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가르침의 장군 사리뿟따는 부처님의 계승자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6. 9. 20. 09:44

 

가르침의 장군 사리뿟따는 부처님의 계승자인가?

 

 

부처님의 제자들에게는 별칭이 있다. 부처님에게 열 가지 칭호가 있듯이 제자들에게도 특별한 특징과 관련하여 마치 별명처럼 불려진 명칭이 있다. 사리뿟따의 경우 법의 장군(dhammasenāpati)’또는 가르침의 장군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지혜제일’로 잘 알려져 있앙굿따라니까야 제일의 품에서 위대한 지혜를 지닌 님 가운데 제일(mahāpaññānaagga)’이라 되어 있다. 목갈라나의 경우 신통을 지닌 님 가운데 제일(iddhimantānaagga)이라 한다. 대승에서 신통제일이라 한다. 마하깟싸빠는 두타를 설하는 님 가운데 제일 dhutavādānaagga이라 하고 대승에서는 두타제일로 알려져 있다.

 

테라가타를 보면 부처님 주요제자 들의 해탈과 열반의 기쁨, 그리고 오도송이 소개 되어 있다. 그 중에 사리뿟따의 게송은 삼십 수 이상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석에서는 제자들의 인연담이 소개 되어 있는데 사리뿟따에 대해서는 지혜제일이라는 말 대신 가르침의 장군이라고 소개 되어 있다. 아난다에 대해서는 가르침의 창고지기라 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제일의 호칭과 다른 것이다. 그래서 더욱 친근감을 주는지 모른다.

 

사리뿟따는 지혜제일이자 가르침의 장군이라 불리운다. 지혜제일로서 사리뿟따는 목갈라나와 함께 상수제자로서 부처님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이는 테라가타주석에서 부처님은 대중 앞에서 자주 주제만 제시하고 싸리뿟따가 대신 설법을 했다.”라고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리뿟따는 어떻게 해서 가르침의 사령관 또는 법의 장군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을까? 이는 바라문 셀라가 부처님에게 그렇다면 누가 당신의 장군입니까? (Ko nu senāpati bhoto)라고 물어 본 것에서 알 수 있다. 부처님이 왕이라 했기 때문에 장군이 있느냐고 물어 본 것이다. 이는 가르침의 왕으로서 부처님을 말한다. 부처님은 셀라에게 셀라여, 왕이지만 나는 위없는 가르침의 왕으로 진리의 바퀴를 굴립니다.”(Thag.824) 라 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게송은 숫따니빠따 셀라의 경(Sn3.7)’과 맛지마니까야 셀라의 경(M92)’ 게송과 병행한다.

 

부처님은 법의 왕(dhammarājā)’또는 가르침의 왕으로서 부처님이다. 왕이 있다면 신하도 있고 장군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바퀴를 굴린다고 했다. 여기서 바퀴는 전차를 뜻한다. 전륜왕은 전차의 바퀴를 굴려 진격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법의 바퀴(Dhammena cakka) 를 굴린다고 했다. 법의 바퀴 또는 진리의 바퀴를 굴리는 법의 왕 또는 가르침의 왕으로서 부처님에게 가르침의 장군이 없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셀라에게 말한다.

 

 

Mayā pavattita cakka

(selāti bhagavā) dhammacakka anuttara,
Sāriputto anuvatteti

anujāto tathāgata.

 

쎌라여, 내가 굴린 위없는 바퀴.

위없는 가르침의 바퀴를

싸리뿟따가 따라서 굴립니다.

