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랏타빨라의 네 가지 출가이유

담마다사 이병욱 2015. 8. 10. 10:26

 

랏타빨라의 네 가지 출가이유

 

 

서울대공원은 사시사철 자주 찾는 곳이다. 늦은 오후가 되자 폭염이 수구러 들고 약간 선선한 기운이 돌았다. 해가 지고 난 서쪽하늘이 벌겋다. 저녁노을이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난 다음에도 한동안 노을은 지속된다. 그러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인생을 이슬에 비유하기도 한다. 새벽에 맺힌 이슬은 해가 떠 오름에 따라 사라진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출가를 허락하지 않는 어머니에게 “풀잎 끝의 이슬이 태양이 떠오르면 사라지듯이 인간의 수명도 그와 같습니다. 어머니, 저의 [출가를] 방해하지 마십시오.(Ja.iv.122)”라는 구절이 있다.

 

출가이유를 보면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이다. 그리고 무상함이다. 맛지마니까야 랏타빨라의 경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보라, 찬란한 형상을,

그것은 상처의 더미가 쌓인 것

질병이 많고 욕망의 대상으로

견고하게 지속하지 못하네.

 

보라, 치장된 몸을,

그것은 뼈와 가죽으로 덮여 있을 뿐

보석과 귀고리,

옷에 묶여 아름답네.

 

두 발은 헤나 염료로 장식하고

얼굴에는 분을 바르고

어리석은 자를 기만하여도

피안을 구하는 자를 속이지 못하네.

 

머리는 여덟 쪽으로 따고

눈에는 연고를 발랐네,

어리석은 자를 기만하여도

피안을 구하는 자를 속이지 못하네.

 

새롭게 장식한 연고단지처럼

더러운 몸을 아름답게 꾸몄다.

어리석은 자를 기만하여도

피안을 구하는 자를 속이지 못하네.

 

사슴사냥꾼이 그물을 쳐놓았지만

사슴은 그물에 걸려들지 않네.

사슴사냥꾼이 울게 내버려두고

사슴은 먹이를 먹고 간다네.” (M82)

 

 

랏타빨라는 부유한 장자이었다. 그리고 여러 명의 처가 있었다. 그럼에도 무상한 세상에서 결코 지켜 줄 것은 없다고 보았다. 이는 내가 남의 안전을 지켜 줄 수 있지만 남이 나의 안전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게송에 따르면 어느 것도 자신을 지켜 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가르침만이 유일한 탈출구임을 알 수 있다.

 

랏타빨라는 대왕을 향하여 출가하고자 하는 이유를 말한다. 이것이 유명한 랏타빨라의 출가이유서이다. 옛날부터 테라와다불교에서는 이 랏타빨라의 출가이유서를 보고 수 많은 사람들이 출가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랏타빨라는 어떤 구체적 이유로 출가하였을까?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왕이여, 아는 분, 보는 분, 거룩한 분,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분인 세존께서 간략하게 설하신 네 가지 진리에 대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알고, 보고, 들었기에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했습니다. (M82)

 

 

어느 스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그 스님은 반야심경 문구에 매료 되어서 출가 했다고 한다. 이외 스님들의 출가 이유를 보면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랏타빨라는 네 가지 진리(cattāro dhammuddesā)에 대한 가르침으로 출가 했다고 한다. 이 진리가 사성제가 될 수 있지만 경의 본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첫 번째 진리

“이 세상은 불안정하여 사라진다”

- 늙고 노쇠하고 고령이 되는 것

 

2) 두 번째 진리

“이 세상은 피난처가 없고 보호자가 없다”

- 고통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

 

3) 세 번째 진리

“이 세상은 나의 것이 없고

모든 것은 버려져야 한다”

- 저 세상으로 갈 때 지은 행위대로 가는 것

 

4) 네 번째 진리

“이 세상은 불완전하며 불만족스럽고

갈애의 노예상태이다”

- 이익과 욕망을 찾아 이것 저것을 탐하는 것

 

 

이름 하여 네 가지 출가이유라 볼 수 있다. 요약하면 1) 늙고 노쇠하고 고령이 되는 것, 2) 고통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 3) 저 세상으로 갈 때 지은 행위대로 가는 것, 4) 이익과 욕망을 찾아 이것 저것을 탐하는 것, 이와 같은 네 가지 이유로 출가한 것이다.

 

랏타빨라 이야기를 보면 부처님당시 부터 현재까지 수 많은 사람들에게 출가이유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제시 하였다. 이어지는 게송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내가 세상에 부유한 사람들을 보건대

어리석어 재산을 얻어도 보시하지 않으니

탐욕스러워 재물을 쌓아두고

점점 더 감각적 쾌락을 열망합니다.

 

왕은 폭력으로 땅을 정복하고

바다에 이르기까지 전국토를 다스리며,

바다의 이쪽에 만족하지 않고

바다의 저쪽마저도 갖길 원합니다.

 

왕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갈애를 떨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아

불완전한 채로 몸을 버리니.

세상의 감각적 쾌락에는 만족이 없습니다.

 

친지들은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오! 나의 사랑하는 자는 죽었다.’라고 울부짖지만

수의로 그를 감싸서 운반하고는

장작더미를 모아 그곳에서 불태웁니다.

 

재산은 버려지고, 한 벌 수의만 입혀지고

불 꼬챙이에 찔리며 불태워지니

죽어 가는 자에게는 친족도

벗들도 친구들도 피난처가 되지 않습니다.

 

상속자가 그 재산을 가지고 가고

사람은 그 행위를 따라서 저 세상으로 가니

죽은 자에게 재산이 따라다니지 않으니

처자도 재산도 땅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돈으로 장수를 얻지 못하고

또한 재산으로 노쇠를 면할 수 없네.

인생은 짧고 무상하고

변화하는 것이라고 현자는 말합니다.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나 죽음과 만나고

현명한 자나 어리석은 자도 그렇지만

어리석은 자는 그 어리석음에 얻어맞아 누웠으나

현명한 자는 죽음과 만나도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혜가 재산보다 탁월하고

지혜로 궁극적인 목표를 이룹니다.

생에서 생으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자는 악행을 저지릅니다.

 

모태에 들어 저 세상으로 가니

다른 곳에서 다른 곳으로 윤회합니다.

적은 지혜로써 그것을 신뢰하는 자

모태에 들어 저 세상으로 갑니다.

 

마치 도둑이 강도에 사로잡혀

악한 행위에 괴로워하듯이

사람들은 죽은 후에 다음 세상에서

악한 행위로 괴로워합니다.

 

감미롭고 즐거운 다양한 감각적 쾌락이

여러 가지 형색으로 마음을 교란시키니

감각적 쾌락의 묶임에서 재난을 보고

왕이여, 나는 출가를 택했습니다.

 

마치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청년이건 노인이건, 몸이 부수어지면 떨어지니

왕이여, 이것을 보고 출가했습니다.

진실한 수행자의 길이 보다 탁월합니다.”(M82)

 

 

2015-08-1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