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6. 7. 21. 09:40

 

노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여름은 노출의 계절입니다. 언젠가 어느 스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스님은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인들의 치마는 갈수록 짧아지고 심지의 거의 반나차림의 여인이 거리를 활보했을 때 수행자로서 시선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난처했을 겁니다.

 

글에서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여인 보길 가족보듯한다는 내용입니다. 경전을 찾아 보니 부처님이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은 어머니 같은 여인에 대하여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누이 같은 여인에 대하여 누이를 대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딸 같은 여인에 대하여 딸을 대하는 마음을 일으키라. (S35.127) 라고 말씀 했습니다.

 

노출이 심한 여인은 쳐다보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었다면 사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아차림이 약할 때는 감각의 포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여인보기를 가족보듯하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수행자에게는 이런 방법도 근본적 해법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부정관을 닦으라고 했습니다.

 

여름철 거리에는 밝고 빛나는 청춘이 돋보입니다. 청춘은 청춘이 청춘을 보기에도 좋고 나이 든 세대가 보기에도 좋습니다. 젊음과 건강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고 꼭 붙들어 매고픈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은 가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아니 세월이 우리를 버렸다고 해야 할지 모릅니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자꾸 밀려 갈 때 억울한 느낌도 들 것입니다. 더구나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을 때 마치 마른 호숫가에 날개 부러진 늙은 왜가리같은 신세일 겁니다. 또 쏘아져 버려진 화살같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은 것은 병든 몸과 회환 밖에 없을 때 죽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황혼고독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하는 노인이 급증한 이유중의 하나라고 보여집니다.

 

 

 

 

 

수백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습니다. 종종 근처의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식사하러 옵니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힘든 몸을 이끌고 줄을 섰을 때 딱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너무 늙고 거동조차 힘든 노인들 옆으로 가까이 가기 싫어합니다. 냄새 나는 것 같아 테이블에 앉기 싫어합니다. 이런 현상은 노인들에게도 있다고 합니다. 노인들도 노인들을 싫어할 정도이니 젊은 사람들은 말할 나위 없을 겁니다.

 

길거리에서 종종 노인들을 마주칩니다. 어느 노인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간신히 걸음을 떼며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갑니다. 고령화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반면에 거리에는 생기발랄한 젊은이들로 넘쳐나기도 합니다. 젊음과 늙음이 극명하게 대조 됩니다. 이럴 때 노인보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맛지마니까야에 천사의 경이 있습니다. 늙고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하여 천사의 경고 또는 메세지로 봐야 한다는 가르침 입니다. 늙음에 대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람아, 인간 가운데 여자나 남자가 태어나 팔십이나 구십이나 백세가 되어 늙고, 허리가 서까래처럼 구부러지고, 지팡이를 짚고, 몸을 떨며 걷고, 병들고, 젊음을 잃고, 이빨이 빠지고, 머리가 희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대머리가 되고, 주름이 지고, 검버섯이 피어나고, 사지가 얼룩이 진 것을 본 적이 있는가?" (M130)

 

 

늙는 괴로움에 대한 것 입니다. 사람들은 주변에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노인들이 많음에도 자신만은 이 젊음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착각합니다. 이에 대하여 천사는 비참한 모습의 노인을 보여 주며 경고 합니다. 사실 주변에서 보는 노인은 사실상 천사의 경고 또는 메세지라 볼 수 있습니다.

 

천사의 경고 중에 병드는 것에 대한 괴로움도 있습니다. 이를 이 사람아, 인간 가운데 여자나 남자가 병들고 괴로워하는데 중태이고, 스스로 똥과 오줌으로 분칠을 하고, 다른 사람이 일으켜 주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앉혀 주어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라 했습니다. 또 죽음의 괴로움에 대해서는 이 사람아, 인간 가운데 여자나 남자가 죽은 지 하루나 이틀이나 사흘이 되어서 부풀게 되고 푸르게 되고 고름이 생겨난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라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천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삽니다. 아니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여름철 거리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은 노출로 빛나는 청춘을 과시하는 듯한 장면이고 또 한편으로는 늙고 병든 모습의 노인 입니다.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젊고 빛나는 몸매에 시선이 머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냄새나는 듯한 노인을 보면 피해가는 듯 합니다. 이와 같은 두 극명한 현상에 대하여 부처님은 해법을 제시 했습니다. 모든 의문에 대한 해법은 경전에 있습니다. 그래서 팔만사천법문이라 합니다.

 

나이 들어 거동 불편한 노인이 되었을 때 숨만 쉬고 있는 듯 합니다. 또 회환에 젖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르침을 접했다면 수행할 것 입니다. 노후대책은 돈이나 재산이 아니라 가르침을 아는 것입니다. 방대한 빠알리니까야와 함께 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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