그가 곧, 여래를 닮은 자입니다.”(Thag.827)

 

 

 

Sariputta

 

 

바라문 셀라가 그대의 장군은 누구입니까?’라며 물었을 때 부처님은 사리뿟따를 지적했다. 사리뿟따가 부처님의 장군인 것이다. 법의 바퀴를 굴리는 가르침의 장군인 것이다. 그래서 사리뿟따에 대하여 법의 장군 또는 가르침의 장군, 법의 사령관 등으로 불리운다. 그런데 번역을 보면 사리뿟따에 대하여 여래를 닮은 자입니다라 했다. 여기서 닮은 자에 대한 빠알리어는 anujāto’이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님은 각주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Anujāto : 역자의 숫따니빠따의 초판본에서는 자야위끄라마(Jayawikrama)’등의 기존 번역을 따라 여래의 계승자라고 번역했으나 역자가 문장의 원의를 숙고한 결과 닮은 자라고 고친다. 여래는 계승자를 지정한 적이 없고, 또한 총애하는 제자 사리뿟따는 여래보다 일찍 열반에 들었기 때문이다.

(테라가타 2775번 각주, 전재성님)

 

 

빠알리어 아누자또(anujāto)에 대하여 빠알리 사전을 찾아 보니 ‘born after or resembling (one's father)’라 되어 있다. 아누자또는 누군가를 닮다라는 뜻이다.  계승자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존 번역에 따라 계승자라고 관행적으로 적용한 결과 모순이 발생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부처님은 후계자를 지정한 적도 없고 더구나 사리뿟따는 부처님 보다 먼저 열반에 들었기 때문에 맞지 않는 말이다.

 

전재성님은 테라가타에서 번역에 오류가 있음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기 출간된 숫따니빠따와 맛지마니까야에서는 그는 여래의 계승자입니다.”라 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오역에 가깝다. 다른 번역은 어떨까? 초불연 맛지마니까야 셀라의 경을 보니 여래의 아들인 사리뿟따가 뒤를 이어 굴릴 것입니다.”라 되어 있다. 계승자라는 말은 보이지 않지만 사리뿟따를 여래의 아들이라 하고 이어서 굴린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사실상 계승자의 의미로 번역한 것이다.

 

초불연에서 사리뿟따에 대하여 여래의 아들이라 한 것은 지나친 의역이라 본다. 본문에서는 anujāto tathāgataṃ’ 하여 부처님을 닮은 뜻으로 되어 있는데 여래의 아들이라 것은 적절치 못한 번역이라 본다빅쿠보디는 어떻게 번역했을까? 빅쿠보디의 MDB를 찾아 보니 “Sariputta the Tathagata’s son. Helps me in turning this wheel”라 되어 있다. 빅쿠보디도 사리뿟따에 대하여 여래의 아들(Tathagata’s son)’ 이라는 뜻으로 번역했다. 초불연 번역과 일치한다. 그러나 초불연에서처럼 뒤를 이어 굴릴 것입니다라는 뜻으로 번역하지 않았다. 빅쿠보디에 따르면 사리뿟따에 대하여 부처님의 아들이라 번역했지만 부처님이 법의 바퀴를 굴리는 도움을 줄 것이라는 뜻으로 번역했다.

 

초불연의 번역을 보면 여래의 아들뒤이어 법의 바퀴를 굴릴 것이라 했다. 이는 사리뿟따가 부처님의 후계자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후계자를 두지 않았다. 후계자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마하깟싸빠일 것이다. 부처님은 마하깟싸빠에게 깟싸빠여, 그대는 내가 입고 있는 삼베로 된 분소의를 받아라.”(S16.11)라 했다. 이에 깟싸빠는 가르침의 상속자이며 삼베로 된 분소의를 입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깟싸빠는 부처님이 열반에 든 후에 가르침의 상속자로서 제1차 결집을 주도 했다. 이렇게 본다면 사리뿟따가 부처님의 계승자가 될 수 없다. 다만 부처님을 닮은 지혜제일로서, 가르침의 사령관으로서 부처님의 조력자는 될 수 있다. 이는 빠알리어 anujāto’‘born after’ 또는 ‘resembling’라는 것에서도 명백하다. 기존 번역을 답습한 결과 계승자이니 후계자이니 하는 오역이 나왔을 것이다.

 

 

2016-09-2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