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남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담마다사 이병욱 2015. 9. 7. 09:42

 

 

남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모처럼 청명한 날씨 입니다. 대기가 너무 맑고 깨끗하여 저 멀리 있는 산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런 날 산이 유혹합니다. 오랜만에 관악산을 찾았습니다. 늘 가는 우리계곡입니다.

 

지도에는 없는 우리계곡에 앉아 있으면 비행기가 지나 갑니다. 아마 비행기가 다니는 길 같습니다. 그런데 하늘의 비행기는 흘러 가는 구름에 비하여 매우 작다는 것 입니다. 구름의 크기를 실감합니다.

 

수행승의 계행에 대하여 구름에 비유한 게송이 있습니다.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때묻지 않은 사람,

언제나 청정함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머리털만큼의 죄악이라도

구름처럼 크게 보이는 것이네. (S9:14)

 

 

하늘사람, 즉 천신이 어느 수행자의 허물에 대하여 지적한 것 입니다. 청정한 삶을 살기 위하여 출가한 수행승이 연꽃 향기를 매일 취한 것에 대하여 향기도둑이라 하였습니다.

 

수행승은 지나는 길목에 핀 연꽃이 보기 좋아 향기를 맡았습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맡다 보니 천신이 향기도둑이라고 지적한 것 입니다.

 

아마 수행승은 억울 했을 것 입니다. 그래서 나는 연꽃을 취하지도 않았고 꺽지도 않았고 떨어져서 향기만 맡았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그대는 나를 향기 도둑이라고 하는가?”라며 항의 합니다. 수행승은 졸지에 도둑놈으로 몰렸습니다. 그럼에도 천신은 수행승의 아주 작은 허물에 대하여 구름과 같이 크다고 하였습니다.

 

청정한 삶을 살기로 작정한 수행승에게 향기를 취하는 것도 도둑질이라 하여 구름같이 커다란 허물로 보았습니다. 그런 구름은 실제로 엄청나게 큽니다. 하늘을 지나는 비행기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수행승의 허물은 매우 커 보입니다. 계행을 지키지 않는 수행승의 허물은 구름처럼 커 보입니다. 그런데 수행승의 허물을 지적하는 재가단체의 허물도 커 보인다는 사실 입니다.

 

최근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낯을 붉히는 사건이 발생 하였습니다. 횡령사건 입니다. 실질적으로 2인자나 다름 없는 전 사무총장에 대하여 현집행부가 횡령혐의로 고발한 것 입니다. 이에 전 사무총장은 명예훼손혐의로 맞고소 했다고 합니다.

 

승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때로는 분노를 표출하는 곳이 재가단체 입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자신이 먼저 청정해야 할 것 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승가보다 더 청정해야 할 곳이 재가단체 입니다. 그럼에도 불미스런 일이 일어 났다면 그 허물은 하늘의 구름 보다 더 클 것 입니다. 그래서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남들의 모순과

남들이 한 일과 하지 못한 일을 살피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한 일과 하지 못한 일을 살펴 보라.”(Dhp50)

 

 

2015-09-06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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