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는 생명이다” 해남황토농장의 꿀고구마
셀프식당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삼시세끼는 꼭 찾아 먹는다. 그러나 매번 진수성찬을 먹을 수 없다. 가급적 점심은 황제처럼, 아침은 가볍게, 저녁은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수행자라면 오후불식할 것이다. 오전에만 먹고 오후에는 일체 먹지 않는 것이다. 일을 하지 않은 수행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노동을 하면 먹어야 한다. 먹어야 힘을 쓰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가장 무난한 것은 카페테리아에 가서 먹는 것이다. 수 백 명이 먹는 대형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공장에서 밥을 먹는 것 같다. 근처 식당을 이용하려 하지만 테이블만 차지 하는 것 같아 가지 않게 된다. 그런데 최근 좋은 곳을 알았다. 빌딩 지하에 있는 ‘셀프식당’이다. 문자 그대로 스스로 먹는 식당이다. 부페식으로 되어 있어서 스스로 차려 먹는 것이다. 작은 규모이어서 집밥 먹는 것 같다.
셀프식당 메뉴는 먹을 만 하다. 집에서 먹는 것 같은 점이 가장 장점이다. 그러나 더 큰 장점이 있다. 그것은 오로지 점심 때만 문을 연다는 사실이다. 11시 30분부터 2시 까지이다. 술도 팔지 않는다. 원래 출장식 외식을 했는데 그 노우하우를 살려 작게 셀프식당을 낸 것이다.
맛에 대한 갈애
먹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먹는 재미는 인생의 몇 가지 낙중의 하나이다. 맛있는 음식을 대했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오감으로 느끼는 행복이다. 그러나 배가 든든해지면 산해진미도 맛이 없다. 다음 끼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허기가 졌을 때 다시 먹는 재미를 만끽한다.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된다.
먹기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서 먹는가? 당연히 후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맛에 대한 갈애를 없애야 한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기대를 져 버리기는 쉽지 않다. 맛 있는 것을 찾아 이집 저집 맛집 순례 하다 보면 마치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인다.
수행자라면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 단지 몸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양을 생각해서 먹는다든가, 몸매를 만들기 위해 먹는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식도락은 식탐이기 때문에 욕망이 개입되어 있다. 욕망을 소멸시키는 삶에서 식탐은 욕망으로 사는 것이 된다.
먹는 것 하나만 보아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대게 탐욕으로 먹고, 때로는 분노로 먹는다. 먹는 것으로 욕망을 채우고, 먹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름진 음식을 찾는다. 기름진 음식은 알코올을 필연적으로 불러 들인다.
황토농장에서
어떤 이는 고기를 일체 먹지 않는다. 다만 허용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류이다. 어류까지는 먹지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채식하는 것이다. 과도한 채식이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살아 가는데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제철 음식이 가장 좋다. 마트에 가면 살수도 있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친구농장이 그렇다.
해남에 사는 친구가 있다. 대학동기로서 귀촌한지 만 3년 되었다. 해남 산이면에서 황토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문자를 하나 보내 왔다. ‘꿀고구마’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미 예고 된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미니단호박’을 출하 한 바 있다. 해남의 황토에서 무공해로 농사 지은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해남 진금선농장의 미니밤호박을 먹어보니 (2016-07-28)’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가을에는 꿀고구마가 출하 될 것이라 했다.
꿀고구마
꿀고구마를 한박스 신청 했다. 마침내 택배가 도착 됐다. 큰 박스에 ‘해남고구마’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다. 미리 문자로 받은 정보에 따르면 2주 정도 건조한 곳에서 숙성시켜야 꿀고구마맛이 난다고 했다. 막 캐낸 것을 먹으면 밤맛이라 했다.
몇 개를 꺼내 물에 씻으니 황토흙빛깔로 혼탁하다. 몇 번 씻으니 본래 고구마 빛깔이 나온다. 증기를 이용하여 삶았다. 다 삶아 졌을 때 고구마특유의 붉은 빛깔이 선명하다. 맛을 보니 밤맛이다. 약 2주 정도 숙성시키면 본래의 꿀 맛이 날 것이라 한다. 그래서 꿀고고마라 한다.
