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침묵
카톡방에서 재잘재잘
사람들은 끊임없이 떠들어 댄다. 이를 다른 말로 ‘수다 떤다’라고도 한다. 이렇게 수다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과시와 불안감의 해소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누군가 옆에 있어 주면 안심하듯이 대화로서 위로 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일부로라도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특히 에스엔에스 시대에 카톡방이 수다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다 떠는데 있어서 반드시 자신의 눈앞에 상대방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카톡방에서 재잘재잘 하는 것도 일종의 수다이다. 문자나 이모티콘, 사진, 심지어 동영상을 이용한 채팅도 수다인 것이다.
요즘 TV에서 말장난하는 프로를 많이 본다. 순간적으로 재치를 발휘하여 웃게 만든다. 그러나 남는 것이 없다. 남이 수다떠는 것도 즐길 수도 있다. TV를 시청하는 것도 일종의 간접적인 수다이다. 홀로 TV를 보면서 남이 수다떠는 것을 보며 즐긴다면 대리만족일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수행자는 수다나 잡담은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팔정도에서 올바르지 않은 언어사용이라 하여 금하고 있다. 팔정도에서 정어는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는 것(samphappalāpā veramaṇī)’을 말한다. 정어는 빠알리어로 ‘Samphappalāpā’라 하여 영어로 표현하면 ‘talking nonsense’가 된다. 한자어로는 ‘기어(绮语)’라 한다. ‘교묘하게 잘 꾸며대는 말’을 뜻한다. 잡담이나 가십 등이 기어에 해당된다. 잡담에 대하여 초기경에서는 이렇게 표현 되어 있다.
[수행승들]
“벗들이여, 마가다 국의 쎄니야 빔비싸라 왕과 꼬쌀라 국의 빠쎄나디, 두 왕들 가운데 누가 더 부유하고 누가 더 재산이 많고 누가 더 재보가 많고 누가 더 영토가 많고 누가 더 수레가 많고 누가 더 군대가 많고 누가 더 능력이 많고 누가 더 권력이 많은가?” (Ud10)
수행자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왕이 힘이 더 센지, 어느 왕이 더 유능한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연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수행에 도움이 될까?
초기경에서는 잡담에 대하여 분류해 놓고 있다. 어떤 내용일까? 디가니까야 뽓따빠다의 경에 따르면 “왕에 대한 이야기, 도적에 대한 이야기, 대신들에 대한 이야기, 군사에 대한 이야기, 공포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 음료에 대한 이야기, 의복에 대한 이야기, 침대에 대한 이야기, 꽃다발에 대한 이야기, 향료에 대한 이야기, 친척에 대한 이야기, 수레에 대한 이야기, 마을에 대한 이야기, 부락에 대한 이야기, 도시에 대한 이야기, 지방에 대한 이야기, 여자에 대한 이야기, 영웅에 대한 이야기, 도로에 대한 이야기, 목욕장에서의 이야기, 망령에 대한 이야기,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시비비 거리에 대한 이야기 (D9)”라 하였다. 이런 이야기들은 오늘날이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사람들이 모이면 이야기하는 것 들이다. 그러나 가르침에 따르면 수행자들은 이런 잡담을 해서는 안된다.
침묵은 금인가 똥인가?
정치인에서 작가로 변신한 유시민님이 있다. 최근 팝캐스트 방송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 유시민 작가는 글쓰기 강연에서 이렇게 말 하였다.
“우리 속담 중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침묵이 금일 때가 있어요. 침묵을 지키는 쪽이 오히려 나을 때, 알지만 알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때, 그럴 때 침묵이 금이 될 수 있죠. 그런데 몰라서 이야기하지 못할 때 침묵은 ‘똥’이죠.
사람들이 다 침묵하고 있을 때 대게 저 사람이 무엇을 알고 할 이야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적절한지를 따져 본 다음에 침묵을 지키는 것, 이것은 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뭔 말을 하고 싶어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서 말할 것이 없을 때, 그래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그것도 금으로 인정해 주면 그 사회는 ‘똥통’으로 가는 거에요.
‘침묵은 금이다’이런 말은 들어 맞는 경우가 백에 하나도 안됩니다. 백에 아흔 아홉은 몰라서 침묵하고 있다고 보면 되요.
(정치카페테라스 13편 - "눈을 뜨자!" (유시민 작가) , 유튜브 2014-01-14)
알면서도 표현을 하지 않는 경우 침묵이 금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몰라서 침묵을 지키면 똥과 같다고 하였다.
무의미한 잡담
많이 아는 자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으로 보여 준다. 말 많은 자들이 빈수레 굴러 가는 것처럼 요란하다. 가십이나 잡담, 험담하기 일쑤이다. 때로 근거 없는 중상모략을 일삼기도 한다. 법구경에 이런 게송이 있다.
“쓸데없는 천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의 말이 낫다.”(Dhp100)
사람들은 말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2만5천단어를 이야기해야 하고, 남자는 만5천단어를 말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방송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 잡담이기 쉽다.
잡담은 아무 의미가 없는 쓸데 없는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느니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쓸데없는 천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의 말이 낫다.(Dhp100)”라 한 것이다.
왜 고귀한 침묵인가?
침묵에도 종류가 있다.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이 침묵이긴 하지만 부처님 말씀 하신 침묵은 다르다. 그래서 ‘고귀한(ariyo)’ 침묵이라 하였다. 왜 고귀한 침묵인가? 초기경전에 이렇게 설명 되어 있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믿음으로써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한 그대들 훌륭한 가문의 자제들이 법담을 위하여 모였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수행승들이여, 모임은 두 종류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고귀한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M26)
부처님은 법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을 제외 하고 입을 다물라고 하였다. 가르침에 대하여 논의 하는 것은 장려된다. 밤샘 법담해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율장에 따르면 “닷새마다 밤을 새며 법담을 나눕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외는 침묵 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고귀한 침묵은 어떤 것일까? 침묵하라 하여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선정에 드는 것이 고귀한 침묵이다. 다음과 같은 목갈라나 존자의 말에서 알 수 있다.
[목갈라나]
“벗이여, 내가 한적한 곳에서 홀로 선정에 들었을 때 나에게 이와 같은 생각이 일어났다. ‘고귀한 침묵, 고귀한 침묵 하는데, 고귀한 침묵이란 무엇인가?’
벗이여, 그때 나에게 이와 같은 생각이 일어났다. ‘수행승이 사유와 숙고를 멈춘 뒤 내적인 평온과 정신의 통일과 무사유와 무숙고와 삼매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을 갖춘 두번째 선정에 들면 그것을 고귀한 침묵이라고 부른다.”(S21.1)
경에서 고귀한 침묵에 대하여 명확하게 정의 되어 있다. 그것은 “삼매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을 갖춘 두번째 선정에 들면(samādhijaṃ pītisukhaṃ dutiyaṃ jhānaṃ)”이라는 말이다. 아무 말 없이 입다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정에 드는 것이 고귀한 침묵이다.
잡담하느니 침묵을
부처님은 수행자들에게 잡담을 금하였다. 출가한 수행자들이 세속사람들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치나 경제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수행자들이 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떠들썩하게 잡담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잡담하느니 침묵을 지키는 것이 더 낫다. 그렇다고 입만 다물고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고귀한(ariya) 침묵이라 하여 이선정상태에 드는 것이나 명상주제를 들고 있는 것을 말한다.
2015-08-3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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