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변화무쌍하다. 마치 눈을 한번 꿈벅 하고 나면 새로운 빌딩들이 서 있는 듯 하다. 전에 보지 못하였던 것들을 보게 되었을 때 도시의 역동성을 보게 된다.
도시는 늘 변한다. 움직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일 것이다. 자동차는 늘 길에 다니고 사람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사람보기 힘든 시골에서의 한가한 풍경과 대조적이다.
오가는 길에 아파트 공사현장을 본다. 갈수록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타워형 고층 아파트의 형태이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지 거의 십 년 만에 쾌속상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허름한 주택단지이었다. 부동산거품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철거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때 유령의 도시처럼 텅비기도 하였다. 그때의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보면 변화를 실감한다.
변화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고향 ‘뒷잔등’에 있는 소나무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빈집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을 보면 익숙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는 해마다 커 나가고 빈집은 점점 허물어져 간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겨 준다.
언제든지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년이 가도 이년이 가도 오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세월과 함께 변해 가는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 있음에 안도한다. 마치 집 떠난 여인이 돌아갈 친정이 있듯이.
도시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카메라를 배속 시키면 더 잘 알 수 있다. 변화하는 것이 본질 인 것은 틀림 없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다. 그것은 진리이다. 부처님이 발견한 진리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왔다.
집 떠난 탕아가 다시 집을 찾아 가듯이 가르침으로 되돌아 온다. 그곳은 변함이 없는 곳이다. 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왔다. 초속으로 광속으로 변하는 시대에 되돌아 갈 곳이 있다. 집 떠난 나그네가 돌아 갈 집이 있어 안심 하듯이.
“수행승들이여, 이러한 세계가 있는데,
거기에는 땅도 없고, 물도 없고, 바람도 없고,
무한공간의 세계도 없고, 무한의식의 세계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세계도 없고,
지각하는 것도 아니고 지각하지 않는 것도 아닌 세계도 없고,
이 세상도 없고, 저 세상도 없고,
태양도 없고 달도 없다.
수행승들이여, 거기에는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고, 머무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고, 생겨나는 것도 없다고 나는 말한다.
그것은 의처(依處)를 여의고,
전생(轉生)을 여의고, 대상(對象)을 여읜다.
이것이야말로 괴로움의 종식이다.”(Ud80)
2015-08-09
진흙속의연꽃
'나에게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0) | 2015.08.27 |
---|---|
성질대로 살면 (0) | 2015.08.13 |
싫어하여 떠나면 사라지고 (0) | 2015.08.05 |
삽베삿따 바완뚜 수키땃따 (0) | 2015.07.30 |
관음사계, 삼년만에 다시 핀 난꽃 (0) | 2015.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