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암송

머리맡에 두고 매일 한게송씩, 예경지송을 구입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6. 6. 28. 19:32

 

머리맡에 두고 매일 한게송씩, 예경지송을 구입하고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예경지송이다. 이 책을 사게 된 직접적 동기는 어느 스님이 독송할 만한 초기경전이 있는지 문의 했기 때문이다. 그 때 떠오른 것이 바로 이 예경지송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미 알고 있었다. 2016년 봄 전재성님을 방문했을 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은 채로 지냈다. 그러다 독송용 경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바로 생각이 나서 지체 없이 구입했다.

 

책을 열어 보니

 

새로 출간된 예경지송은 다른 번역서들과 달랐다. 우선 사이즈가 훨씬 크다. 일반 니까야번역서를 보면 가로160, 새로 230미리로 통일 되어 있다. 그런데 예경지송은 가로 195, 세로 265미로로 월등히 넓다. 또한 종이의 질도 다르다. 촉감이 미끌미끌 하여 감촉도 좋다. 모두 820여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가격은 인터넷가 45,000원이다.

 

 

 

 

 

 

책을 열어 보았다. 가장 먼저 깔라마의 경송이 나온다. 커다란 글씨로 깔라마여, 소문이나 전승이나 여론에 끄달리지 말고 성전의 권위나 논리나 추론에도 끄달리지 말고..”라 되어 있다. 빠알리 원문과 우리말 음역으로 되어 있어서 우리말과 빠알리어로도 독송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책장을 열자 마자 왜 깔라마의 경이 언급되어 있을까? 이는 견해에 대한 이해에도 끄달리지 말고 그럴듯한 개인적 인상이나 이 수행자가 나의 스승이다라는 생각에 끄달려서는 안되느니라.”라는 말에 답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성전의 권위나 논리나 추론에도 끄달리지 말고라는 말을 잘못 해석하면 안된다.

 

어떤 이는 성전의 권위라는 말에 대하여 초기경전을 대입하여 말하기도 한다. 경전에 쓰여진 부처님 말씀이라도 의심해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순이다. 부처님은 삼귀의를 말씀 하셨다. 그리고 자귀의 법귀의를 말씀 하셨다. 가르침에 의지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성전에 끄달려서는 안된다라는 말을 잘못 해석하여 초기경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고 해석하면 넌센스이다. 깔라마경에서 말하는 성전은 통상 바라문교의 베다성전을 말한다.

 

부처님의 원음이 담겨 있는 경전은 늘 수지독송해야 한다. 중요한 게송은 외워야 한다. 한번 외워 놓으면 내 것이 된다. 외워 놓으면 굳이 책을 떠 들어 보지 않아도 된다. 머리속에 있으므로 언제든지 꺼내기만 하면 된다. 예경지송에 있는 138개의 경송은 독송일 뿐만 아니라 암송용도 된다예경지송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138개의 경송으로

 

예경지송은 쿳다까니까야 쿳다까빠타가 기본이 된다. 이를 소송경이라고도 하는데 불자들이나 초심자, 입문자들에게 신심을 고취하고 항상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 하기 위하여 라따나경 등 아홉 개의 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후 이 소송경을 모태로 하여 수 많은 예경지송이 만들어졌다. 전재성님의 예경지송은 빠알리니까야에서 138개의 경송을 선별하여 우리말과 빠알리어, 그리고 빠알리 음역으로 하여 새로 편집하였다.

 

머리말을 읽어 보았다. 전재성님에 따르면 빠알리 게송은 특유의 아름다운 운율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를 우리말로 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최대한 우아하고 아름답고 번역한 것 같다. 이는 한자투에다 대괄호를 이용한 경직된 번역체와는 다르다. 마치 물흐르듯이 유려하면서도 종교적 권위를 살려 내는 번역을 말한다.

