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한 갈애
어디를 가나 커피집입니다. 우후죽순격으로 이곳저곳에 생겨난 커피하우스를 보면 대한민국이 커피천국같습니다. 커피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름 있는 브랜드의 커피는 점심 한 끼 값에 육박합니다. 갈수록 삶은 팍팍해지고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음에도 커피값은 고가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가 그렇습니다. 네 자리의 커피값으로 표기 되는 것이 아니라 3.5라는 식으로 표기 되어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3.5는 3,500원이라는 뜻입니다.
커피점이 난립하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커피값을 스스로 인하하는 곳입니다.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빌딩 커피점에도 가격파괴가 일어났습니다. 1990카페라 하여 일년전 문을 열었는데 커피를 1,990원에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가격도 서민들에게는 비쌉니다. 천원짜리 커피가 가장 무난합니다. 편의점에 가면 아이스커피 하나가 천원합니다. 그렇다고 봉지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프림과 설탕이 잔뜩 들어 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마시면 마치 독극물 마시는 것처럼 속이 편치 않습니다.
원두커피를 값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분쇄된 것을 활용했습니다. 원두를 분쇄하여 포장판매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언가 첨가 되었는지 그다지 맛이 없습니다. 아마 오래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다 원두를 갈아서 마시게 되었습니다. 미리 볶아진 원두를 사서 가는 도구를 이용해 마시는 것입니다. 이전 분쇄된 것 보다 낫긴 하지만 오래 전에 볶아진 것이라면 본래의 맛이 나지 않습니다.
갓 볶은 원두를 갈아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이는 지난 봄 부산에서 법우님이 제공한 커피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블로그에 댓글을 주시는 부산법우님으로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바 있습니다. 커피점을 운영하는데 차와 함께 커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히 커피의 경우 이제까지 맛을 본 것 중에 최상이었습니다. “바로 이맛이야!” “너희들이 커피맛을 알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한번 커피에 맛을 들이자 커피에 대한 갈애가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볶아진 원두를 간이 기계장치에 갈아 마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맛을 들이자 분쇄커피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된 듯합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독특한 커피점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커피점이 단지 커피만을 판매하는 것에 반해 이 집은 기계장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즉석에서 원두를 볶는 기계장치를 말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바 있기 때문에 호기심이 일어났습니다.
새로 생긴 커피점은 원두를 직접 볶아줍니다. 이제까지 전혀 접하지 못하던 신개념커피점입니다. 마침 볶아진 원두를 구매하려고 생각했는데 이왕이면 즉석에서 볶아진 것이 훨씬 나을 듯 생각했습니다. 오래 되면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밥도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이 맛이 있듯이 즉석에서 볶은 커피가 훨씬 더 맛과 향기가 나리라 생각했습니다.
원두를 볶는 기계장치가 있는 커피점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불과 십평도 안되 보이는 작은 공간에 테이블이 네 개 정도 있는 작은 커피점입니다. 눈에 확 띄는 것은 커피를 볶는 기계장치입니다. 이를 주인의 양해를 얻고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원두를 볶는 장치는 처음 봅니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것을 처음 접했습니다. 수 많은 커피점이 있지만 이렇게 차별화 하는 것도 하나의 영업전략이라 봅니다. 주문을 했습니다. 220그램에 14,000원이라 합니다. 3일 후에 오면 가져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볶은지 3일이 지나야 가장 맛있다는 것도 알려 주었습니다.
3일이 지나서 마침내 볶음원두를 가져 왔습니다. 커피명은 에티오피아산 ‘예가체프’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름을 대며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어 보았을 때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가장 일반적인 것을 달라고 했더니 예가체프원두를 준 것입니다.
맛에 대한 기대를 잔뜩 가지고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우선 반주먹 정도의 원두를 간이 기계장치에 넣고 갈았습니다. 드륵드륵 갈 때 마다 묘한 쾌감을 느낍니다. 원두가 부서지는 소리에 스트레스가 해소 되는 듯 합니다. 잘게 갈려져 분쇄된 것 가루를 종이 필터 위에 올리고 물을 부었습니다. 몇 차례 나누어 천천히 부었습니다. 다 된 다음 뜨거운 물을 약간 첨가 하였습니다.
마침내 커피가 완성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 마시던 것 중에 향과 맛에 있어서 최상이었습니다. 마치 한약을 먹는 듯, 보약을 먹는 듯합니다. 매우 저렴하게 원두커피가 완성된 것입니다.
2016-09-0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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