될 수 있다. 경전을 근거로 하였을 때 정견이 된다. 모든 정보가 오픈되는 인터넷시대에 가르침을 공유하고자 글쓰기를 한다.
둘째, 비주류를 지향한다. 한국불교는 선종을 바탕으로 하는 통불교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저런 불교사상이 혼합 되어 좋게 말하면 원융이고 융합이다, 나쁘게 말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닌 잡탕식이다. 그러다 보니 정법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불교를 지양(止揚)한다. 그 대신 부처님 원음을 따른다. 한국적 현실에서 비주류에 해당된다. 그래서 비주류를 지향(志向)한다.
셋째, 비급(B급)을 지향한다. 왜 비급인가? 스님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님이 글을 쓰면 법문이 되고, 학자가 글을 쓰면 논문이 된다. 보통불자가 글을 쓰면 법문도 아니고 논문도 아닌 보통불자의 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형식과 논리에 구애 받지 않는다. 다만 가르침과 주석 등에 근거하여 누가나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쓸 뿐이다.
넷째, 삼류를 지향한다. 태생적으로 삼류에 해당된다. 승복의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PHD의 타이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인명사전에 등재된 명사도 아니다.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 가는 소시민이며 동시에 서민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삼류정신으로 글을 쓴다.
지난 10년 동안 수 많은 글을 생산해 왔다. 글은 구업에 해당하므로 10년 동안 줄기차게 구업을 지어 온 것이다. 가급적 경전에 근거하여 의미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 왔다. 그래서일까 꾸준히 보아 주시는 법우님들이 매우 많다. 상당수가 블로그와 함께 하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배워 온 것이다.
이제 공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제까지 블로그에만 글을 써 왔다. 그러나 변화가 생겼다. 교계신문에 칼럼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의 부터이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어느 법우님은 ‘공인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이 말에 공감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과 공적인 매체에 글을 올리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비난과 비방,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매일 하루 일과의 반을 글쓰기로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다. 언젠가는 멈출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비주류비급삼류정신이다. 이것이 글쓰기의 정체성이다.
2015-08-02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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