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오늘은 동지날 이브

담마다사 이병욱 2015. 12. 21. 09:00

 

오늘은 동지날 이브

 

 

 

 

 

비가 내린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우산을 쓰고 학의천을 걸으니 겨울 같지 않다.

외투로 중무장하고 걸으니

이제 추위에 완전히 적응하였다.

 

어제 걷던 길을 또 걸으며 사색에 잠긴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걸었고,

일년, 이년, 삼년 수 년을 걸었다.

 

걷고 걷다 보니 느는 것은 글 밖에 없다.

일을 하지만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한번 써 놓은 글은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그래서 돈 보다 글을 더 사랑한다.

일년 사계절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세상에서 나는 가장 큰 부자이다.

 

오늘도 걷는다.

걷고 걷다 보니 전환점이 보인다.

내일이 바로 그 날이다.

 

오늘은 동지날 이브.

오늘은 음이 가장 긴 날,

어둠이 가장 긴 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내일이면 동등하게 된다.

모레부터는 역전이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지난달 낙엽이 일제히 지고

공허한 마음 달랠길 없었으나

이제 희망이 생겼다.

양의 기운이 커져 가는 동지날,

오늘은 동지날 이브.

 

 

2015-12-2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