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나는 내인생의 주인공이야!”53선지식 낙산사순례

담마다사 이병욱 2016. 7. 3. 00:13

 

나는 내인생의 주인공이야!”53선지식 낙산사순례

 

 

낙산사를 향하여

 

낙산사 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2005년 화재에 대한 것이다. 그때 당시 봄철 산불로 인하여 가람이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아름다운 홍예문이 화마로 인하여 무너져 내려 갈 때 불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가슴 아파했다.

 

불이 난지 11년 만에 다시 낙산사를 찾았다. 53선지식 순례 16번째이다. 그런데 출발 당일 날씨는 잔뜩 흐려 있었다. 간간히 비가 뿌려서 우산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전 날에는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여름철 장마철에 비가 오락가락 하는 것은 흔한 것이지만 떠나는 당일날 아침에도 비가 뿌리니 하루 종일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실제로 이날 아침 흐른 날씨 때문에 여행을 포기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매월 첫 째 주 토요일에 53선지식순례를 떠난다. 7월 순례지는 낙산사이다. 천년고찰 낙산사는 동해에 면하고 있어 주변 해수욕장과 함께 불자들은 물론 국민들이 즐겨 찾는 국민관광지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이른 아침 6시에 범계역으로 향했다. 안양에서 출발하는 불자들은 모두 8명이다. 버스가 도착하니 사람들로 가득하다. 신림동에서 출발한 보련암스님과 불자들이다. 안양불자들을 배려 하여 서울에서 온 것이다. 이날 순례가 끝나 귀가 할 때 역시 안양에 먼저 내려 주었다. 배려를 해 준 운영진들에게 감사 드린다.

 

함께 동승한 보련암은 어떤 절일까? 검색해 보았으나 위치정보만 있을 뿐 정보를 알 수 없다. 참석한 법우님에게 물어 보았더니 순례를 가면 한차 정도는 채울 수 있는 여법한 사찰이라 했다.

 

보련암 주지스님의 법명은 동준비구니스님이다. 용모가 준수한 스님이다. 차 안에서 예불을 보았는데 천수경 등 한참 진행했다. 보련암 신도님들은 전반적으로 고령이다. 허리가 굽어 걷기에도 불편한 노보살님도 있다. 평균 연령이 70세 정도로 보인다.

 

낙산사에 도착하니

 

낙산사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출발 당시에 비가 뿌렸으나 대관령을 넘었을 때 날씨가 반전 됐다. 비는 더 이상 오지 않고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푸른 창공이 보이기 시작 한 것이다. 늘 그렇듯이 비 온 날 다음 날은 날씨가 쾌청한데 이런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낙산사에 10여년 만에 왔다. 2005년 불이 나기 이전에 온 적이 있다. 불이 나고 폐허가 된 낙산사 복구 소식을 종종 뉴스에서 들었다. 불난지 11년이 지난 현재 낙산사는 불난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10여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완벽하게 복원 된 것 같아 보인다.

 

 

 

 

 

 

 

홍련암에서

 

낙산사에는 9 30분 경에 도착 했다. 법회가 열리는 10시 까지는 30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홍련암을 둘러 보기로 했다. 절벽 바로 아래에 있는 홍련암 가는 길은 불자들에게 성소로 가는 길과 같다.

 

 

 

 

 

 

 

 

 

 

 

 

 

 

 

 

홍련암은 불자들에게 성지와 같다. 불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러야 할 순례지인 것이다. 불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낙산사에 오면 반드시 둘러 보는 곳이다. 국제화시대이어서일까 이날 중국인 관광객들이 무척 많다. 여기저기서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홍련암 입구에는 하나의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2005년 화재 당시 홍련암이 무사한 것에 대한 사진이다. 주변 건물은 화마로 잿더미로 변해 버렸으나 홍련암만은 기적적으로 화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설명문을 보니 홍련암 법당은 관세음보살님 원력으로 불길이 닿지 않았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오전 10시가 되었다. 53선지식 순례 법회가 시작 되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궂은 날씨임에도 360명이 참석했다. 보타전 법당에는 스님들과 신도들로 가득하고 마당에는 법석이 마련 되어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순례객들이 속속 도착 하자 법석은 다 찼다. 스님들은 참석자들에게 팥을 뿌려 주었다. 운영진에서는 오색실을 몸에 감아 주었다. 아마 53선지직 순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라 본다.

 

원두커피가 제공되고

 

법석 한켠에는 커피가 무료로 제공 되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마가스님의 초등학교 동창 송길웅님이 제공하는 것이라 한다. 최근 우연하게 만났는데 40년 만이라 했다. 강원도에서 보헤미안이라는 커피전문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53선지식 순례를 맞이 하여 커피봉사를 하는데 모금된 금액은 전액 미얀마 스님들을 위한 보시금으로 사용될 것이라 했다.

 

 

 

 

 

 

 

 

 

 

 

스님에게 빗을 팔라고?

