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심심미묘법백천만겁난조우, 정법만나기 어려운 이유
부처님법 만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를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遇)’라는 게송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맹구우목의 비유를 들어 말하기도 합니다.
정법이 있는 줄 조차 모르고 살아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가르침을 접하고 있는 불자들은 행운아들 입니다. 정법시대에 태어나 더구나 정법이 있는 곳에 태어나 정법을 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희유하고 희유한 일일 것이기 때문 입니다.
정법시대와 관련하여 앙굿따라니까야 ‘좋지 않은 시간의 경(Akkhaṇa sutta)’이 있습니다. 경에 따르면 지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여기 이렇게 오신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 명지와 덕행을 갖춘 님,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 세상을 아는 님, 위없이 높으신 님, 사람을 길들이시는 님, 하늘사람과 인간의 스승이신 님, 깨달은 님이신 세존이 세상에 출현한다. 그리고 고요로 이끌고 평화로 이끌고 깨달음으로 이끌고 바른 길로 잘 가신 님에 의해 선포된 가르침이 설해진다. 그러나 사람은 지옥에 태어난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첫 번째 좋지 않은 시간, 좋지 않은 시기이다.” (A8:29)
지옥에 태어나면 정법을 접할 수 없습니다. 너무 고통스럽고 괴로워서 공부도 수행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옥에 태어나는 것에 대하여 “좋지 않은 시간, 좋지 않은 시기”라 했습니다. 아귀, 축생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천상도 좋지 않은 곳이라 했습니다. 경에서는 “그러나 이 사람이 어떤 수명이 긴 신들의 무리에 태어난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첫 번째 좋지 않은 시간, 좋지 않은 시기이다.”라 했습니다. 천상이 행복한 곳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 살다보니 영원히 사는 것으로 착각 하여 수행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 어느 시기가 가장 좋을까요? 경에서는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도 인간나름 입니다. 정득각자가 출현하여 법을 펼치더라도 정법이 없는 곳에 태어날 수도 있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 그 곳에서는 수행승, 수행녀, 재가의 남자신도, 재가의 여자신도도 없는 변경지역의 무지한 야만인들 사이에 태어난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첫 번째 좋지 않은 시간, 좋지 않은 시기이다.” (A8:29)
우리는 정법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승되어 있고 팔정도를 실천하여 성자가 출현하면 정법의 시대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 번도 정법을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나라의 중심지에 다시 태어나는 뭇삶들은 매우 적고 변방의 오랑캐 국가에 다시 태어나는 뭇삶은 매우 많다.(S56:62)”라 했습니다. 여기서 중심지라 함은 고대인도에서 마가다를 중심으로 중부인도를 말합니다. 변방이라 함은 남인도의 타밀이나 정글에 사는 종족, 서북 지방의 희랍인 등을 말합니다. 정법이 전파 되지 않은 지역은 모두 변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변방에서 태어나면 정법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같은 불교라는 이름을 갖는 지역에서조차 정법이 무엇인지 모른 채 생을 마감할 수 있습니다. 어떤 비구니 스님이 “니까야가 뭐꼬?”라고 말했다고 하듯이 부처님이 설한 원음을 접해 보지도 못하고 승려 생활을 하였다면 변방에서 정법을 모르는 사람들과 다름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은 변경지역의 무지한 야만인들 사이에 태어난 자들에 대하여 좋지 않은 시간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중앙에 태어났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러나 이 사람이 중앙에 태어나더라도 지혜가 없어 둔하고 어리석어 잘 설해진 것과 잘못 설해진 것을 구분할 줄 모른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첫 번째 좋지 않은 시간, 좋지 않은 시기이다.” (A8:29) 라고 말씀 했습니다. 정법이 살아 있는 중앙에 태어난 자라도 어리석은 자는 정법과 인연이 없음을 말합니다. 여기서 어리석은 자는 일반적으로으로 사견(邪見)을 가지고 있는 자들 입니다. 대표적으로 부처님 당시 육사외도를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정법을 만날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중앙지역에 태어나 지혜를 갖추어 둔하지 않고 어리석지 않아 잘 설해진 것과 잘못 설해진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이 청정한 삶을 사는데 단 하나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이다.” (A8:29)
앞서 일곱가지 예를 든 것은 좋지 않은 시간, 좋지 않은 시기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말씀 하신 내용은 올바른 시간, 올바른 시기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에 태어나고, 지혜를 갖추고, 구분할 줄 하는 자를 말합니다. 어리석은 자는 사견에 빠지지만 지혜로운 자는 이를 구별할 수 있어서 정법을 접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지혜로운자만이 정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뭇삶들은 매우 적고 인간과는 다르게 다시 태어난 뭇삶들은 매우 많다.(S56:61)”라 했습니다. 또 “ 나라의 중심지에 태어나는 뭇삶들은 매우 적고 변방의 무지한 오랑캐 국가에 태어난 뭇삶들은 매우 많다.(S56:62)”라 했습니다. 정법만나기가 쉽지 않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遇)”라는 게송이 나왔을 것입니다.
2016-08-04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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