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자승스님은 직선제 공약을 이행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마시라!

담마다사 이병욱 2016. 5. 17. 18:55

 

자승스님은 직선제 공약을 이행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마시라!

 

 

 

처음 참석한 사부대중 100인대중공사에서 충격적 말을 들었다. 지난 3 31일 불광사에서 열린 대중공사에서 자승스님은 직선제반대를 분명히 하였다. 차기 총무원장선거를 논하는 자리에서 종단의 대표자가 토론 도중에 가장 유력한 직선제를 노골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마치 대통령이 토론 하는 자리에 들어 와서 개입하는 것과 같다.

 

 

 

 

 

 

자승스님의 직선제 반대논리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이날 직선제반대 이유를 조목조목설명 했다. 가장 큰 이유로 종단의 혼란을 들었다. 직선제를 하면 종단이 사분오열되어 큰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 볼 수 있다. 과거 정치판에서 선거에 불복하여 극한투쟁을 한 것을 떠 오르게 한다. 이른바 선거후유증이다.

 

자승스님은 왜 사부대중공사를 열게 하였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단서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현행선거법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지난번 선거에서 금품없이 선거를 치루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사부대중공사를 연 것일까? 혹시 지난번 총무원장선거에서 공약사항으로 언급한 직선제파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자승스님은 직선제의 문제점을 열거 했다. 직선제를 하면 종단이 분열되고 혼란이 일어나 수습불가의 상황이 될 것이라 했다. 더구나 비구니스님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대하여 비구니가 결집하면 총무원장선거는 끝장입니다.”라 하여 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숫적으로 우세한 특정집단으로 인하여 세가 형성되면 수습이 안되어 극심한 혼란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자승스님이 대중공사를 연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종단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토론에 참석하여 노골적으로 직선제반대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더구나 비구니스님들의 참종권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 것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이다.

 

직선제가 대세임에도

 

세 번의 대중공사에 참석하였다. 직선제가 대세임을 확인 하였다. 그러나 중앙종회를 통과 해야 한다. 아무리 대중들이 직선제를 선호한다고 해도 종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총무원장스님부터 앞장서서 직선제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자 총무원과 종회 등 종무기관에서 소임을 보고 있는 스님들, 그리고 교구본사 스님들, 직할사찰의 스님들은 한결 같이 총무원장스님과 견해를 같이 한다. 공통적으로 염화미소법을 찬성하고 직선제 반대논리를 펴는 것이다.  

 

교계신문의 사장을 맡고 있는 J스님은 스타스님론을 이야기 했다. 십수년동안 종단소임을 보아서일까 토론의 달인처럼 보였다. 스님이 말한 스타스님론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총무원장선거가 정치의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총무원장선거에 입후보한 순간부터 정치적 행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치 정치인들이 선거운동하듯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종교인에게 맞지 않다고 했다.

 

J스님의 견해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종교인은 종교인다워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이 말한 대로 조용한 선거가 바람직하다. 찾잔 속의 폭풍처럼 절집 안에서 치루어지는 선거를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추대가 가장 바람직하다.

 

대표자를 투표없이 추대하기 위해서는 승가가 청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불교는이미 정치화 되어 있다. 정부를 본 뜬 듯한 총무원, 국회를 모방한 듯한 중앙종회, 사법기관을 연상케하는 호계원 등이 있는 한국불교에서 스님들은 사실상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종단정치를 말한다.

 

정치인은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가장 민주적 방식이 직선제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 대통령도 직접선거로 뽑는다. 하지만 현실정치를 그대로 모방한 조계종단에서는 대표자를 간선으로 뽑는다. 이는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다. 특정 세력이 야합하는 나누어먹기 식이 될 수 있다.

 

총무원과 중앙중회 등 종무기관이 존속하는 한 합의추대는 야합으로 변질되기 쉽다. 선거인단을 매수할 수 있고 매관매직이 일어 날 수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직선제를 하자는 것이다. 여러 차례 열린 대중공사에서 직선제가 60%로서 대세이었다. 염화미소법은 9%, 종단쇄신안은 16%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직선제가 채택되지 않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특정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중앙종회 때문이다. 이런 직선제는 이전 총무원장선거에서 공약사항이었다.

