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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건의 송년회를 접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5. 12. 6. 12:37

 

 

두 건의 송년회를 접하고

 

 

 

두 건의 송년회를 치루었다. 12월 첫 주 금요일에는 같은 학과의 동기동창 송년회가 있었고, 토요일에는 법우모임 송년회가 있었다. 이렇게 연달아 두 번 송년모임을 가지면서 나의 경계를 보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마음공부 내지 마음수양한다고 하였는데 두 번의 모임을 통하여 여지 없이 무너졌다.

 

동기동창 모임이 있었는데

 

금요일 저년 7시 금천구청역 부근에 있는 홈플러스 시흥점에서 동기동창 모임이 있었다. 그곳 7층에 부페식당이 있는데 거대하다. 마치 중국에 온 것 같다. 중국에 가면 모든 것이 스케일이 크다. 이곳 부페식당 역시 다른 곳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무엇보다 먹거리가 수 백가지 된다는 사실이다. 넓은 홀 이곳저곳에 동서양의 갖가지 진귀한 음식이 있다. 마치 먹거리 백화점에서 쇼핑하듯이 이것저것 골라 먹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별도로 방이 준비 되지 않아 넓은 홀 한쪽 켠에 자리잡았다. 이날 참석자는 부부팀 하나를 포함하여 16명이었다. 늘 그렇듯이 만나면 반갑다. 얼굴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30여년을 함께 하였으니 세월의 변화를 함께 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모습에서 나타난다. 머리가 희어 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머리가 빠지는 친구들도 있다. 그럴 경우 더 나이 들어 보인다.

 

 

 

 

 

 

 

누가 성공인인가

 

친구들은 갖가지 직업에 종사한다. 같은 학과를 나왔지만 학과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학과와 관련 없는 일이 많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친구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들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이란 세속적 성공의 개념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말한다. 그래서 수 백명의 직원을 가진 벤쳐회사 CEO도 있고, 나라에 세금을 많이 내는 입지전적인 인물의 표상이라 볼 수 있는 CEO도 있다. 또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있으면서 국가중추산업을 이끌고 있는 친구도 있다.

 

성공이라는 것이 반드시 부나 사회적 지위를 뜻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일가견을 이루는 것도 역시 성공이라 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 하여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역시 성공인이다. 반대로 아무리 부와 사회적 지위가 있더라도 만족하지 않는다면 성공인이라 볼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주어진 여건속에서 자신의 할 바를 다하며 만족하는 삶을 살아 가는 사람은 누구나 성공한 사람이다.

 

먹거리에 집중하다 보니

 

수 백가지 음식이 진열되어 있는 부페식당에서 먹기에 바빴다. 동선이 넓은 홀에서 한번 음식을 가져 오는 것 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이런 행위를 4-5차례 반복하고 나니 주어진 두 시간이 훌쩍 지나 간 것 같다. 그래서 대화보다 먹는 것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개방된 홀이어서 주위가 산만하여 집중이 되지 않은 것도 작용하였다.

 

먹는 것 위주가 된 모임에서 부지런히 그릇을 챙겨 왔다. 그리고 수 백가지 되는 음식중에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먹었다. 어느새 먹는 것에 온 마음이 집중된 듯 하였다. 이는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 글을 쓸 때 음식절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였는데 정반대로 가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이렇게 경계에 부딪치니 무너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모임을 갖는 이유는

 

모임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은 살아 가면서 갖가지 모임에 참석한다. 세상과 단절되어 나홀로 산속에서 살아 가지 않는 한 사람들과 접촉하며 살아 가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모임 한 두 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상도 있다. 그렇다면 모임을 왜 하는 것일까?

 

모임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모임에 이득이 없다면 굳이 힘들게 나가지 않을 것이다. 돈낭비, 시간낭비, 정력낭비라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모임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모임의 이득을 생각해야 한다.

 

모임이 하나 있다. 종교모임이다. 거기서 총무를 맡고 있다. 송년회를 맞이 하여 참여를 독려 할 필요가 있었다. 다들 바쁘게 살기 때문에 평소에는 발길이 뜸하다가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로 총무를 맡고 나서 생각해 낸 것이 선물이었다. 그래서 형성되어 있는 기금에서 삼만원 상당의 굴비세트를 준비하였다. 참석자 모두에게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모임에 참석하면 이익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인원이 참석하였다. 부부팀 4팀과 남매팀 한 팀 합하여 모두 32명이 참가하였다.

