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피관음력(念彼觀音力)은 타력인가 자력인가, 제주성지순례 산방사와 보문사
남국 제주도
제주도를 옛날에는 ‘탐라국’이라 했다. 요즘은 ‘제주특별자치도’라 한다. 특별자치는 ‘특별나다’는 말과 ‘스스로 다스린다’는 말이 합쳐진 말이다. 아마 역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특별하고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 하면 떠 오르는 것은 머나먼 남쪽나라의 이미지이다. 그것은 바다가 가로 막혀 있어서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육지라면 사통팔달의 도로가 있어서 마음 만 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으나 제주도의 경우 하늘길 또는 바다길 아니면 갈 수 없다. 그래서 멀고 먼 남쪽나라, 남국인 것이다.
제주성지순례
남국 제주도에 성지순례갔다. 바다 건너 있으므로 사실상 해외여행 떠난 것이다. 비행기로 이동하여 1박 2일 성지순례 하였다. 4월 23일 토요일 아침 6시 40분 비행기로 출국하여 4월 24일 밤 10시 20분에 입국하였다. 머나먼 남국 제주도는 꿈속 같은 나라이었다.
법회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벌써 만 12째인 불교교양대학 같은 기수 법회모임이다. 작년 법우님들의 투표에 의해 총무직을 맡은 이래 2년 째이다. 3년 임기의 총무직에서 이제 반이 지났다. 법우님들이 총무직을 맡겼으므로 법우님들을 위해 최대한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번 남국제주성지순례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해 연말 송년회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일부 법우님들이 다음해에는 꼭 제주도에 가자고 했다. 이야기의 시초는 해외성지순례부터 시작되었다.
법회모임에서 해외성지순례 이야기가 몇 해 전부터 거론 되었다. 일년에 서너차례 국내사찰순례를 수 년간 다니다 보니 왠만한 곳은 다 가 보았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다. 그 결과 해외성지로 눈을 돌린 것이다. 가장 쉽게 거론 된 곳이 중국이었다.
여행자유화시대에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중국이다. 또 중국에는 수 많은 불교성지가 있어서 중국성지순례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난관에 부딪쳤다. 첫째로 일정이 맞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시간내기가 무척 힘든 것이다. 다음으로 비용문제였다. 그 동안 모아 놓은 기금에서 반액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그 비용이 너무 컸다. 그래서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제주도성지순례를 계획한 것은 일종의 해외성지순례의 연장선상이다. 제주도가 바다 건너 있기 때문에 ‘해외(海外)’라 볼 수 있고 또한 육지와 모든 면에서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국처럼 느껴졌다.
제주성지순례를 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일정이었다. 주말을 이용하여 1박 2일로 다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일요일 밤 늦게 도착하면 이틀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제주성지순례는 두 달 전에 거론 되었다. 4월달 순례를 목표로 2월달에 의견을 물은 것이다. 법회모임회원을 대상으로 하여 설문한 결과 4월 넷째주 주말로 결정되었다. 문제는 항공권확보이었다. 개인적으로 문의하였지만 항공권을 확보 할 수 없었다. 두 달 전이었음에도 모두 마감된 것이다. 그러나 여행사를 통하자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여행사에서는 해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순례일정
1박2일 여행에 총 31만원 들었다. 이중 항공료가 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성수기때와 황금시간대의 항공료가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총비용의 반액을 기금에서 지원하였다. 11년간 가정법회비등으로 모아 놓은 기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총 35명의 회원 중에 20명이 혜택을 보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 간 것이다.
제주성지순례에 모두 25명이 참가 하였다. 25명 중에 부부팀은 5팀이었다. 부부팀의 경우 낯설지 않다. 이미 수 차례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가족과도 같은 것이다. 남쪽나라 제주성지순례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 되었다.
제1일 4월23일(토)
산방산(산방굴사+보문사),
약천사
석부작테마파크
천지연폭포
관음사
제2일 4월 24일(일)
제주통일불사리탑(도림탑),
성산동암사 및 일출봉
절물휴양지(약수암)
성읍민속마을
제주특산품
일정을 보면 하루 5곳이다. 주로 사찰순례이지만 도중에 테마파크나 특산품매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사찰위주일정이 가능한 것은 불자들 모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저가항공으로
제주도성지순례 첫 번째 일정은 공항에 모이는 것부터 시작 되었다. 아침 6시 40분 비행기이므로 5시 50분 까지는 공항에 도착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모두 제 때에 올 수 있었다.
