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다 글을 더 사랑한다
내키지 않았는데
정말 내키지 않았다. 물건까지 만들어 달라는 고객의 요구를 들어 줄까 말까 고민한다가 수용하기로 했다. 금액은 얼마 되지 않지만 수용하는 순간 결재가 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최근 두 세달 동안 몇 건의 대금이 전혀 결재 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을 들어 보니 통장이 압류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하던 일은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를 갈아타며 일을 하는 것이다. 이전 업체의 대금을 결재 하지 못하니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서 새로운 업체를 찾아 또 외상으로 물건을 맡기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계 뿐만 아니라 물건까지 만들어 달라고 한다. 물론 돈은 주겠다고 한다. 어디서 돈이 나올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정하게 거절 할 수 없어서 물건까지 만들어 주기로 했다. 울며 겨자 먹기이다. 그러나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하고서 한동안 멍하였다.
사기꾼이 되는 것은
흔히 하는 말 중에 사기꾼이 되고 싶어서 사기꾼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제때에 자금 결재를 하지 못하면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결재를 못하는 것이다. 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경계 하게 된다. 그리고 슬슬 피한다. 거래 해 보았자 받지 못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 마음 속으로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어 놓은 것이다.
주변에 신용불량자가 너무 많다. 작은 업체나 개인사업자들과 주로 거래 하다 보니 돈이 없어서 쩔쩔 매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단 몇 십만원도 결재 못하여 결재가 무한정 미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 밀리고 두 번 밀리고, 세 번 밀리다 보면 가망성이 없다. 회복이 안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돈 받기를 포기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신용불량자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체로 한때 잘 나가던 사람들이었다. 크게 사업을 일으켜 큰 돈을 굴리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수십억원을 굴리던 사람들은 이제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거래 해 보았자 못 받을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돈이 사람의 신용을 좌우한다. 여기에 인격이나 PHD타이틀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오로지 지금 여기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 것인지에 따라 신용이 결정된다.
내 시간을 떼 먹고 달아 났으니
신용불량자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남는 것은 빚밖에 없다. 그것도 감당할 수 없는 빚이라 한다.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하는 빚이라 한다.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았을 때 그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개인이나 금융권 등에서 빌어 쓴 빚이다. 그럴 경우 빚독촉을 받게 되는데 심하면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빚이 짓 눌려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또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낚시터나 깊은 산속에 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빚이 탕감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빚쟁이로 살아 가야 한다.
돈을 떼인 사람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 없다. 더구나 자신의 전재산을 다 투자 하여 떼인 경우 삶의 의욕을 포기 하기 쉽다. 그 돈이 어떤 돈일까? 그야 말로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돈이다. 그 돈을 벌기 위하여 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력을 투자한 것이다.
돈을 떼였다고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투자한 시간이 아까울 것이다. 그래서 이마의 땀으로 팔뚝의 힘으로 번 돈은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제때에 결재를 하지 않고 심지어 떼어 먹는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맡긴 자신의 전재산을 찾지 못하였을 때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잃은 것은 돈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잃어 버린 것은 돈을 버는데 투자한 시간이다. 시간을 잃어 버린 것이다. 돈을 떼 먹고 달아난 자는 내 돈을 떼 먹은 것이 아니라 내 시간을 떼 먹은 것이다. 그래서 돈을 떼 먹고 달아난 자들이 오래 못사는 모양이다. 내 시간을 떼 먹고 달아 났으니 그 시간만큼 목숨이 단축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도시의 들개처럼
일인사업자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지 십년이 되었다. 이전에는 직장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였다. 때 되면 월급이 나와 계획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황야’에 버려진 느낌 이었다.
마치 도시의 들개처럼 일거리를 찾아 이곳 저곳을 방황하였으나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이전에 했던 일을 경험 삶아 현재의 일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자신의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 나가게 되었을 때 마치 야생의 사자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는 우리에 갇힌 사자와 같은 신세이었다.
동물원에서 사자는 사육사가 주는 고기만 먹고 자란다. 사자가 백수의 왕이라 하지만 야성이 없다. 겉모습은 사자로 보일지만 사실상 ‘배부른 돼지’에 지나지 않는다.
사자는 초원에 있을 때 야성이 발휘 된다. 그래서 작은 먹이라도 최선을 다한다. 먹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굶어야 한다.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일인사업이라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살아 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존본능이 생겨난다.
사기꾼 소리 듣지 않기 위하여
사업을 하다 보면 야생의 사자처럼 어떤 경우에서든지 살아 남는다. 그런데 살아 남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신용’이다. 한번 신용을 잃으면 다시는 거래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납기는 지켜 주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제때에 결재 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한번 신용이 쌓이게 되면 계속 거래 하게 된다.
사업을 처음 시작 하게 되었을 때 신용이 생명임을 알았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이전 일이 생각났었다. 결재를 하지 않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샘플로 진행하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만의 생각이다.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돈이 투자 되었을 경우 돈을 달라고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사기꾼”이라 할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니 견딜 수 없었다.
불현듯 그 일이 생각 나서 수 년전 받은 명함을 찾아 내어 연락을 하였다. 그리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금액을 송금하였다. 비록 작은 금액에 지나지 않지만 빚쟁이가 되기 싫었던 것이다. 그러자 상대방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잊지 않고 생각해 주시니 성공할 것입니다.”라는 말도 해 주었다. 사업초창기에 이런 말을 들어서일까 아직까지 신용불량이라는 말을 들어 보지 못하였다.
돈 보다 글을 더 사랑한다
일인사업자로서 일도 하고 글도 쓰며 하루하루를 살아 가고 있다. 일을 하면 돈이 들어와 생계가 유지된다. 글을 써 놓으면 남는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려니 하루가 매우 바쁘다.
일이 없을 때는 글을 쓴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글쓰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렇게 하루 일과를 일과 글쓰기로 보낸다. 이는 다른 말로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그래서 일의 결과로서 돈이 생겨나는 것은 시간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돈은 시간과 같은 개념이다. 글을 썼을 때 역시 시간이 투자된다. 이럴 경우 역시 글은 시간과 같은 개념이다.
돈은 시간이고, 또 글은 시간이다. 그런 돈을 누군가 떼어 먹는 다면 나의 시간을 도둑질 해 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도둑질 한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남의 시간을 도둑질 하였으니 그 시간만큼 자신의 생명이 단축된다고 보면 틀림 없다. 글 역시 시간이다. 그런데 글은 떼일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한번 써 놓으면 남는다.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글이다. 그래서 돈 보다 글을 더 사랑한다.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베풀어야 할 것이다. 재보시이든 법보시이든 많이 베풀었을 때 오래 잘 살 수밖에 없다. 특히 빚이 없어야 한다. 빚이 있다는 것은 생명을 단축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이마의 땀으로 팔뚝의 힘으로 번 돈을 베풀면서 사는 것이다.
그러나 빚쟁이들은 베푸는 삶을 살 수 없다. 소송에 걸린 자나 병에 걸린 자 역시 베푸는 삶을 살 수 없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다. 그들이 하루 빨리 빚이나 소송, 병에서부터 빠져 나와 베풀며 사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소유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소유한다.”
라 생각하며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향유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
완력으로 모으고, 이마의 땀으로 벌어들인
정당한 원리로 얻어진 재물을
향유하며공덕을 베푼다.”
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빚없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에게도
어떠한 것에도
많건 적건 빚을 지고 있지 않다.”
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허물없음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신체적으로 허물이 없고,
언어적으로 허물이 없고,
정신적으로 허물이 없다.”
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는다. (A4.62)
2016-01-1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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