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

다들 바쁘다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16. 3. 15. 10:48

 

다들 바쁘다는데

 

 

휘장을 만들었는데

 

최근 휘장을 하나 만들었다. 흔히 말하는 깃발이다. 출신학교와 학과와 학번이 들어간 휘장이다. 만들게 동기는 조사에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경사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근조라는 작은 휘장과 경축이라는 작은 휘장이 있어서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조사에 사용될 것 같다.

 

휘장을 만들게 동기는 조사에서 썰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는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이 별로 없다면 썰렁할 것이다. 더구나 조화도 없고 휘장도 없다면 더욱 더 썰렁할 것이다. 썰렁한 장례식장에서 힘이 되어 주기 위해 휘장을 만들었다.

 

휘장을 만드는데 힘이 되어 준 친구가 있다. 특정 분야를 리드하는 아이티업체 CEO이다. 수 백명의 직원이 있는데 그들에게 월급을 준다는 것은 애국하는 것이다. 그런 친구가 아름다운 마음을 내어 휘장을 만들게 되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을 겪는다. 쉽게 해결되는 문제도 있지만 어려운 문제도 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되는 문제들이다. 누군가 목구멍포도청타령을 하며 생계걱정을 하지만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또 누군가는 노후문제를 걱정하지만 역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왜 그런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생계가 가장 큰 문제라면 열심히 노력하면 해결된다. 노후문제가 걱정된다면 역시 지금 여기서 노력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난제가 있다. 그것은 생노병사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생노병사야말로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생노병사는 결국 생사의 문제이다. 태어남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 있는 것이다. 태어남이 없다면 죽음도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음에 직면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기대수명대로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대수명은 문자 그대로 기대하는 수명일 뿐이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

 

기브앤테이크(Give & Take)

 

요즘은 문자로 소통하는 시대이다. 각종 대화방이 있어서 서로 문자로 소통한다. 그러다 보니 종종 연락 받는 것이 있다. 그것은 경사조사이다. 대체로 경사라 하면 결혼식을 의미하고 조사라 하면 장례식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요즘 TV에서 방영하는 자연인처럼 산속에서 나홀로 살아가지 않는 한 사람들과 이런 저런 관계를 맺고 살아 간다. 그런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도움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거래 하는 것 과도 같다.

 

거래는 주고 받는 것이 원칙이다. 영어로 기브앤테이크(Give & Take)’이다. 만일 주기만 하고 받는 것이 없다면 거래는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오로지 주기만 하고 오로지 받기만 하는 것은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이다. 그러나 남녀간의 애정은 주고받기식이 되기 쉽다.

 

 

 

기브앤테이크 방식은 매우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다. 나에게 손해가 될 것 같으면 피하고 이익이 될 것 같으면 가까이 하는 것이다. 마치 장사하는 것 같다.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행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이해 관계를 떠난 순수한 모임에서도 보인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는 친구

 

사람들은 이런 저런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조직이나 단체를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나 손익을 떠난 순수한 관계로 맺어진 관계를 말한다. 동창모임이나 종교모임, 또는 동호회 모임 같은 것이다. 이런 모임에서 철저하게 주고받기식으로 일관한다면 순수하지 않다. 손해가 된다고 여겨지면 참가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반대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겪으면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본다. 이 세상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르고 성형 또한 서로 다르듯이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구성원들 생각 역시 다 다르다. 어떤 이는 매우 적극적으로 때로는 헌신하는이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매우 소극적으로 방관자적자세를 견지하는 이도 있다. 이런 태도는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일 것이다. 물에 빠진 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한다. 이럴 때 손을 내민다면 매우 감격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방관자적 자세를 취한다. 설령 같은 생각과 취미와 사상을 같이 하는 모임의 구성원들이라 하더라도 남의 일 보듯 한다. 왜 그럴까?

 

다들 바쁘다는데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 간다. 이 세상을 살아 가는 사람 중에 아마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깊은 산중에서 홀로 살아 가는 자연인 역시 무척 바쁘다. 혼자 살아 가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렇게 자연인도 바쁘게 살아간다. 도시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 가는 사람들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바쁘게 살지는 않는다. 일이 없어서 노는 사람은 바쁠 이유가 없다. 게을러서 빈둥거리는 사람들은 여유 있어 보인다. 게으른 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바쁘게 살아 간다. 그렇다고 일년 내내 바쁠까? 아무리 바쁘다고 하여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쁠까? 아무리 바쁘다고 하여 잠잘 시간도 없을까?

 

사람들은 바쁘다고 한다. 대체로 바쁘다고 하면 면피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자신이 속한 각종 모임에 소홀히 하는 것 같다. 바빠서 못나간다는 것이다. 게중에는 진짜 바쁜 사람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못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바쁘다는 핑계를 댄다.

 

사람들은 왜 바쁘다는 핑계를 댈까? 아마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주고받기식 거래에 익숙해서 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멀리 하는 것이다.

 

경사나 조사 모임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가 보았자 시간낭비, 돈낭비, 정력낭비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만사제쳐 놓고 찾아 갈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해 관계를 떠난 동창모임이나 종교모임, 동호회 모임에서 경사나 조사의 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

 

관우(棺友)

 

모든 것을 이해득실로만 따지는 자들이 있다. 동창, 동호회, 종교 모임 등 순수 모임에 나가도 그만 안나가도 그만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경사와 조사 등 시간과 돈과 정력이 낭비 되는 모임에서 절정을 이룬다.

 

어떤 이는 친소관계를 따져서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 친밀한 관계이면 참여하고 소원한 관계이면 참가 하지 않는 것이다. 경사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조사마저 친소관계를 따진다면 매우 삭막한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바쁘다고 한다. 진짜 바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했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는 친구가 진실한 사람인 것이다. 그것은 참여로 이루어진다. 정말 바빠 참여를 못한다면 대봉이라도 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을 알려면 위기가 닥쳐 보아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면책 되는 것이 아니다. 바쁜 와중에서도 손을 내미는 친구,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힘이 되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고 도반이다. 나중에 관을 매 줄 수 있는 친구, ‘관우(棺友)’를 말한다.

 

 

2016-03-1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