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6. 9. 3. 10:13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좋은 문구가 있으면 기억해 두려 합니다. 가급적 외워두면 더 좋겠지요. 이른바 명언을 말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통되고 있는 명언은 음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생활명언도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생활명언 중에 으뜸은 아마 노인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이러이러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대부분 수긍가는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SNS에서 잊을만 하면 등장하여 리마인드시켜 줍니다.

 

생활명언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팔만사천 가르침이 있음에도 명언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생각입니다. 법구경을 예로 든다면 법구경에는 주옥같은 423개의 게송이 있습니다. 언제 열어봐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짤막한 네 구절에 심오한 가르침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좋은 문구는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문득 떠오릅니다. 경전에서 보았던 문구 중에 문득 떠오른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는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라고도 합니다. 이어지는 말은 세상이 나와 다툰다입니다. 대조적인 이 말이 깊이 각인 되어 세상과 불화가 생겼을 때 종종 떠 오릅니다.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이전에 이와 관련된 글을 썼지만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 검색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찾아 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세상이 나와 싸운다.

수행승들이여,

진리를 설하는 자는

세상의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다.” (S22:94)

 

 

 

 

 

 

부처님은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Nāha, lokena vivadāmi)”라 했습니다. 여기서 세상은 중생계를 말 합니다. 경에서 부처님은 세 가지 세상을 말했습니다. , 중생으로서 사는 세상인 중생계(Sattaloka), 오취온의 존재로서 사는 세상인 조건계(Sakhāraloka), 눈에 보이는 물질적 기세상인 현상계(Cakkavālaloka)를 말합니다.

 

부처님은 세상에 살며 세상사람들과 싸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싸운다는 말은 ‘말을 걸어 온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다름 아닌 ‘논쟁’을 말합니다. 빠알리어 ‘vivadati’가 ‘disputes; quarrels’의 뜻으로 ‘논쟁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논쟁일까요? 이어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세상에서 현자들이 ‘아니다’ 라고 여기는 것은

나도 그것을 ‘아니다’ 라고 한다.

수행승들이여,

세상에서 현자들이 ‘이다’ 라고 여기는 것은

나도 그것을 ‘이다’ 라고 말한다.” (S22:94)

 

 

현자들이 보는 세상과 세상의 범부들이 보는 시각이 다름을 말 합니다. 현자들은 아닌 것에 대하여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진실이면 진실인 것이고, 진실이 아닌 것이면 아닌 것이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왜 세상에서 현자들이 ‘아니다’라고

여기는 것에 대하여 나도 그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가?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현자들은 물질에 대하여

항상하고 견고하고 영원하고 불변한 것이 ‘아니다’라고

여기는데 나도 그것을 ‘아니다’라고 말한다.”(S22:94)

 

 

오온 중에 물질에 대한 것 입니다. 부처님은 물질이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고 실체가 없다고 말씀 했습니다. 이하 느낌, 지각, 형상, 의식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것은 진리입니다. 현자들은 이 세상에 대하여 무상(無常), (), 무아(無我)로 본 것입니다. 그러나 범부들은 상(), (), ()라 하여 정반대로 보고 있습니다.

 

세상사람들이 상, , 아라고 말하더라도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는 무상, , 무아이기 때문에 부처님이 통찰한 진리는 양보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자들은 세상사람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연꽃이 물속에서 생겨나 물 속에서 자라 물위로 솟아올라 물에 오염되지 않고 지내듯이, 부처님은 여래는 세상에서 성장했으나 세상을 극복하고 세상에 오염되지 않고 지낸다.” (S22:94) 라 했습니다.

 

현자들은 세상속에서 세상사람들과 살아갑니다. 그런데 세상사람들과 가치관이 다릅니다. 이런 점이 불화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자들은 결코 세상사람들과 싸우지 않습니다. 다만 진리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일 뿐 입니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세상이 나와 싸운다.

수행승들이여,

진리를 설하는 자는

세상의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다.” (S22:94)

 

 

201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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