 

138개의 경송은 크게 10가지 품으로 나뉘어져 있다. 일반예불품, 수호경전품, 지송경전품, 성찰수행품, 명상수행품, 아비담마품, 공덕회향품, 통과의례품, 추모경송품, 요청헌사품이다. 이러한 품은 삼보에 대한 예경과 찬탄 뿐만 아니라 각종 통과의례에 대한 것도 있다. 생일, 결혼식, 장례식, 이사, 개업 등 개인사적인 것에서부터 전쟁에서 무사, 국가나 단체의 안녕, 국태민안 등을 말한다. 불자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리의 축복에 대한 게송

 

일반예불품에 대한 설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승리의 축복에 대한 게송이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님은 부처님께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 인내와 자애로 이겨낸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된 노래라고 했다. 다름 아닌 자야망갈라가타(Jayamangalagatha)’이다.

 

 

 

 

 

 

 

 

자야망갈라가타는 가장 좋아 하는 게송이다. 좋아하게 된 동기는 내용도 좋지만 무엇보다 세계적 음악가 이미우이(Imee Ooi: 黃慧音)가 아름다운 음조로 불렀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2007년에 알았는데 이후 지금까지 매일 듣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하여 널리 보급했다. 또 씨디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전재성님은 머리말에서 이 게송에 대하여 언급했다. 게송에 대하여 집안에 아기가 탄생하여 명명식을 하거나 결혼식을 올릴 때, 이사를 했을 때, 사업을 시작할 때, 장례식을 치룰 때 영가를 천도할 때 독송합니다.”라고 특별하게 설명해 놓았다. 이렇게 본다면 자야망갈라가타야말로 불자들에게 있어서 생활게송이라 볼 수 있다.

 

불자들의 생활게송

 

수 많은 경송을 외웠다. 외운 경송 중에 라따나경(보배경), 멧따경(자애경), 망갈라경(축복경)이 있다. 테라와다 예불문이자 동시에 수호경이다. 이를 빠알리어로 모두 외운 바 있다. 테라와다불자들은 이 세 개의 경송을 늘 수지독송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반야심경이나 천수경과 같은 위치의 경송이다. 가장 고층이라 일컬어지는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고 소송경에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 중요성을 알만 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에서도 법회 할 때 자애경과 축복경(또는 행복경)을 독송한다.

 

삼대 예불문과 더불어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게송이 있다. 앞서 언급된 자야망갈라가타이다. 이를 전재성님은 승리의 축복에 대한 게송이라 했다.

 

자야망갈라가타를 접하게 된 것은 인터넷을 통해서이다. 이리저리 인터넷서핑하다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마성스님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접하였다. 두 개의 번역이 있었다. 그러나 전재성님의 번역이 와 닿아서 블로그에 소개 했다. 여덟 가지 부처님의 승리에 대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무엇보다 이미우이의 노래가 좋아서 매일 듣게 되었다. 그리고 널리 보급하였다.

 

게송을 안지 거의 십년이 된 지금 예경지송에 실려 있어서 깜짝 놀랐다. 왜 그런가? 자야망갈라가타는 초기경전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경전 이곳저곳에서 교훈이 될만한 여덟 가지 이야기를 모아서 구성한 것이다.

 

전재성님은 자야망갈라가타에 대하여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여덟 개의 에피소드에 대하여 무려 7페이지에 걸쳐서 경전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님은 그 내용은 경전이나 주석서를 토대로 하지만, 그 출처는 알려져 있지 않다.”라고 설명해 놓았다.

