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지날 이브
비가 내린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우산을 쓰고 학의천을 걸으니 겨울 같지 않다.
외투로 중무장하고 걸으니
이제 추위에 완전히 적응하였다.
어제 걷던 길을 또 걸으며 사색에 잠긴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걸었고,
일년, 이년, 삼년 수 년을 걸었다.
걷고 걷다 보니 느는 것은 글 밖에 없다.
일을 하지만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한번 써 놓은 글은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그래서 돈 보다 글을 더 사랑한다.
일년 사계절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세상에서 나는 가장 큰 부자이다.
오늘도 걷는다.
걷고 걷다 보니 전환점이 보인다.
내일이 바로 그 날이다.
오늘은 동지날 이브.
오늘은 음이 가장 긴 날,
어둠이 가장 긴 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내일이면 동등하게 된다.
모레부터는 역전이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지난달 낙엽이 일제히 지고
공허한 마음 달랠길 없었으나
이제 희망이 생겼다.
양의 기운이 커져 가는 동지날,
오늘은 동지날 이브.
2015-12-2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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