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으려면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등산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일요일 늦은 오전 먹을 것을 싸 가지고 등산하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관악산 국기봉입니다. 여러 개의 국기봉이 있지만 남사면에 있는 안양방향 국기봉 입니다.
등산은 일종의 고행과 같습니다. 일부러 힘들게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건강을 위해 올라갑니다. 다리가 뻐근하도록 숨차게 올라가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해 집니다. 그러나 흐트러진 마음을 잡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일종의 고행성격의 등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발 한발 바위산을 오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 납니다. 대게 건전한 생각들입니다. 고립된 곳에 홀로 있으면 불건전한 생각에 지배 받을 것입니다. 힘들게 땀흘려 올라 가니 생각도 건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발아래 펼쳐진 세상을 보았을 때 이전의 행위가 부끄러워집니다.
국기봉에 오르니 사방이 광활 합니다. 날씨가 청명해서인지 시계 100키로 되는 것 같습니다. 서쪽으로 바다에 섬이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과 땅의 파노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파트단지 입니다. 사방 어디를 봐도 끝없이 펼쳐진 하얀 아파트단지 입니다.
시람들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다가 도시에서 죽습니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자라고, 도시에서 사랑하고, 도시에서 결혼하고, 도시에서 살다가 헤어지고, 도시에서 죽습니다. 요즘사람들은 도시가 고향 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얀아파트단지에서 사랑과 미움의 애증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저 도시에서는 사랑과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도시에서 죽는 사람들은 이차원 평면의 세계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삼차원에 사는 사람들이 볼 때는 한눈에 다 보입니다. 그러나 이차원 사람들은 다른 차원이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국기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3차원 입니다. 저 발아래 세상은 2차원 입니다.
멀리서 보면 잘 보입니다. 높은 곳에서 보면 더 잘 보입니다. 멀리멀리 더 높은곳으로 나는 새가 잘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은 이득과 손실, 칭찬과 비난, 행복과 불행, 행복과 불행이 다반사로 일어 나는 곳입니다. 높은 산에서 보니 세상은 조화롭고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속에 들어가 보면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산에 가면 절이 있습니다. 국기봉 바로 아래 ‘불성사’가 있습니다. 관악산 팔봉능선 아래 작은 절 불성사는 숨어 있는 듯 합니다. 고작 대웅전 한 채와 삼성각이 전부입니다. 이전에도 종종 찾은 바 있는 불성사는 작고 아담한 꽃대궐 입니다. 지금은 백목련이 한창입니다. 꽃 보기 힘든 계절에 마치 커다란 불두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다시 세상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보기 싫은 것도 보아야하고, 듣기 싫은 것도 들어야 합니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거센 흐름에 떠밀려 가게 됩니다. 이럴 때 의지처가 필요합니다. 스승이 없는 시대에 가르침이 실려 있는 경전이 의지처입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습니다. 이럴 때 스승이나 도반이 힘이 됩니다.
위빠사나수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매주 화요일 종로2가에서 열리는 모임 입니다. 미디어붓다에서 광고한 바 있습니다. 지도하는 사람은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수행한 바 있는 재가법사입니다. 장소가 협소하여 10명에 한한다고 합니다. 한군데 더 있습니다. 장소는 역시 종로2가 조계사 맞은편 오피스텔 입니다. 무상사출신의 외국인이 매주 목요일 지도한다고 합니다. 아는 법우님으로 부터 초대 받았습니다. 한곳은 위빠사나 수행처이고 또 한곳은 참선하는 곳입니다.
두 곳 모두 오후 7시에 시작합니다. 안양 명학역에서 전철을 타면 한시간 걸립니다. 과연 두 곳을 다닐 수 있을런지 의문 입니다. 그럼에도 수행을 하고자 하는 것은 일부러 사서 고생해 보자는 것입니다. 남들이 편하게 쉬며 즐길거리만 찾을 때 힘들게 등산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상에 서면 3차원 세상에서 2차원 세상을 보는 것 같듯이, 수행을 하면 또 다른 차원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 거리를 일부러 시간내서 참석하려 합니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참여 하는데 의미를 두려 합니다. 기대를 갖거나 잘하려고 노력하면 더 안된다고 했습니다. 다음주 부터 시작되는 두 곳의 수행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2016-08-28
진흙속의연꽃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0) | 2016.09.03 |
---|---|
행복은 어디쯤에 있을까? 욕망의 거친 행복과 무욕의 잔잔한 행복 (0) | 2016.08.30 |
이 순간을 즐겨라? 이순간을 알아차리자! (0) | 2016.08.28 |
“나는 살아 있는 한 진실을 말하리라”거짓말에 대하여 (0) | 2016.08.24 |
믿고 의지할 스승이 없을 때, 빠알리니까야를 스승으로 (0) | 2016.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