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이 순간을 즐겨라? 이순간을 알아차리자!

담마다사 이병욱 2016. 8. 28. 09:39

 

이 순간을 즐겨라? 이순간을 알아차리자!

 

 

 

 

 

 

다단계에 빠진 사람이 있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지 다단계 얘기를 합니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 모임에서 조차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아는 법우님으로부터 들은 얘기 입니다.

 

얘기를 할 때 반드시 목적이 있습니다. 목적 없이 얘기한다면 술 취한 사람처럼 횡설수설 할 것입니다. 스님이 법문힐 때 가만 들어 보면 어떤 식으로든지 보시 얘기를 합니다. 때로는 타종교의 십일조를 빗대어 얘기 합니다. 불교인들은 보시를 적게 하기 때문에 못산다는 말을 합니다. 열등감을 조장하여 보시를 많이 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법문 중에 보시 얘기 없이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얘기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속으로 또 돈이야기 하는구나라며 경계하듯이 생각 합니다. 물론 일부스님에 한합니다.

 

다단계 판매업자가 어떤 식으로든지 다단계애 대해 얘기 하고, 스님은 어떤 식으로든지 보시에 대해 얘기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라 카톡이나 밴드에서 생활명언이 등장하면 어떤 식으로 든지 인생을즐겨라얘기가 나옵니다. 명령문체로 해라하자말라라며 여러 가지 사항이 죽 나열 되어 있는 가운데 빠지지 않는 말이 인생을 즐겨라입니다.

 

누구나 인생을 즐기고자 합니다. 그러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 늙은 사람이 인생을 즐기며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몸의 기능이 약화 되어 한 두 가지 지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삶 자체가 고통입니다. 중병에 걸린 사람이리면 즐기기는커녕 생존하기도 버겁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인생을 즐겨라라고 말하는 것은 모독입니다.

 

인생을 즐기려면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선 건강해야 합니다. 몸에 병이 없어서 오욕락을 즐길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젊은 사람들에게 대단히 유리합니다. 그래서인지 광고문구를 보면 젊음과 함께 이 순간을 즐겨요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또 인생을 즐기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해외여행을 일년에 몇 차례 갈 정도로 경제력이 있어야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생을 즐기며 살자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 입니다.

 

세상이 오로지 즐기는 삶으로만 되었을 때 어떻게 될까요? 극단적으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도덕적 규범이 무너져서 약육강식의 짐승같은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오로지 욕망만을 을 충족시키기 위힌 삶이 되었을 때 근친상간 등 도덕적 타락은 극에 달할 것입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 양심과 수치심이 마비된 짐승같은 사회 입니다.

 

부처님은 즐기는 삶에 대하여 얘기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거움에 대하여 괴로움으로 볼 것을 말씀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즐겁다고 하는 것에 대하여 괴로운 것이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 나는 가르침을 설했습니다. 부처님은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설하였지, 결코 즐거움과 즐거움의 원인과 즐거움의 발생과 즐거움의 발생의 길에 대해 설한 바가 없습니다.

 

흔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고득락이라 합니다. 대승기신론에서 유래한 이 말을 불교인들은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고득해탈입니다. 대자유를 얻기 위해 불교를 믿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자들이 이고득락이라 하여 인생을 즐기며 살자라고 말하는 것 것은 대단히 잘못됐습니다.

 

인생을 즐길 만한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나름대로 재미를 추구하며 살지만 노인이나 병든자에게 즐기며 살자라고 말하는 것은 건강에 대한 교만과 젊음에 대한 교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불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그것은 늘 알아차려라(sati)”라는 말로 요약 됩니다. 즐거우면 즐겁다고 알아차리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인생은 결코 즐겁지 않습니다.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 많습니다. 사람들이 즐겁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 괴로운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자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 입니다. ‘이순간을 즐기자가 아니라 이순간을 알아차리자가 됩니다.

 

 

형상, 소리, 냄새,

감촉, 사실의 모든 것들

원하는 것, 사랑스런 것, 마음에 드는 것,

존재라고 하는 모든 것.

 

그것들은 하늘사람과 인간의 세상에서

즐거운 것이라 여겨지지만

그들이 소멸될 때가 되면

그들은 그것들을 괴로운 것이라 여기네.

 

개체가 소멸하는 것은

거룩한 님에게는 즐거운 것이라 여겨지지만

모든 세상을 통해 보이는 것은

거룩한 님에게 그와는 정반대가 되네.

 

다른 사람들이 즐겁다고 하는 것

고귀한 님은 괴롭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이 괴롭다고 말하는 것,

고귀한 님은 즐겁다고 하네.

 

이 알기 어려운 원리를 보라.

무지한 자는 여기서 미혹되니,

미혹된 자에게는 암흑이며

보지 못한 자에게는 어둠이다.

 

참사람에게는 열려 있고

보는 자에게는 광명이라

위대한 가르침을 아는 자들은

가까이에서 그것을 인식하네.

 

존재의 탐욕에 굴복하여

존재의 흐름을 따라 흐르면

악마의 영토에 들어가

이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네.

 

거룩한 이를 빼놓고

누가 도데체 그 길을 잘 알아

번뇌 없이 완전한 열반에 드는 님은

길을 바로 깨달을 수 있으리.” (S35:136)

 

 

 

20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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