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탈출은 우리계곡에서
국민휴가철 입니다. 매년 8월 첫째주는 대한민국휴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빠져 나가 공항에는 사상최대의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수의 특권이기에 국민정서를 고려하여 방송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대신 전국 해수욕장과 계곡에서 피서하는 사람들 소식은 자세히 전해 줍니다.
국민휴가철을 맞이하여 수련회나 집중수행 등 자신의 향상을 도모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봅니다. 생업이 바쁜 사람들은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때 사무실에 앉아있기가 따분합니다. 남들이 다 쉴 때 앉아 있는 다는 것이 손해 보는 듯합니다. 월급생활자도 아닌 일인사업자이지만 국민휴가철 앉아 있기 따분해서 오전일을 마치고 떠났습니다. 그렇다고 차를 타고 먼 곳에 간 것은 아닙니다. 집 근처 관악산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계곡 입니다.
무더위가 한풀 꺽이긴 했지만 한낮에 관악산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마치 한증막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다리가 뻐근하도록 걸었습니다. 약 한시간 가량 걸어 도착한 곳은 우리만의 아지트 우리계곡 입니다.
우리계곡은 지도에 없습니다. 우리들이 붙인 이름 입니다. 이십년전 처음 이 계곡을 찾았을 때 ‘우리계곡’이라 하자고 했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일 입니다. 이후 우리계곡을 빠짐 없이 찾았습니다. 그것도 봄, 여름, 가을, 겨울입니다. 그런 우리계곡은 스마트폰 인터넷도 터지지 않고 카톡, 밴드도 되지 않습니다. 네트워크 오지라 볼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심산유곡이나 다름 없습니다. 산을 하나 넘었음에도 강원도 깊은 산골에 온 듯 합니다.
우리계곡에 도착하여 가장먼저 머리를 감았습니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물은 그대로 먹어도 좋을 만큼 깨끗합니다. 물에 발을 담그니 그 동안 땀 흘려 온 보람을 느낍니다. 온통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에서 아무 곳이나 드러누워 하늘을 보면 초록과 흰구름뿐입니다. 비행기가 다니는 길 이어서인지 커다란 비행기가 배를 보이며 바로 위를 지나가기도 합니다. 삶에 지친 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우리계곡은 숨겨진 비밀장소이자 별유천지비인간 입니다.
십년전 우리계곡을 찾았을 때 글을 하나 썼습니다. 우리계곡을 찾은지 십년째 이었을 때 입니다. 블로그 만든지 두 해 되던 때이기도 합니다. 그때 당시 ‘도시탈출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곳 관악산 ‘우리계곡’(2007-07-13)’ 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놀랍게도 블로그뉴스에 올라갔습니다. 그때도 여름 국민휴가기간때 이었습니다. 무더위로 고통받고 있을때 ‘도시탈출’이라는 말이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해마다 우리계곡을 찾습니다. 올해 국민휴가기간에도 예외 없이 찾았습니다. 휴가라하여 차를 타고 멀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산 하나만 넘으면 비밀장소에 도착 합니다. 십년전 블로그에 우리계곡이라 명명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불러 준다면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지도에 등재 될지도. 그런 우리계곡은 안양 내비산 관악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갈 수 있습니다.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라 불리는 정자 너머 바로 아래 계곡입니다. 계곡을 죽 타고 내려가다 보면 서울대관악수목원에 이릅니다.
우리계곡은 사시사철 푸릅니다. 대부분 소나무로 되어 있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깨끗합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계곡이기도 하겠지만 큰 비가 오면 모든 것을 쓸어 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변화무쌍하지만 계곡의 소나무는 그대로 입니다. 물이 찰찰 흘러 가지만 똑같은 물은 아닙니다. 무상하게 변하지만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거의 변화가 없는 것도 있습니다. 언제나 찾을 때 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우리계곡은 변함 없습니다.
우리계곡은 십년전이나 이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화 없습니다. 지난 이십년동안 아이들은 자라 성인이 되었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변했지만 이곳 우리계곡은 여전 합니다. 몇 일전 비가 와서인지 물소리가 요란 합니다. 비라도 올 모양입니다. 암반계곡에서 비와 함께 하는 것도 운치 있겠지요.
비가 떨어 집니다. 오늘 비온다고 했는데 요즘 기상청은 대체로 정확한 것 같습니다. 구라청이라는 말은 예전의 말이 된 듯 합니다. 이럴 때 미리 준비해 온 우산이 큰 위력을 발휘 합니다. 여름철 변화무쌍한 날씨의 비를 맞으며 하산 합니다.
2016-08-02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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