 

마가스님은 오전 법문에서 지혜의 씨앗을 뿌리자라는 주제로 법문 했다. 어느 회사에서 면접을 했다고 한다. 세 명의 면접자에게 머리 빗는 빗을 팔라고 했다. 놀랍게도 스님들에게 팔라고 했다는 것이다. 삭발한 스님들에게 빗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스님을 대상으로 빗을 팔라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면접자는 스님들은 머리카락도 없는데 어떻게 빗을 팝니까?”라며 항의 했다고 한다. 스님들에게 빗을 파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 면접자는 빗을 들고 무조건 절에 갔다고 한다. 속으로 스님들이 자비심으로 팔아 주겠지라며 기대한 것이다. 그래서 스님에게 제발 팔아 주세요라며 구걸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세 번째 면접자는 어떻게 했을까? 세 번째 면접자 역시 무조건 절에 찾아 갔다. 찾아 가서 108배 먼저 했다고 한다. 절 하면서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법당에서 열심히 108배를 하며 기도하는 면접자를 주지스님이 보았다. 주지스님이 묻자 면접자는 자초지종 이야기 했다. 그러자 주지스님은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 났다. 빗을 가져 오라고 했다. 빗에다 부처 ()’자를 새겨 주기로 한 것이다. 무려 만개를 주문하여 불자를 새긴 다음 신도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매점에서 판매 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세 번째 면접자는 기도의 힘으로 스님에게 빗을 만개 판 것이다.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파는 것은 힘든일이고,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운동화 파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한다. 하물며 스님들에게 빗을 판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이 지혜의 힘이고 기도의 힘이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한계가 있음에도 자신의 생각에 갇혀서 살기 때문에 이모양 이꼴이라 했다. 그러나 지혜를 개발하면 새로운 안목이 생기고, 기도를 하면 가피력으로 인하여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자비허그시간이 되자

 

53선지식 하이라이트가 있다. 그것은 어느 순례에서 볼 수 없는 53선지식순례만의 트레이드마크라 볼 수 있는 자비허그이다. 자비허그시간이 되자 순례객들은 일제히 줄을 섰다. 먼저 마가스님이 화두가 적힌 작은 용지를 나누어 준다. 다음 번 순례 때 까지 화두로 삼아 정진하라는 것이다.

 

 

 

 

 

 

 

비구니 스님들은 도열하여 불자들 손목을 잡고 격려 해 준다. 그리고 꼭 안아 준다. 아마 불자들에게 가장 기다려지고 가장 기대하는 시간일지 모른다. 아직까지 한국불교에서 스님이 손을 잡아 주고 따뜻하게 포옹해 주는 것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불자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힐링이 되는 순간이다.

 

 

 

 

 

 

 

 

 

 

 

 

 

 

 

 

고소한 밥맛

 

점심공양시간이 되었다. 보타전에서 산길을 따라 동쪽으로 넘어 가야 한다. 가는 길에 보는 동해 바다가 초록의 초목과 함께 장쾌 해 보였다.

 

 

 

 

 

 

 

 

임시로 가설된 천막 안에는 자비허를 먼저 마친 불자들로 가득했다. 메뉴는 늘 그렇듯이 비빔밥이다. 동그란 접시에 밥과 나물 등 채식위주이다. 감자도 들어 있다.

 

 

 

 

 

 

 

 

 

 

 

 

 

 

절에서 먹는 밥은 언제 먹어도 맛이 있다. 절이 산에 있어서일까 산에 가는 것 자체가 체력소모가 되는 것 같다. 무엇 보다 청정해서 많이 먹게 된다. 낙산사에서 점심공양은 밥이 맛 있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것이다.

 

아름다운 홍예문

 

점심공양후 오후 1시 반까지는 자유시간이다. 해수관음상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도중에 낙산사 본래 가람이라 볼 수 있는 법당을 가 보았다. 2005년 당시 산불로 소실 되었는데 새로 지어진 법당들이다.

 

 

먼저 홍예문을 보았다. 2005년 당시 아름다운 홍예문이 불타는 모습을 보았다. 화마로 스러지는 장면이 몹시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현재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노무현대통령 식수

 

홍예문에서 해수관음 가는 길에 낙락장송은 몇 그루에 지나지 않는다. 2005년 당시 모두 타 버리고 그 대신 작은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다시 옛모습을 회복하려면 백년은 걸릴 것이다. 그래서일까 곳곳에 기념식수를 볼 수 있다. 그 중에 노무현대통령이 식수한 것이 눈에 띈다.

 

 

 

 

 

 

화마에 살아 남은 낙산배조목

 

노대통령 식수 바로 맞은 편에는 배나무가 하나 있다. 화마에서 살아 남은 것이다. 설명문을 보니 낙산배조목이라 한다.

 

 

 

 

 

 

 

 

 

 

 

 

 

낙산배가 있다고 한다. 낙산사 주변에서 나는 재래종 배를 말한다. 조선 성종에 지정되었는데 진상품이었다고 한다. 현재 시조목은 1915년에 식재된 것이라 한다. 낙산배 시조목은 화마에서 살아 남은 것이다.