멀리 분당 남쪽 끝에 사시는 법우님은 전날 미리 도착하여 찜질방에서 머물렀다. 더 멀리 경기도 광주에 사시는 법우님은 승용차를 이용하였다. 택시를 이용한 법우님도 있었다. 모두 6시 이전에 도착하여 탑승수속을 하였다.
토요일 이른 아침 김포공항은 ‘돗대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제주로 가기 위한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저가항공’이다. 일체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 저가항공에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탑승시간이 꽤 걸렸다. 마침내 모든 수속을 마치고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 저가항공 비행기 안은 단 한좌석의 여유도 없이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날씨는 잔뜩 흐렸지만
제주성지순례 첫째날 날씨는 좋지 않았다. 제주에 도착하니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어서 우산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저녁에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아침에 비가 온 것이다.
여행사에서 대형버스를 보내 주었다. 운전기사가 운전을 하며 마이크를 잡고 가이드역할까지 1인 2역을 했다.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또 한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는데 “오른 쪽을 보세요” “왼쪽을 보세요”라며 계속 말을 하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매우 능숙하여 이틀간의 여행중에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산방산 입구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이 산방산이다. 산방산 입구에 있는 산방사와 산방굴, 그리고 산방사 바로 옆에 있는 보문사이다. 순례 하기 전에 너른 주차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1박 2일의 남국 제주성지순례가 시작 된 것이다.
제주도는 이번이 두 번째 이다. 이십여년전에 한번 온 바 있다. 순례자들 역시 제주도는 낯설지 않다. 대부분 여러 차례 다녀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다시 찾는 것은 제주도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방사에서
가느다란 비가 내린 날씨는 우산을 쓰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비를 맞기도 어중간하다. 그러나 단체로 떠난 여행에서 날씨는 문제되지 않는다. 도반들과 즐거운 담소를 하며 걷는 길에 궂은 날씨가 문제될 수 없다. 다른 관광객들과 달리 부처님을 뵈로 가는 성지순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이 오히려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산방사이다. 해발 395미터의 깍아지른 듯한 절벽의 산방산 바로 아래에 부처님도량이 있는 것이다. 바로 옆의 보문사가 있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산방굴사가 나온다. 먼저 순례객들은 산방사 대웅전을 참배 하였다. 일부 법우님들은 잠시 입정에 들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산방사는 태고종사찰이다. 태고종 제주교구사찰로 되어 있다. 1928년 개산한 것으로 되어 있어서 육지에 있는 천년고찰과 비교하여 역사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
산방사와 보문사의 해수관음상
산방사에는 해수관음상이 서 있다. 절벽 같은 산방산을 뒤로 하고 바다를 바라 보고 있다. 신심깊은 불자들은 합장하고 예배를 한다.
산방사 해수관음
해수관음상은 바로 옆 보문사에서도 볼 수 있다. 보문사는 산방사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위치해 있다. 처음에는 같은 절인 줄 알았으나 서로 다른 절이다. 자료에 따르면 보문사는 1963년 원효종으로 등록된 사찰이라 한다. 이렇게 종단도 다른 두 개의 사찰이 산방굴사로 가는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보문사 해수관음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산방사와 보문사에는 각각 해수관음상이 서 있다. 생긴 모습이나 크기도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두 개의 해수관음은 공통적으로 저 먼 바다를 보고 있다. 그것도 남쪽나라 땅끝 바다 가까이에 서 있다. 해수관음은 왜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을까?
죽느냐 사느냐
우리나라 유명기도처에 가면 해수관음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낙산사이다. 동해를 바라 보는 낙산사의 거대한 해수관음은 잘 알려져 있다. 남해 보리암에도 해수관음이 서 있다. 이외 바닷가나 섬에서 해수관음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곳 제주도에서도 해수관음이 서 있다. 절벽 같은 산방산을 배경으로 하여 저 먼 바다를 바라 보고 있는 것이다.
대게 유명기도처는 막다른 곳에 있다. 절벽이나 동굴이나 해안을 말한다. 막다른 곳에 이른 자들이 막다른 곳에 있는 기도처에서 기도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 갈 수 없는 처지에 내 몰렸을 때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 하였을 때 기도효과 있어서 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유명기도처는 깍아지를 듯한 절벽이나, 깜깜하고 앞이 꽉 막혀 있는 동굴, 그리고 육지가 끝나는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더 이상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갈 수도 없는 자들이 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이른 자들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처한 자들이 찾는 곳이 유명기도처이다. 그 중에 하나가 해수관음이 있는 곳이다.