 

직선제는 공약이었다

 

자승스님은 이전 총무원장선거 당시 차기 선거에서 직접선거를 공약하였다. 그럼에도 가볍게 파기하였다. 마치 두 번째 총무원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천명하였음에도 손바닥 뒤집기 보다 쉽게 바꾸어 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명백히 망어죄에 해당된다. 불교에서 망어죄는 승단추방죄에 해당된다.

 

자승스님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직선제반대를 명백히 하였다. 그러자 종무기관의 스님들 역시 총무원장스님을 거들듯이 직선제 반대논리를 말하였다. 직선제가 불교전통과 맞지 않다든가, 직선제를 하면 종단이 분열되고 혼란이 온다든가,직선제를 하면 스님들이 정치인처럼 된다든가 하는 직선제 반대논리를 펼치고 있다. 과연 직접투표에 따른 직선제는 불교전통과 맞지 않는 것일까?

 

갈마제도는 직접민주주의 방식

 

율장에 따르면 갈마제도가 있다. 최소 네 명으로 구성되는 승가에서도 갈마제도는 있다. 갈마에는 단백갈마(ñattikamma), 백이갈마(ñattidutiyakamma), 백사갈마(ñatticatutthakamma)  이렇게 세 가지 갈마가 있다. 전원찬성을 원칙으로 한다. 백이갈마의 경우 한번 제안을 한 뒤에 다시 한 번 ‘찬성하면 침묵하고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고 제청한다. 한 번의 제청을 통해 전원이 찬성하여 침묵하면, 사안이 결정된다.

 

백사갈마의 경우 한번 제안을 한 뒤에 다시 세 번 ‘찬성하면 침묵하고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고 제청하는 것이다. 세 번의 제청을 통해 전원이 찬성하여 침묵하면, 사안이 결정된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제청할 때 침묵하면 찬성의 표시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누구 하나라도 반대하면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토론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율장을 보면

 

율장의 갈마를 보면 직접민주주의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지역의 수행승들이 한 곳에 모두 모여 현안을 토론 하는 것이다. 결론이 도출 될 때 까지 ‘찬성하면 침묵하고 이견이 있으면 말하라.’고 제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표자는 어떻게 뽑을까? 율장소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한때 수행승들이 참모임 안에서 다투고 싸우고 쟁론하면서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찔렀다. 그들은 그 쟁사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

 

세존께 그 사실을 알렸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다섯 고리를 갖춘 수행승을 산가지표결의 관리인으로 선정해야한다.

 

1) 그는 욕망에 의해 삿된 길을 가지 말아야 하고

2) 분노에 의해 삿된 길을 가지 말아야 하고

3) 어리섬음에 의해 삿된 길을 가지 말아야 하고

4) 두려움에 의해 삿된 길을 가지 말아야 하고

5) 표결된 것과 표결되지 않은 것을 알아야 한다.

 

수행승들이여, 그런데 이와 같이 선정해야 한다. 처음에 수행승을 청해야 한다. 청한 뒤에 현명하고 유능한 수행승이 참모임에 알려야 한다

 

[제안]

존자들이여, 참모임은 제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참모임에 옳은 일이라면, 참모임이 이러이러한 수행승을 산가지표결의 관리인으로 선정하겠습니다. 이것이 제안입니다.’

 

[제청]

존자들이여, 참모임은 제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참모임은 이러이러한 수행승을 산가지표결의 관리인으로 선정합니다. 이러이러한 수행승을 산가지표결의 관리인으로 선정하는 것에 동의하면 침묵하시고, 이견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결정]

참모임은 이러이러한 수행승을 산가지표결의 관리인으로 선정했습니다. 참모임이 찬성하여 침묵했으므로, 저는 그와 같이 알겠습니다.’

 

(Yebhuyasikā-다수에 입각한 조정, 율장소품, 4장 멸쟁의 다발, 전재성님역)

 

 

여기서 참모임은 승가(sagha)’를 말한다. 제목이 암시 하듯이 다수결에 대한 것이다. 다수결을 뜻하는 빠알리어 ‘yebhuyasikā는 영어로 ‘according to the majority’의 뜻이다. 부처님 당시에 이미 다수결로 의사결정 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당시에도 표결이 있었다!