 

국보 칠층석탑을 지켜 내기 위해

 

낙산사는 아름다운 절이다. 원통보전에서 서면 동쪽으로 바다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아스라히 태백산맥이 달리고 있다. 2005년 화마에서 살아 남은 것이 있다. 칠층석탑이다. 구경나온 사람 이야기에 따르면 불이 났을 때 국보 칠층석탑을 지켜 내기 위해 헬기에서 계속 물을 뿌렸다고 한다.

 

 

 

 

 

 

 

 

 

 

 

 

 

 

 

 

 

 

 

 

 

 

 

해수관음은 경외의 대상

 

원통보전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해수관음상이 보인다. 어디서 보아도 우뚝 솟아 있는 관음상은 경외의 대상이다.

 

 

 

 

 

점처 가까이 다가 갈수록 위용이 있다. 마침내 다다랗을 때 탄성이 나왔다. 이전에도 보았지만 매번 볼 때 마다 가슴 설레이게 하는 상이다.

 

 

 

 

 

 

 

낙산사 해수관음은 낙산사를 상징한다. 홍련암 보다 일반국민에게는 해수관음이 더 각인 되어 있을 것이다. 저 멀리 동해를 바라 보고 있는 해수 관음상 앞에 신심 있는 불자들은 합장을 하며 탑돌이를 하거나 절을 한다.

 

 

 

 

 

 

 

 

 

 

 

하늘과 땅과 바다의 파노라마

 

비 갠 후 하늘은 청명하다. 이전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다음 날은 쾌청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하늘과 땅이 모두 깨끗해 보인다. 저 멀리 태백준령과 해안선과 수평선이 눈을 씻어 준다. 하늘과 땅과 바다가 파노라마친다.

 

 

 

 

 

 

 

 

 

 

 

 

 

 

 

 

 

 

 

 

 

 

 

 

 

 

 

 

 

 

 

 

 

 

 

 

 

 

 

 

 

 

 

 

 

 

 

선지식법문을 들어보니

 

다시 보타전으로 되돌아 왔다. 오후 1시 반부터 2시 반 까지 1시간 동안 선지식 법문이 있다. 이날 열 여섯 번째 선지식은 낙산사 주지 도후스님이다.

 

 

 

 

 

 

도후스님은 하심을 강조 했다. 하심법문으로서 잡아함경 1336번 경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낙산사 창건과 관련된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의 설화를 들려 주었다. 특히 원효대사와 관련된 관세음보살친견이야기는 하심과 관련이 있음을 말하였다.

 

도후스님은 하심과 관련하여 주리반특가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요즘으로 따진다면 정신지체아는 다름 없는 주리반특가는 하심으로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빨래빤 물과 관련된 원효대사의 관세음보살친견 이야기는 하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선지식을 만나려면 항상 겸손해야 하고 하심해야 함을 강조했다. 도후스님은 법문이 끝나고 나서 백만원이라는 거금을 보시했다. 2016년 12월 중에 미얀마성지순례가 있는데 미얀마스님들을 위한 가사보시용이라 했다.

 

가슴 울리는 법문을

 

53선지식순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크게 마가스님법문과 자비허그, 그리고 선지식법문으로 볼 수 있다. 이 중에 선지식법문은 53선지식순례의 가장 핵심이다. 그런데 순례지의 스님이 선지식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순례지의 주지스님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순례지의 주지스님은 선지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단지 순례자에게 절을 소개하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바람직 할 듯 하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다양한 선지식이 소개 되어 있듯이 다양한 계층의 선지식이 초청 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선지식에 대하여 사전을 찾아 보았다. 불교용어로서 불교의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사람이라 되어 있다. 또 선종에서 수행자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승려라 되어 있다. 누구나 선지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스님이 아니라 재가자도 선지식이 될 수 있고, 입법계품에 따르면 심지어 창녀도 선지식이 될 수 있다.

 

순례지 해당사찰의 주지스님이 선지식법문을 하였을 때 선지식순례의 의미를 크게 퇴행시킬 수 있다. 단지 과거 종무기관 소임을 맡은 것을 자랑으로 여겨 신변 이야기로 흐른다면 집중하기 힘들다.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 가르침에 근거한 이야기 등 가슴 울리는 법문을 들었을 때 하나라도 건질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인생의 주인공이야!”

 

선지식법문이 끝나고 마가스님의 힐링법문이 있었다. 모두 스님을 따라 의상대까지 걷기 명상을 했다. 한발 한발 옮기면서 마음에 새기고 묵언하며 이동했다. 의상대에 도착해서 바다를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외치게 했다. “나는 내인생의 주인공이야!”라고 외치게 했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 주어서 바다라고 했다. 모든 것을 받아 주었을 때

바다가 같은 사람이 된다고 했다. 바다 같은 사람이 되려면 주인공으로 살아야 한다. 지혜롭게 살았을 때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된다.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스님들에게 빗을 팔 수 있는 지혜도 나오는 것이다. 불자들은 바다를 향해 여러 번 외쳤다. “나는 내인생의 주인공이야!”라고. 8월 첫 째 주 토요일 53선지식 17차 순례는 청도운문사로 예정 되어 있다.

 

 

 

 

 

 

 

 

 

 

 

 

 

 

 

 

 

 

 

 

 

 

 

2016-07-0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