해수관음상은 어떻게
해수관음상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아직까지 해수관음에 대한 사전적 설명은 볼 수 없다. 다만 화엄경과 법화경을 근거로 하여 추정할 뿐이다. 먼저 화엄경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보타락가산이 있는데,
거기에 관자재보살이 있다.
그대는 그를 찾아가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어라.”
(화엄경 입법계품, 비슬지라거사, 신역화엄경 법정스님역, 동국역경원)
구도여행을 떠난 선재동자가 비슬지라거사에게 들은 말이다. 거사는 다음 선지식을 알려 준다. 관자재보살을 말한다. 여기서 관자재보살은 53선지식 중의 하나이다. 청신사나 청신녀 심지어 창녀도 선지식에 속하는데 관자재보살도 선지식중의 하나인 것이다.
선재동자는 비슬지라거사가 알려 준대로 관자재보살을 찾아 구도여행을 나선다. 경에 따르면 남쪽 보타락가산에 있다고 했다. 여기서 남쪽이라 한 것은 일반적으로 ‘남인도’라 한다. 그것도 인도 남쪽 바다 끝이라 한다. 경에서는 단지 남쪽이라 했으나 남인도 바다끝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해수관음상이 있는 곳은 대부분 바다가 바라 보이는 곳에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해 있는 산방사와 보문사의 해수관음상은 최적으로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왜 “관세음보살”하는가?
우리나라에서 관음신앙은 뿌리가 깊다. 신심 있는 불자들은 항상 “관세음보살”을 명호한다. 이는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근거한다.
보문품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을 칭명하면 일곱 가지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칠난’이라 하는데 그 중에 ‘화난’을 보면 “만일 어떤 이가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면, 그가 혹시 큰 불 속에 들어가더라도 불이 그를 태우지 못할 것이니,..”라 되어 있다. 또 ‘풍난’이라 하여 “가령 폭풍이 일어 그들의 배가 나찰귀의 나라에 닿게 되었을지라도 그 가운데 만일 한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여러 사람들이 다 나찰의 난으로부터 벗아 날 수 있으니”라 했다. 이렇게 일곱 가지 난으로 벗어 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이라 했다.
관세음보살보문품의 게송이 있다.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시로써 표현한 것이다. 그 중에 해수관음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 있다.
묘음과 관세음과
범음과 해조음이
저 세간음보다 나으니
그러므로 항상 생각하여
의식일랑 잠깐도 하지 말아라.
관세음보살 청정한 성인은
고뇌와 죽음과 액운을 당하여
능히 믿고 의지할 바 되리.
(관세음보살보문품, 묘법연화경 운허스님역)
염피관음력(念彼觀音力)
, 타력인가 자력인가
막다른 곳에 내몰린 자들이 막다른 곳에 가서 기도를 한다. 죽느냐 사느냐 간절한 기도속에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 지 모른다. 한발만 더 내딛으면 천길 낭떠러지이다. 그러나 간절한 기도로 발길을 되돌린다. 기도가 통한 것일까? 기도발이 먹힌 것일까? 정말 관세음보살이 기도를 들어 준 것일까?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따르면 칠난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에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듣고 모두 해탈케 하느니라.”
(관세음보살보문품, 묘법연화경 운허스님역)
위 내용만 본다면 관세음보살보문품은 유신론적이고 타력적이다. ‘염피관음력 (念彼觀音力)’이라하여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칠난과 구남구녀로 대표된다. 하지만 경을 자세히 보면 타력이 아니라 자력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관세음보살을 항상 생각하고 공경하면 곧 그 마음을 여읠 수 있으며”라는 구절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관세음보살칭명을 하는 순간 탐욕과 성냄이 일어나지 않음을 말한다.
마음은 한순간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대체로 후회와 걱정으로 살아간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말한다. 이렇게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괴롭다.
마음은 한순간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다. 지금 탐욕에 사로 잡혀 있거나 성냄이 지배하였을 때 관세음보살을 칭명하는 순간 이전 마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관세음보살을 항상 생각하고 공경하면 곧 그 어리석음을 떠날 것이니라.”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관세음보살을 칭명하는 그 순간 탐욕과 성냄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신구의 삼업이 청정해진다.
불교의 목적은 탐진치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신구의 삼업을 청정하게 해야 한다. 이는 다름 아닌 육근의 청정이다. 보는 것, 듣는 것 등 감각대상으로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였을 때 기적이 일어난다.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있어서 구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였을 때 고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2016-04-2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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