강아지새끼사진을 보고
친구는 아내와 둘이서 농사를 짓고 있다. 종종 단체카톡방에 사는 모습을 사진으로 올려 놓는다. 이삼주 전에는 강아지새끼사진을 올려 놓았다. 태어난지 하루 이틀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새끼를 열 마리 낳는데 여덟 마리가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새끼를 보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왜 측은한 마음이 일었을까? 그것은 축생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축생으로 태어났을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개를 기르지 않는다. 한번도 개를 길러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개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좋아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헤어져야 하는 것 때문이다. 언젠가는 죽을 것인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또 하나는 개를 좋아하다 보면 나중에 개로 태어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강아지를 보았을 때 귀여운 것은 사실이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강아지단계를 벗어나 개가 되면 더 이상 귀여운 동물이 아니다.
갓 태어난 강아지는 무척 귀엽다. 그리고 경이롭다. 그것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만에 하나의 생명이 형성되어 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고기를 먹기 힘들다. 생명이 있는 것을 잡아 먹는 다는 것이 사고 능력이 있는 인간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 하기 때문이다.
측은한 느낌이 든 것은
강아지 사진을 보았을 때 측은한 느낌이 든 것은 축생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그 측은한 느낌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하여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것은 ‘목숨’과 관련되어 있다. 축생들은 제 명대로 못살기 때문이다.
소, 돼지, 닭, 개 등 축생은 농촌에 가면 늘 볼 수 있다. 농가에서 부업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장식 축사에서 대규모로 사육되기도 한다. 어느 경우이든지 축생은 제명대로 못산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타고난 수명대로 살지만 축생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사람에게 잡혀 먹고, 같은 축생에게 잡혀 먹는다. 약육강식의 축생의 세계에서는 먹고 먹히기 때문에 타고난 수명대로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갓 태어난 강아지를 보았을 때 새로 태어난 아기를 보는 것처럼 귀엽기 그지 없다.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포개져 체온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지만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동물로 태어났기 때문에 생명권이 존중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닭이라면 일령으로 따져서 30일이면 도살장으로 간다. 돼지라면 월령으로 6개월, 소는 연령으로 2년이다. 한번 축생으로 태어나면 잡아 먹히거나 살코기가 될 운명에 처해져 있는 것이다.
부부가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친구는 종종 해남소식을 전해 주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해남의 흙은 늘 황토이다. 그런 황토는 ‘건강’이라는 말을 떠 올리게 해 준다. 황토집이 있고 황토사우나가 있다. 심지어 황토베게, 황토찜질팩도 있다. 시뻘건 황토에서 생산 되는 농작물 역시 ‘건강’ 이미지가 강하다. 더구나 공장도 없는 곳이서 청정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농장이름도 ‘황토농장’이다. 황토농장에서 일하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농사지어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농사지어서 부자가 되고 재벌이 될 수 없다. 뿌리면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 농사이다.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다. 도시에서 불로소득으로 사는 자들은 하루가 따분할지 모르지만 농촌에서는 늘 바쁘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풀과의 전쟁’이다. 그렇다고 황토농장에서는 풀을 제거하기 위한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황토는 생명이다
지난 7월 황토농장에서 미니단호박을 한박스 구입했다. 구입해서 지인들에게 몇 개씩 나누어 주었다. 시중에서 사서 먹는 것 보다 찰지고 맛있다고 했다. 어떤 이는 지금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이미 끝난 것이다. 철이 지나면 구입 할 수 없다. 고구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귀촌한 친구를 위해서 농산물을 홍보해 주고 있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7월 미니밤호박에 관한 글을 올렸다. 소개한 글을 보고서 주문을 했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꿀고구마이다.
누구나 감자나 고구마를 먹는다. 대게 대형마트에서 구입한다. 한번 살 때 조금씩 산다. 그러나 박스단위로 사면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가격은 얼마일까? 친구의 문자에 “해남황토꿀고구마 10kg 한박스 3만원(택배비포함)”이라 되어 있다.
시뻘건 황토는 건강이다. 시뻘건 황토는 생명이다. 청정하고 기름진 땅에서 산출된 농산물 역시 건강이고 생명이다. 그런 고구마를 먹어 보았다. 건강을 먹는 것 같다. 총각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꿀맛이다. 정직하게 근면하게 이마의 땀과 팔의 힘으로 만들어낸 귀촌부부의 일년 작품이다.
2016-10-2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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