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쓰레기를 남기고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납품한 물건이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그 때 “또 얼마나 손실이 발생할까?”라며 가슴을 졸였습니다. 비아홀(viahole) 하나가 형성 되지 않아 전량 못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잘못을 인정하고 지체 없이 후속조치 해 주어야 합니다. 결국 다시 제작 해 주기로 했습니다. 돈으로 때운 것 입니다. 확인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값비싼 댓가를 치루었습니다.
납품한 물건은 산업폐기물이 되어 전량 쓰레기장으로 갔을 겁니다. 이런 일은 산업현장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설계가 잘못 되어 불량품이 양산 되었을 때 산더미처럼 쌓입니다. 그럴 경우 공장 마당에 잔뜩 쌓아 놓고 불을 지릅니다. 다시는 이런 제품 만들지 말라는 경고의 메세지 입니다.
어느 번역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로 천 권을 출간 했는데 잘못된 곳이 있어서 스티커 처리 했다 합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 입니다. 보기에 지저분해 보이고 너덜너덜해 진 것 같아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전량 폐기 처분하고 새로 다시 출간 했다 합니다.
사람 사는 곳에 쓰레기로 넘쳐 납니다. 아파트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쓰레기 버리는 날이 있습니다. 종이나 신문지, 책, 종이박스 등 재활용품 입니다. 수 백 가구에서 쏟아져 나온 쓰레기는 산을 이룹니다.
점심때 주로 카페테리아에서 식사 합니다. 수 백 명이 먹을 수 있는 곳 입니다. 작은 식당에 갈 수도 있지만 나홀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으면 영업방해 하는 것 같아 카페테리아를 선호 합니다. 식판을 들고 골라 먹는 부페식 입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음식물 쓰레기로 넘쳐난다는 사실입니다. 벽면에 ‘남기면 천원 반드시 받습니다’라는 풀레카드가 걸려 있지만 구호에 그칠 뿐 입니다.
스님과 식사를 한적이 있습니다. 도심 속 포교당 입니다. 사미승이 차려준 소박한 상과 마주 했습니다. 고기는 일체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치와 채소, 나물 등 몇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남김 없이 비웠습니다. 청정한 식사를 했습니다. 다른 도심선원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골절에 하루 묶었을 때 식단 역시 청정 했습니다.
매일 잔치날이고 매일 파티날 입니다. 고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이 기름진 음식에 술이 따라 갑니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사람들은 잘 먹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남깁니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해가 길어서 이른 아침에 스마트폰 자판을 칩니다. 메모를 활용 합니다. 그 동안 쓴 것을 보니 줄줄이 끊임 없이 스크롤 됩니다. 떠오른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것 같습니다. 이를 카톡과 밴드에 올리고 또 블로그에 올립니다. 블로그에 10년 동안 쌓인 것을 보니 어마어마 하게 양이 많습니다. 모두 ‘구업(口業)’입니다.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합니다. 여자는 하루에 2만5천 단어, 남자는 만5천단어는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대부분 잡담 입니다. 끊임 없이 떠들어 대는 것도 두려움과 공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업을 짓습니다. 선업 보다 악업이 되기 쉽습니다. 도둑질 하고 사음 등을 하는 것만이 악업이 아닙니다. 잡담히는 것도 악업이 됩니다. 잡담하다 보면 험담하게 되고 이간질 하게 되고 거짓말 하게 됩니다. 진리를 말하지 않으면 모두 거짓말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으로 쌓인 업을 모아 두면 얼마나 될까요? 태어나 지금까지 쌓인 업은 히말라야보다 더 높을 겁니다. 대부분 선업보다 악업이 더 많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업은 누적 된다는 사실 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큰 업을 짓게 됩니다. 죽음에 이르면 자신이 지은 업에 압도 당할 것 입니다.
사람 사는 곳에 쓰레기로 넘쳐 납니다. 쓰레기가 쌓이고 쌓이면 난지도처럼 됩니다. 컴퓨터에 쓰레기가 쌓이고 쌓이면 기능이 정지 됩니다. 누적의 힘 입니다. 중력이 누적 되면 블랙홀이 되듯이, 피로가 누적 되면 병이 되고 죽음에 이릅니다. 악업이 누적 되면 ‘지옥문’이 열립니다.
쓰레기는 배출하지 말아야 하고 틈틈이 비워 내야 합니다. 욕망으로 분노로 살 때 쓰레기는 넘쳐 납니다. 욕망의 쓰레기, 분노의 쓰레기를 모아 놓으면 히말라야보다 더 높을 겁니다. 윤회하며 쌓인 쓰레기는 수미산 보다 더 높을 것 입니다.
“일겁의 세월만 윤회하더라도
한 사람이 남겨놓는 유골의 양은
그 더미가 큰 산과 같이 되리라고
위대한 선인께서는 말씀 하셨네.” (S15.10)
2016-06-23
진흙속의연꽃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소중한 멘토 (0) | 2016.07.01 |
---|---|
청정한 식사 (0) | 2016.06.26 |
전방후원형 예덕리 고분군을 보고 (0) | 2016.06.19 |
권승(權僧)이라 부르면 안되나요? (0) | 2016.06.16 |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면 (0) | 2016.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