 

여법하게 진행된 송년회

 

모임은 일식집에서 열렸다. 법우님중의 한분이 일하는 곳이다. 이왕이면 법우님이 일하는 곳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적용하여 삼만원 상당의 굴비세트 역시 법우님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구입하였다. 이렇게 법우님들의 삶의 터전을 활용하면 도와 주어서 좋고 매출을 올려서 좋은 것이다. 이를 일석이조또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 할 것이다.

 

양재꽃시장 부근에 위치한 일식집 나고야는 지하에 있다. 지하 너른 홀에 수십명이 함께 할 수 있는 별도의 방이 마련 되어 있다. 마이크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회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고급이미지의 일식집에서 고품격의 송년회를 가졌다. 여기서 고품격이라 한 것은 다른 모임들과 달리 종교모임이기 때문이다. 비록 한계는 있지만 여법하게 진행하고자 했다.

 

모임을 시작하기 앞서 법회의식을 가졌다. 어느 법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삼귀의 제창으로 시작하였다. 마무리는 사홍서원과 산회가로 하였다. 그런데 이제까지 송년회와 다른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그것은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대화의 시간을 갖고

 

이제까지 송년회를 보면 노래방에 온 것처럼 노래방기기의 반주에 맞추어 흥겹게 노는 분위기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식을 바꾸어 한 사람씩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했다. 순서대로 빠짐없이 5분 이내로 자신의 생각을 말 하는 것이다.

 

30명 가까이 되는 법우님들이 돌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이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각자 느낀 점에 대하여 얘기 하자 진지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짤막한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몇 개 있다.

 

모임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L법우님이 있다. 법우님은 저도 나이가 오십입니다.”라 하였다. 이 소리에 다들 깜짝놀라는 분위기이었다. 법우님이 11년전인 2004년에 인연을 맺었을 당시 30대 후반 끝자락이었다. 그런데 1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나이가 오십이라 한 것이다.

 

모임에서 한번 막내이면 영원한 막내이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가도 막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면 나이가 가장 많은 70대의 법우님이 있다. 법우님은 11년전에는 60대 이었다. 그런데 이 모임은 한번 연장자이면 끝까지 연장자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모임은 10년이 가든 20년이 가든 나이도 그대로 옮겨 가는 것이특징이다.

 

하나의 모임이 십년 이상 지속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이날 S법우님 남편 되시는 분이 종교모임에서 십년 넘게 지속되는 것은 드물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모임이 유지 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놀랍다고 하였다.

 

A법우님이 오랜만에 나왔다. 그동안 집안에 우환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모두 극복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빠짐 없이 자주 나올 것을 약속하였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이야기하였다. 지난 한해 동안 열심히 글만 썼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라고 간단히 말하였다.

 

불음주계가 있지만

 

자기소개가 끝나고 식사를 하였다. 일식집의 특징은 대화하기에 적당하다. 삼겹살 먹는 것처럼 지지고 볶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미 준비된 것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날 모임에서도 먹는 것 보다 대화위주의 시간이 되었다. 이런 점은 부페에서 먹기에 바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모임에서 술이 빠질 수 없다. 오계중에 불음주에 대한 사항이 있지만 송년모임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두 다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일부만 마신다.

 

그런데 술이라는 것은 마셔서 좋은 것 보다 좋지 않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런 것 중에 실수를 들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실수를 유발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말이 많아지면서 무례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지 말라 하였을 것이다.

 

불음주 계율은 남방국가의 산물이라 한다. 무더운 열대나 아열대의 나라에서 술을 마시면 무척 괴롭다고 한다. 그러나 추운 나라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술을 마심으로 인한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계에 부딪치자

 

모임에서 술을 마셨다. 어느 법우님이 술을 권하였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지 않기로 마음의 약속을 하였음에도 분위기상 거절 할 수 없었다. 그런 대가는 참혹했다.

 

이전 총무법우님과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모임이 오늘날까지 존속되기 까지 이전 총무법우님의 역할이 매우 컸다. 더구나 상당한 금액의 기금이 확보 되기 까지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이런 공로에 대하여 다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금을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의견이 갈렸다.