 

언제부터 이 유명한 게송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었을까? 설명문에 따르면 단지 스리랑카의 한 헌신적인 불교시인이 지었다는 사실만이 확실시 되고 있다.”라 되어 있다. 스리랑카 캔디시대에 스님들이 학습용으로 사용했는데 AD.16-17세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신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자야망갈라타를 들으면 신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부처님이 성도과정에서 악마의 군대와 싸워 이긴 기리메칼라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야차 알라바까, 코끼리 날라기리, 악인 앙굴리말라, 거짓 임신녀 찐짜 마나비까, 자이나교도 삿짜까, 용왕 난도빠난다, 브라흐마 바까 이렇게 여덟 가지 대상과 싸워 이긴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부처님이 인내와 자비로 이긴 것이다. 그래서 각 게송에서 후렴구는 이 위신력으로 승리의 축복이 제게(그대에게) 임하소서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아홉 번째에 대승경전의 유통분과 유사한 마무리 게송이 있다. 이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이 부처님의 승리와 축복을 나타내는

여덟 게송을 매일매일 게으름 없이 독송하오니

닥쳐오는 수 많은 여러 가지 위험을 극복하고

슬기로운 자가 되어 해탈과 지복이 함께 하여지이다.”

 

 

번역문을 보니 이전 인터넷에 유통되던 것과 약간 다르다. 큰 틀에 있어서 변화는 없으나 세세하게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 했다. 머리말에 따르면 1997년도에 아주 간단한 예불문을 발간 했었다고 한다. 아마 그 예불문에 실려 있는 자야망갈라가타가 인터넷에 유통되었던 것 같다.

 

20년만에 새롭게 번역된 자야망갈라타를 접하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후렴구가 이전 것과 약간 다르다. 빠알리 후렴구를 보면 “Ta-tejasā  bhavatu  te  jaya-magalāni”라 되어 있다. 이전 번역을 보면 이 위대한 힘으로 승리의 행운 제게 임하길 바라옵니다.”라 되어 있는데, 새로 번역된 것을 보면  이 위신력으로 승리의 축복이 제게(그대에게) 임하소서라고 되어 있다. 바로 이 문구때문일까 테라와다에서는집안에 아기가 탄생하여 명명식을 하거나 결혼식을 올릴 때, 이사를 했을 때, 사업을 시작할 때, 장례식을 치룰 때 영가를 천도할 때 독송합니다.”라 했을 것이다.

 

어렵게 출간 된 책

 

전재성님에 따르면 예경지송은 두 번째 발간한 것이라 했다. 처음 발간 했을 때 오류가 있었다고 했다. 빠알리어를 우리말로 음역하였는데 오류가 발견되어 스티커 처리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 발견되어 계속 스티커 처리하다 보니 책이 지저분해졌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처음 발간된 책은 전량 폐기 처분했다고 한다.  이후 모든 오류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머리말에도 실려 있다. 어렵게 출간된 책이다.

 

머리맡에 두고 매일 한게송씩

 

빠알리니까야는 방대하다. 사부니까야와 쿳다까니까야의 일부를 모으면 책장으로가득하다. 읽다 보면 반드시 기억해 두고 싶은 경송이 있다. 그러나 한번 지나가면 찾기 힘들다. 이럴 경우 메모 해 둔다. 그러나 체계적이지 않다. 이럴 경우 항상 가까이 두며 독송하고 싶은 책이 있었으면 했다. 마침 그런 책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빠알리원문과 우리말로 음역된 것이다.

 

예경지송을 접하면 기존의 예경지송집과는 다르다. 기존 예경집은 한문으로 되어 있다. 문체도 경직되어 있고 고어체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서일까 부처님원음이 실려 있는 빠알리니까야에서 선별된 예경집을 접하게 되었다. 늘 가까이 놓고 열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책장에 두기 보다는 베게 맡에 두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수 많은 경송을 외웠다. 한게송씩 외우고 났을 때 그 희열감은 외우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모두 다 외웠을 때는 마치 커다란 깨달음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태하고 게을러졌다고 생각했을 때 마음을 잡기 위하여 빠알리 경송을 외웠다.

 

외우고 싶은 경송은 많지만 빠알리어를 찾고 이를 우리말로 음역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따른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출간된 예경지송을 보니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었다. 머리맡에 두고 매일 한게송씩 외워야 겠다

 

 

2016-06-2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