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콘테이너 수련원 에서 3일

담마다사 이병욱 2015. 8. 9. 08:27

 

콘테이너 수련원 에서 3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기도를 하나 보다. 그러나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있다. 수행을 말한다. 한 번 잘 되었다고 해서 또 다시 잘 되리라는 법은 없다. 왜 그럴까?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잘 된 것을 기억하여 잘 되기를 바라면 힘이 잔뜩 들어 가게 된다. 경직 되는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지면 되는 게 없다. 조훈현이 응씨배에서 상대방의 굳어져 있는 표정을 보고 승리를 예감 했다고 한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잔뜩 흥분해 있는 사사키 고지로를 보고서 그대가 졌다.”라고 말했다. 바라거나 딱딱하게 굳어 있거나 흥분하면 싸움에서 지게 되어 있다.

 

좌선을 할 때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전에 맛 보았던 고요함으로 다시 들어 가고 싶었다. 그러나 들어가 지지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되지 않았다. 이럴 때 절망 한다. 왜 안됐을까지도법사에 따르면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다리저림이 있다. 극복한 이의 말을 들어 보았다. ‘힘을 빼라라고 딱 한마디말을 한다. 다리저림과 싸움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마음에서 힘을 빼어야 하고 이어서 다리에서 힘을 빼면 된다고 한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긴다는 사실이다. 바라는 마음없이 임하였을 때 이루어짐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집중수행 3일차이자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 두 번 좌선을 했다. 이전 기억을 되살려 좋은 결과를 기대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바램이 강해서 몸과 마음이 경직 된 것이다. 참으로 허탈했다. 이러고도 밥을 먹을 수 있을런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선가에 밥도둑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우리나라 선방에서도 간혹 밥값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시주의 은혜로 살아가는 승려가 수행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것은 밥도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출가자의 의무는 재가자에게 법을 설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신도로부터 재시를 받고 법시를 베풀어 줄 수 없는 사람은 참으로 비참하다. 그런 사람은 재가로부터 공양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출가자는 밥값을 다하기 위해 더욱 정진해야 한다.

 

(마성스님, 출가자의 밥값)

 

 

출가하면 숙식에 대한 걱정이 없다. 열심히 정진만 하면 된다. 그런데 수행에 대한 진척이 없다면 밥만 축내는 꼴이 될 것이다. 공양게에서와 같이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라며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3일간의 집중수행이 끝났다. 국민휴가기간을 맞이 하여 단지 쉬러 왔다고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임하였다. 그래서일까 집중이 되어서 고요함도 맛 보았다. 그러나 이후 너무 욕심이 앞섰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밥먹기가 부끄러울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황영채선생은 격려해 주었다. 너무 바라는 마음이 강하면 안된다고 하였다.

 

일상에서 벗어나 설악의 깊은 산골 막다른 곳에서 3일 동안 행복했다. 경행과 좌선을 반복하며 때 되면 먹고 밤이 되면 잠을 자는 일상을 보냈다. 아마 수행처에서 수행자들의 생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좌선하며 방석에 앉았을 때 행복했다. 미래 수행공동체의 삶이 이런 것일 거라고 상상해 보았다.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준 한국명상원에 감사 드린다. 특히 지도해준 황영채선생님에게 감사 드린다.

 

황영채선생님은 끼니때 마다 밥을 해 주셨다. 더구나 저녁에는 수행점검까지 해 주셨다. 칠순의 나이 임에도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회원들을 지도해 주신 것이다. 감사의 마음으로 준비해간 음악씨디를 회원들과 황선생님에게 보시 하였다. 설악에 위치한 한국명상원 콘테이너 수련원 에서 3, 길이 남을 것 같다.

 

 

2015-08-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