 

기금이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 공통적 의견이다. 그래서 확보된 기금을 좀더 가치 있게 활용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흥분하였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커졌다. 참으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자신이 통제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감정 조절이 안된 것에 대하여 법우님에게 사과했다.

 

송년모임에서 자신의 한계를 보았다. 글을 쓰면서 마음공부한다고 하였으나 막상 경계에 부딪치자 여지없이 무너졌다. 공부가 덜 된 것이다. 먹는 것에 눈이 어두어 탐욕으로 먹게 되었고, 감정조절을 못하여 불선한 행동을 한 것이다. 이런 행위에 대하여 당시에는 몰랐다. 그러나 새벽이 되어 마음이 고요해지자 후회가 몰려 오기 시작 하였다. 부끄럽고 창피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거짓말쟁이

 

후회 해 보았자 소용없다. 이미 업질러진 물이다. 이미 행위는 발생하였다. 그에 대한 과보만 남아 있을 뿐이다. 언젠가 조건이 되면 결과를 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늘 알아차려야 한다고 하였다. 심지어 술을 마시면서도 알아 차리면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특히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가? 초기경에 이런 말이 있다.

 

 

거짓말을 버리고, 거짓말을 떠나고, 진실을 말하고, 신뢰할 만하고, 의지할 만하고, 세상을 속이지 않습니다.

 

중상을 버리고, 중상에서 떠나고, 여기서 듣고 저기에 옮겨 사람들 사이를 이간함이 없이, 저기서 듣고 여기에 옮겨서 사람들 사이를 이간함이 없이, 그래서 사이가 멀어진 자를 화해시키고, 화해한 자를 돕고, 화해에 흐뭇해하고, 화해를 즐기고, 화해를 기뻐하고, 화해하는 말을 합니다.

 

욕지거리를 버리고 욕지거리에서 떠나고 온화하여 귀에 듣기 좋고 사랑스럽고 흐뭇하고 우아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는 그러한 말을 합니다.

 

꾸며대는 말을 버리고, 꾸며대는 말을 떠나고, 적당한 때에 말하고, 사실을 말하고, 유익한 말을 하고, 가르침을 말하고, 계율을 말하고, 새길 가치가 있고, 이유가 있고, 신중하고, 이익을 가져오는 말을 때에 맞춰 합니다.”(M76)

 

 

네 가지 말에 대한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망어, 양설, 악구, 기어에 대한 것이다. 거짓말과 관련하여 진실한 말과 대비시키고 있다. 이에 대하여 어느 분은 우리 모두는 거짓말쟁이입니다.”라 하였다. 왜 거짓말쟁이일까? 그것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 한다. 깨닫지 못한 자가 내 뱉은 말은 모두 진실된 말이 될 수 없음을 말한다.

 

자애로운 것만 말하고

 

범부들은 욕망으로 살아 간다. 늘 즐길거리를 찾아 두리 번 거린다. 그래서 좋으면 거머쥐려 하고 싫으면 내친다. 부페식당에서 먹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것은 거머쥐려 하는 탐욕에 따른 것이다. 타인에 대하여 이간질 하고 욕지거리를 하는 것은 밀쳐내려 하는 분노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범부들은 매순간 탐욕과 분노로 살아간다.

 

아무리 마음공부 하였다는 사람도 경계에 부딪치면 다 나오게 되어 있다. 이번 두 건 송년모임에서 경계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럴 때 온화하여 귀에 듣기 좋고 사랑스럽고 흐뭇하고 우아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는 그러한 말을 합니다.”(M76) 라는 말이 와 닿는다. 적당한 때에 말하고, 사실을 말하고, 유익한 말을 하고, 가르침을 말하고, 계율을 말하고, 새길 가치가 있고, 이유가 있고, 신중하고, 이익을 가져오는 말을 때에 맞춰 합니다.”(M76) 라는 말이 사무친다.

 

 

참사람은 첫째, 잘 설해진 것만을 말하고,

둘째, 가르침만을 말하고 가르침이 아닌 것은 말하지 않으며,

셋째, 자애로운 것만 말하고, 자애롭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고,

넷째, 진실한 것만을 말하고, 거짓은 말하지 않네.”(S8.5)

 

 

 

2015-12-0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