 

승가에 쟁사가 발생 하였을 때 갈마를 행한다. 제안과 제청과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으면 말하고 이견이 없으면 침묵함으로써 결정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표결관리자에 대하여 수행승들이여, 다섯 고리를 갖춘 수행승을 산가지표결의 관리인으로 선정해야한다.”라고 했다. 쟁사가 발생하였을 때 표결관리자를 선정했음을 말한다. 여기서 산가지표결이란 무엇일까?

 

율장대품에 산가지표찰이라는 말이 있다. 율장대품 제2장 포살의 다발을 보면 부처님이 수행승들이여, 포살일에 모임을 통해서 헤아리거나 산가지표찰을 취해서 헤아리는 것을 허용한다. (Anujānāmi bhikkhave, tadahuposathe nāmaggena vā gaetu salāka gahetu”(일수와 수행승의 헤아림) 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산가지표찰이라 번역된 살라까는 풀입, 나뭇잎, 목편 등을 말한다. 주석에 따르면 수행승의 이름을 적은 산가지표찰(salākā)이 있는데, 추첨을 통해 선택된 표찰을 보고 그 수행승을 초청하여 공양하기도 했다. 산가지 표찰을 헤아려 수행승의 숫자를 파악할 수 있었다.”(율장대품, 538번 각주) 라고 되어 있다.

 

부처님당시에도 투표에 의해 표결이 행해졌다. 이는 율장에 명백히 기록 되어 있는 사항이다. 특히 산가지표결관리인(salākā gāhāpako)’이라 하여 표결하는 관리자를 뽑았는데 탐진치 등에서 벗어난 자를 말한다. 제안, 제청, 결정과정을 거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뽑았다.  

 

부처님당시에는 쟁사가 발생하였을 때 다수에 입각한 조정으로 가라앉혔다.”고 했다. 여기서 다수에 입각한 조정(yebhuyasikā)’이란 다수결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주석을 보면 분쟁에 대하여 일곱 가지 방식의 분쟁조정 가운데 다수에 입각한 조정을 따름으로써 분쟁을 그치게 하는 것을 말한다.”(율장소품, 267번 각주)라 되어 있다. 분쟁이 일어 났을 때 표결관리인을 정하고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자승스님은 선거에 개입하지 마시라!

 

부처님당시 오늘날 같이 정부조직을 본 뜬 삼권분립형 승단은 존속하지 않았다. 이는 데바닷따가 이득과 명예와 칭송에 정복되어 내가 수행승들의 참모임을 이끌겠다.”라고 말 하였을 때, 부처님이 부처님의 참모임을 이끌려고 하지 말라.”라고 했다. 이에 대한 주석을 보면 여래는 이와 같이 내가 수행승의 승단을 이끌어 간다.’라든가 수행승의 승단이 나의 지시를 받는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여래가 수행승의 승단과 관련하여 어떤 공표를 하겠는가?”(D16) 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데바닷따는 부처님만 죽이면 부처님 자리에 앉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아자따삿뚜를 교사하였을 때 그대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십시오. 나는 세존을 죽이고 부처님이 되겠습니다.”(율장소품, 7) 라 했다.

 

부처님당시와 오늘날 한국불교의 승가는 다르다. 부처님당시에는 무소유의 청정승가와 삼권분립형 승가는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직선제 반대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추대론을 이야기한다. 또 직선제는 불교전통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직선제를 하면 종단이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이라 한다.

 

합의추대를 하려면 승단과 교단으로 분리 되어야 한다. 오로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승단이 성립되면 투표에 의한 직선제의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율장의 정신대로 갈마에 의해 만장일치로 선출하면 된다. 그러나 총무원, 중앙종회가 있어서 종단정치가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간선제가 유지 된다면 금권선거, 매관매직 등 야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직선제 이외 다른 대안이 없다. 더구나 직선제는 이전 총무원장 선거당시 공약아니었던가?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은 더 이상 차기 총무원장선거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대중공사에 참여하여 직선제반대논리를 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직선제를 하면 종단이 무너질 것처럼 이야기하며 비구니스님들의 참종권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다. 자승스님은 직선제 공약을 이행하고 더 이상 선거에 개입하지 마시라!

 

 

2016-05-1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