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차문래요금지불(入此門來料金支拂), 설악산 신흥사에서
설악산은 언제 보아도 장쾌하다. 뾰족뽀족 솟아 오른 높은 봉우리는 동네 됫산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 풍광이다. 이런 명산에 명찰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설악산 설악동에 있는 신흥사가 그곳이다.
설악산은 불교성지
신흥사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표소를 통과해야 한다. 이는 신흥사 뿐만 아니라 설악동이 있는 설악산 어느 곳을 가든 통과해야 하는 문이 있다. 마치 일주문 처럼 생긴 거대한 육주문에는 ‘조계선풍시원도량설악산문’이라는 글씨가 한문으로 적혀 있다.
육주문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보니 이곳 설악산이 불교성지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불교의 땅이라는 느낌도 함께 다가온다. 누구든지 이 문을 통해야만 설악산으로 가는 것이다.
입장료를 내고
육주문을 지나니 불교성지의 땅을 밟고 지나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일까 곧바로 매표소가 나타났다. 문화재관람료형식으로 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매표소 명칭은 ‘문화재구역입장료’라 되어 있다.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설악산매표소’라 되어 있다.
한국사람들은 설악산과 같은 명산에 들어 가려면 반드시 입장료를 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 된 것은 오래 되었다. 2006년의 일이다. 그럼에도 명산에 가면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그것은 문화재관람료명목의 입장료이다. 불교문화재를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조치에 저항하고 있다. 단지 등산만을 목적으로 함에도 사찰에서 징수하는 문화재관람명목의 입장료징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설악산도 마찬가지이다.
설악산에 들어 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교구본사에서 시행하는 것이다. 그것도 대로를 막아 놓고 누구에게나 징수를 하고 있다. 어른의 경우 3,500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마치 옛날을 생각해서일까 당연히 입장료를 내는 것 같다. 더구나 매표소 간판을 보면 ‘문화재구욕입장료 설악산매표소’라고 되어 있어서 마치 국립공원입장료를 내는 것처럼 착각이 들게 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매표소를 지나 신흥사로 향했다. 신흥사 가는 길은 잘 꾸며져 있다. 대한민국 제일의 명산이 있는 곳 신흥사는 교구본사급 사찰이다. 명산에 어울리게 갖가지 볼거리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청동대불’이다. 표지판을 보니 1997년에 완성된 것이다. 조성된지 불과 이십년 만에 설악산 명물이 된 듯 하다.
청동대불은 높이가 14미터에 이른다. 조성경위를 보면 민족통일을 이루고자 만든 것이라 한다. 그래서 통일대불이라 한다. 대불 주변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불이 있다는 것 자체가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어 들이는 것 같다. 특히 중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우리 속담에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날 시월연휴를 맞이 하여 반은 중국단체관광객들인 것 같다. 어떤 중국인은 중국식으로 커다란 향을 두 손에 들고 중국식으로 예를 올리고 있었다.
통일대법당 불사
한국불교에서는 끊임 없이 불사를 하고 있다. 이런 불사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여법한 가람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신흥사에서도 통일대불이라는 불사가 이루어져 오늘날 중국관광객들을 맞이 하게 되었다. 더구나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대불이 조성되어 어떻게 보면 시대와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런 여세를 몰아서일까 또 하나의 불사가 추진되고 있다. 통일대불 바로 맞은 편에 ‘통일대법당’ 일명 108법당이라는 대작불사를 말한다.
통일대법당 불사는 어떤 명목일까? 안내판을 보니 ‘설악산을 찾는 불자님들과 국내외의 관광객들이 보다 편안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언젠가 108법당이라는 이름의 대법당을 보게 될지 모른다.
울산바위가 코 앞에
대불을 조성하고 대법당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설악산 일원이 불교의 토지임에 분명한다. 설악산의 상당부분이 신흥사 땅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설악산국립공원이 절의 땅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신흥사 경내는 무척 넓다. 통일대불에서 한 참 먼 거리에 신흥사가 있는데 건너편에 있는 울산바위가 바로 코앞에 있는 듯하다.
거대한 사람들의 흐름
신흥사 경내로 들어가 보았다. 매표소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곳까지 와 보기는 처음이다. 예전에 설악산을 몇 번 찾았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신흥사 경내로 들어가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관람료를 받으려면 사천왕문 입구에서 받아야 할 것이다. 사천왕문은 절의 바로 입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절의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으면 저항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절의 문화재가 이곳 저곳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므로 반드시 사천왕문 입구에서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무리가 있다. 이를 좀더 확장하여 일주문 입구에서 받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일주문은 사실상 절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날 신흥사 일주문으로 향하는 거대한 사람들의 흐름을 보았다.
해학적인 사천왕상
어느 전통사찰과 마찬가지로 신흥사에도 ‘천왕문’이라는 이름으로 사천왕문이 있다. 대게 비슷비슷한 모습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 되어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보는 사천왕상은 해학적인 면이 강해 보인다.
신흥사는 아름다운 절
신흥사는 아름다운 절이다. 주변 풍광과 잘 어울려서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특히 외국관광객들이 보았을 때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병풍처럼 솟아 있는 설악산의 이국적인 풍광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줄 것임에 틀림 없다.
신흥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설악산국립공원 경내에 있는 신흥사는 매우 넓다. 매표소에서 걸어 가는 도중에 갖가지 볼거리가 많다. 설악산국립공원이라 하지만 동시에 불교성지와 같은 곳이다. 도중에 보는 오층석탑, 청동대불, 그리고 신흥사 경내의 가람을 보면 국립공원 설악산에서 차지 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자주불교실현을 위하여
설악산 하면 아름다운 풍광도 떠 오른다. 동시에 석탑이나 대불 등 불교유적도 떠 오르게 되어 있다. 더구나 사찰소유의 땅은 매우 넓은 것 같다. 이는 설악산의 관문이라 볼 수 있는 육주문에서 관람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내의 상당수 토지가 불교소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등산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항감을 줄 수 있다. 단지 절의 땅이라 하여 절의 땅을 지난다 하여 입장료를 부과하는 듯 하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신흥사에서는 문화재관람료 명목의 입장료를 폐지할 것이라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그 대신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할 것이라 한다. 이런 조치에 대해서도 반발이 크다. 분명한 사실은 문화재관람료 징수로 인하여 국민적 저항이 크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불교에 대단히 불리하다. 한국불교가 마치 관람료에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고, 한국불교가 마치 정부보조금으로 연명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람료는 폐지되었다. 물론 정부보조금이 있어서 국립공원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사찰에서 부과하는 문화재관람료가 폐지된다면 역시 정부에서 보조금이 지원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불교가 홀로 서려면 문화재관람료도 받지 말고 정부보조금도 받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자주불교가 실현된다.
입차문래요금지불(入此門來料金支拂)
절에 가면 ‘입차문래막존지해 入此門來 莫存知解’라는 주련등에 써 있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말 뜻은 ‘이 문에 들어 오려거든 알음알이를 내려 놓아라’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설악산 입구에서 큰 도로를 막아 놓고 문화재관람료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이 마치 ‘입차문래요금지불(入此門來料金支拂)’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마치 ‘이 문에 들어 오려거든 돈을 내시오’라는 말이 연상되는데 불자인 나만 그런 것일까?
2016-10-03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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